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촌, 신경영으로 넘는다
(3) 김제 '일석삼조' 친환경 농법
전북 김제에서 생산된 '상상예찬'쌀의 서울 직매장인 '공덕농협서울직매장' 직원들이 쌀 배달을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상상예찬 제품은 99%가 주문으로 대부분 단골
고객들로 이루어져 있다.
김정욱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RPC(Rice Processing Complex:미곡종합처리장)가 바로 이곳입니다.
밤을 꼬박 새워 쌀을 찧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전북 김제시 공덕농협의 문홍길 조합장(50)은 25일 "공덕농협 RPC에 밀려드는 일감으로 하루
24시간 일해도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직원 6명이 주야 2교대로 일에 매달리며 벌써 두 달째 기계를 100% 돌리고 있다.
50%대의 가동률을 간신히 유지하는 전국의 다른 RPC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공덕농협의 이 같은 변화는 2004년부터 시작된 왕겨숯·목초액 자원화사업에서 비롯됐다.
벼를 도정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인 왕겨는 그동안 축사 깔개용이나 화훼재배용으로 일부가 팔렸을
뿐 수요가 점차 줄어 농협마다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아예 돈을 주고 처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해마다 3억~4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공덕농협 RPC의 경영을 더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물단지였던 왕겨가 공덕농협 RPC의 보물단지로 변했다.
왕겨 비료화 방안을 연구 중이던 농협 전북지역본부 양곡자재팀의 나병훈 차장은 우연히 농협을
방문한 부산의 김병태 세진테크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김 사장이 개발 중인 왕겨숯·목초액
제조시설 설명을 듣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탁 쳤다.
목초액은 왕겨를 숯으로 만들 때 생기는 연기를 액화시킨 것이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시행착오 끝에 왕겨를 원료로 한 천연비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왕겨숯과 목초액은 미질 향상은 물론 병충해 방제,가뭄예방,토양 개량에 이르기까지 두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차장은 "당시 최대 고민은 전북쌀 제값 받기와 토질개선 왕겨 처리 문제였는데 이런 세 가지
고민거리를 한번에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간 200t가량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공덕농협 RPC는 2004년 4월 사업비 4억여원을 들여 왕겨숯·목초액 생산설비를 갖췄다.
이곳에서 도정하면 왕겨숯과 목초액을 공짜로 얻을 수 있어 농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렇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농민들이 집으로 갖고 간 왕겨숯·목초액을 이용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공덕면 황산리의 심재철 이장(63)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고집하던 조합원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왕겨숯은 제초기능이 농약에 비해 약하지만 결국 조합원들이 유기농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왕겨숯과 목초액을 비료로 사용한 '친환경 안심 먹거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상예찬'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이 지역 쌀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공덕면 일대 200여 농가 400ha에서 생산되는 '상상예찬'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20kg 1포대에
5만9100원에 날개돋친 듯 팔린다.
전국 쌀 가운데 최고가 수준이다.
지난해 농림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뽑은 대한민국 우수브랜드 '러브미'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민들의 수입도 덩달아 늘고 있다.
농민들은 공덕농협이 벼를 전량 구매하고 있어 수매 걱정 없이 쌀 재배에만 신경쓰면 된다.
또 가을 수매 때 40kg 1포대당 2000원의 장려금을 받아 농가당 5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 썼던 비료·농약비를 감안하면 실제 소득은 더 늘어난다.
공덕농협은 현재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 하고 있다.
2004년 말 황산리에 왕겨숯과 목초액을 이용하는 120ha 규모의 친환경 집단화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2004년 말 서울 신림동과 석관동에 직매장을 열어 인천 부평점과 함께 수도권 직판장을
세 곳으로 늘렸다.
김제=최성국 기자
첫댓글 이제 농약범벅된 농산물은 먹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