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후덥지근한 더위나 끈질긴 장마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바로 '가려움'이었다. 처음에는 가렵기만 하더니 여기저기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대충 증상을 찾아보니 자체적으로 '습진'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바로 '무좀'이었던 것이다. 하루에도 수 십명의 무좀 환자를 만나는 의사는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안 씻어서 생기는 더러운 질병'으로 오인하고 있는 '무좀'에 걸렸다는 사실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을 뿐더러 수포를 동반한 가려움에 점점 더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의(?)'라고 소문 난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역시나 '무좀'이 아니었다. 여름내 가려움에 몸서리치게 만들었던 것은 이름도 생소한 '한포진'이었다.
손과 발에 가려움증을 동반하면서 물집이 잡히는 '한포진(汗泡疹)'은 피부에 투명하고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 생기는 비염증성 수포성 질환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이름도 생소한 한포진의 원인은 다한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요 유발 요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물이나 세제 등 각종 자극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주부나 키보드나 마우스 등으로 PC작업을 하면서 미세한 상처들을 통해 세균침입이 발생할 수 있는 사무직 근로자들, 니켈이나 크롬, 약제 등과 접촉하는 미용사나 간호사 등에게 주로 발병하는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손이나 발에 생기는 습진은 잘 터지지 않고,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며,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발생한다. 비누나 물 등에 접촉하면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더욱 심해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하지만 쉽게 재발되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 된다. 한포진은 따뜻한 기후에서 발생률이 높고, 사람에 따라서는 매해 여름철에만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급성기에는 휴식을 취하며 병원에서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만성의 경우에는 광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재발이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나 아토피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병하기 때문에 한방치료를 통해 효과를 보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습진은 물이나 세제 등 자극이 강한 물질과 장시간 접촉할 경우 발생되는 질병이다. 주로 손에 생기지만 손가락 끝, 손바닥, 손목, 손 전체로 번지기도 한다. 습진이 무좀이나 한포진과 구별될 수 있는 점은 타인에게 옮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소 보습제를 바르고, 물을 가까이 하는 일을 피하면 쉽게 고칠 수 있다.
반면, 무좀과 한포진은 전염성이 있다. 특히 곰팡이 균에 의해 손과 발 등에 생기는 무좀은 손톱이나 발톱에까지 생긴다. 피부에 손상이 있는 경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더욱 잘 생긴다. 통기성이 좋지 않은 부츠는 무좀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며, 한 번 발병하면 쉽게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평소 발을 잘 말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한포진 역시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 질병이지만 무좀과 구별되는 부분은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고, 스스로에게만 전염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피부에 작은 물집이 생기는 한포진은 다한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금속, 니켈, 약제, 흡연 등과 접촉하는 사람들에게서 발병하고 스트레스로 쉽게 악화된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재발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주변으로 옮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양한 문명과 시대의 발전과 함께 질병도 변화되고 있다. 습진과 무좀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한포진은 자칫하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또한 세 질병은 초기 증상과 발병 부위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아무 약이나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행동은 질병의 완치를 방해하고,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포진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인내심'이다. 약을 바르면 가려움증이 가라앉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집이 다시 생기고 가려움도 동반된다. 꾸준히 약을 먹고, 주사를 맡고, 연고를 발라도 일시적으로 호전되긴 하지만 금새 재발되는 것을 보면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다 보면 완치는 포기하게 되고, 의례적으로 가려울 때만 치료를 받으며 버티게 되는 것이다. 치료의 최우선은 예방이라고 했는가! 완치가 힘든 질병일수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작은 실천으로도 '한포진'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이와 유사한 질병인 습진이나 무좀도 함께 예방할 수 있으니 꼭 명심해두어서 건강한 손과 발을 사수하도록 하자.
출처: 감자바우 산약초 원문보기 글쓴이: 옆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