『문 명』
CIVILIZATIONS
Key Facts
2019년 프랑스 아카데미 그랑프리(GRAND PRIX DE L’ACADEMIE FRANCAISE 2019) 수상작
2019년 11월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47,000부 판매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번역판 출간
소개글
1000년경, 붉은 에이리크의 딸이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향한다.
1492년, 콜럼버스는 북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한다.
1531년, 잉카가 유럽을 침공한다.
이런 일들이 현실이 됐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인디언들에게는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세 가지가 없었다. 누군가 그들에게 말, 신발, 그리고 항체를 주었다면 세계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문명>은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HHhH>의 저자 로랑비네가 쓴 역동적이고 매우 재미있는 가상 역사 소설인 <문명>은 식민지화, 제국 건설 및 영원한 인간 탐구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현대 세계의 반 사실적 지배의 역사이다. 분명히 실제의 역사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어떤 것이 실제의 역사인지 혼돈에 빠져버리게 된다.
프레위디스는 여성 전사이자 남쪽으로 향하는 바이킹 탐험가들의 리더이다. 그들은 남쪽 지역 부족을 만나서 기술을 교환하고, 종국에는 포로로 잡혀 파나마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들의 이런 여정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1492년, 황금과 신대륙 정복을 꿈꾸며 대서양을 가로질러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쿠바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와 그의 부하들은 황금을 찾기도 전에 잉카 사람들에게 포로로 잡혔다. 하지만 그들은 낯선 땅에서 겪게 되는 고통속에서도 그의 우월성과 그의 사명에 대한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다시 30년 후, 잉카의 마지막 황제인 아타우알파는 콜럼버스가 남겨놓은 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한다. 그는 종교적, 왕조적 싸움, 스페인 종교 재판, 루터의 종교 개혁, 자본주의, 인쇄기의 기적, 지배 군주 사이의 끝없는 전쟁, 투르크의 끊임없는 위협으로 나뉘어진 대륙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명을 기다리고 있는 억압된 민중들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가이드 북으로 최근 베스트셀러인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가지고 있었다.
출판사 서평
잉카가 유럽을 정복했다면 역사는 어땠을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현재 세계의 각 나라들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총과 세균, 철광석 이 세가지의 요소를 꼽았다.
특히 유럽인들이 남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천연두,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페스트 등 유럽인들이 전파한 전염병에 의해 죽는 원주민들이 전쟁으로 죽은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이는 적에 의한 사망보다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거꾸러져 가는 모습을 본 원주민들은 피부색이 하얀 이방인들이 뭔가를 초월한 존재로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로랑비네의 『문명』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문서 『총.균.쇠』의 소설판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만약에 잉카의 선조들이 이미 면역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방인들을 물리치게 된다면? 그리고 그들이 거꾸로 유럽을 정복하게 된다면?
작가는 이러한 상상을 마치 게임처럼 빠르게 진행을 하며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역사가 진짜인지 이 소설의 내용이 진짜 역사인지 혼란스러워 지기까지 한다.
목차
1부 프레위디스 에이릭스도티르 사가
2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일지 (발췌록)
3부 아타우알파 연대기
4부 세르반테스의 모험
저자소개
작가 로랑비네(Laurent Binet)는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역사가의 아들로 태어났고, 현재 파리 III 대학의 프랑스 문학교수로 재직중이다. 데뷰작 HHhH으로 2010년 Prix Goncourt du Premier Roman을 수상했으며, 3번째 작품인 문명(Civilizations)으로 2019년 Grand Prix du roman de l'Académie française를 수상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내용발췌
1부 프레위디스 에이릭스도티르 사가
양측은 서로 화합하며 잘 어울려 지냈고 그러다 보니 그들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검 은 머리를, 어떤 아이들은 금발 혹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아이들은 양쪽 부모의 언어를 모 두 알아들었다.
그러나 또다시 원주민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죽기 시작했다. 그린란드인들은 이번에도 전염병에서 무사했때문에 자신들은 이 열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을 깨달았다. 하지만 바로 자신들이 이 열병을 옮겨온 원인이었다는 사실도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이 바로 질병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죽은 이들을 위해 묘를 만들고 그 위에 룬 문자를 새겨 넣었다. 토르 신과 오딘 신에게 역병을 멈추어달라고 기도했지만 열병에 쓰러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갔다. 자기들이 계속 그곳에 머물면 원주민들은 결국 모두 죽고 자기들만 남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비참한 일이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 그들은 할 수 없이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토르 신전은 해체해 배에 실었지만 가축들은 이별의 선물로 남겨두었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열병은 멈추지 않았고 원주민들은 계속 죽어나가 거의 대부분의 주민이 사라졌다. 간신 히 살아남은 극히 일부의 생존자만이 가축을 데리고 섬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2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일지 (발췌록)
11월 12일 월요일
어제, 여섯 명의 젊은이가 배를 타고 우리 본선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중 다섯 명이 우리 배에 올라왔다. 나는 그들을 잡아 우리 항해에 동행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강 서쪽에 있는 어떤 집으로 선원 몇 명을 보냈다. 그들은 여자 여섯 명– 그중에는 소녀도 있었고 성인도 있었다 -과 아이 셋을 내게 데려왔다.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남자들을 에스파냐로 데려갔을 때 고향 여자들이 함께 있으면 더 고분고분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밤, 배를 타고 남자 하나가 우리 배로 다가왔다. 그는 잡혀온 여자들 중 한 명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비라고 했다. 그는 자기도 가족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로서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잡혀온 모두가 안도하는 표정인 걸 보니 그들은 모두 혈족인 모양이다. 스스로 찾아온 그 남자는 마흔 살에서 마흔 다섯살 쯤 되어 보였다.
3부 아타우알파 연대기
아타우알파는 탑에 가까이 다가가라고 명령했다. 성벽에는 처음 보는 동물 조각상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주둥이 부분에 괴상한 뿔이 달린 맥(貘)의 머리 조각상이 꺼림칙했다. 하지만 돌에 새겨진 문양 중에는 히구에나모타가 그 옛날 외지인의 상징으로 여겼던 십자가도 보였다. 이로써 그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배는 강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올라갔다.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돌로 지어진 집들이 무너져 있었고 눈에 보이는 곳곳이 불타고 있었다. 땅 위에는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남자, 여자, 개 할 것 없이 살아있는 생명들이 잔해 사이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다. 신대륙에서 키토인들이 처음 들은 소리는 개 짖는 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였다.
강의 폭이 호수처럼 넓어졌다. 반쯤 침수된 선박들의 잔해를 피해 지그재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그들은 꽤 넓은 광장을 발견했는데, 그 넓이가 삭사이와만 성 채의 면적과 비슷했다. 광장에는 온갖 크기의 다양한 배들이 흩어져 있었다. 용골이 뒤틀리고 선체는 부서졌으며 돛대는 뽑혀 있었다. 광장의 좌측에는 좁고 긴 망루가 솟아있는 웅장한 궁전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황제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
4부 세르반테스의 모험
두 척의 배가 서로 옆으로 나란히 붙자 엘 그레코가 한 손에는 검을, 다른 손에는 총을 들고 적의 함선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뒤를 따라 열 두 명의 병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돌격!”을 외치며 적선으로 넘어갔고 그중에는 세르반 테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용맹이 무색하게도 바르바리아 함선이 상대의 배와 거리를 벌여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병사들이 뒤따라 넘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자 적의 배 위로 먼저 넘어온 열 두 병사들만 덩그러니 남아 수적으로 압도적인 적군에 둘러싸이는 신 세가 되어버렸다. 그들이 아무리 용감무쌍하다 해도 그 많은 적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는 없었고 결국 모두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르반테스 역시 쏟아지는 화승총 세례에 가슴과 손에 부상을 입고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