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재밌고 즐겁게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웃음을 배우니 어느 추석연휴 때보다 웃음의 기록을
남기게 되더군요.왼쪽 주머니에 메모지를 갖고 다녔지요.
아주 익살스럽고 더 자연스런 웃음을 발견했지만,자세한 상황묘사가 필요한
것을 빼고 우선 몇가지만 함께 하고 싶네요.
● 25세 딸 아이의 '웃는 얼굴' 숨은 스토리
포천 공원묘지 추석성묘 가는길.
아파트 지하 주차장. 가볍게 웃으며 포옹을 하고 승용차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석엔 내가, 뒷좌석 오른쪽에 아내, 그 옆에 딸(安美性)이 자리잡다.
내년 2월 제대하는 아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순례자 명단에서 탈락되는 순간?
명상음악을 듣고 가다가, 내가 "미성이 [웃음 연구소 행복여행] 갔을때 웃는 얼굴이
이쁘다고 칭찬 많이 받았던데,, 내가 봐도 우리딸이지만...
얼굴도 이쁘고 마음 씀씀이도 이쁜 거 같애!" 하니까
"아빠! 호호호 저 중학교때 부터 유명 배우 웃는 사진 얼굴 붙여 놓고 수없이 연습했어~요"
항변하는 듯한 말소리다.
"그게 다야!?" 물으니.."아니! 자동 카메라로 찍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찍고
원하는 얼굴이 나올 때 까지. 반복했죠".
아아! 25살 된 딸아이한테 처음 듣는 이야기다. 거의 10년전부터 그랬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 스토리를 갖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와아! 내딸이 승부욕이 있네" 속으로 말했다.
'얼짱'에 '웃음짱'이라는 칭찬이 없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
6~7명이 서로 돌아가며 칭찬하는 [네잎 크로바 도화지]에 적힌 '딸 칭찬'을 생중계 해드리면..
"미소가 정말 아름다워요" ."보조개가 이쁘십니다", "이쁜모습, 이쁜마음 가득해 보여요".
"복 넘치는 얼굴 넘~부러워요" "아주 예쁘시네요."라고 써 있고,
어느 KAIST 교수님은 "우리집으로 영원히 취직해 주렴~^"이라고 써 놓았다.
내가 '야! 정말 멋진 분이다" ." 미성이 좋은 며느리 감이다. 시집오라! 는 얘기구나!" 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너무 기분이 좋아...가족 모두 하하하 웃었다.
● 웃음으로 바꾸어 드릴 솔직한 '감정표현'!
처가집 거실.출가한 처남, 처제들, 장인 장모님에 우리가 낮 12시 30분 가세해
시끌벅쩍 주제없이 웃으며 잡담하고, 잡담하고 웃기를 반복할때 둘째 처제네 가족들이 도착.
서너달 전 공군을 제대한 조카도 함께온 것... 20년전 공군 헌병제대한 처남이 "내가 열받으면
애들 많이 괴롭혔지.. 지금은 영창감이죠" 한다, 이어서 "열받으면 난
철모가 녹아내릴 정도로 머리가 뜨거워졌는데" 말을 받아 쳤다. 하하하(웃음)
"군화에서 연기 날 정도로 뛰어와라!"라는 말은 군대에선 자주 사용하는 이야기...
추석되면 여러사람 모이니 이런 얘기들도 있지 라며,
"갱년기 아줌마는 등어리에 열이나면 고구마를 구워 먹어도 된다"고 하던데..
"흥분하면 콧구멍이 고수동굴 사이즈로 늘어나 벌렁거린다" 는 말은 어떻구?
"얼굴이 화끈거릴때는 내 귀에서는 아파치 인디언 북치는 소리도 같이 들린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 활화산 분화구 같이 된다".
추석기간 많이 먹고 방구뀔 때 "아아~ 지독해! 오스트렐리아 스컹크 방구!다"
자주 화장실에 소변보러 가는 아이들 더러 "야! 시청 앞 분수대냐! 그만 뿜어라!"
위 몇가지 표현들을 쏟아내자 모두들 하하하.. 좋아한다.
● "짧은 만남, 긴 웃음"
- 지방에 사는 바로 밑 동서에게 헤어질때다. 경부고속도로 막힐 거 같아...
공군 제대한 조카에게 "아빠 좀 운전 도와주니?", "아뇨. 저 장롱면허예요.
하하하"조카가 먼저 멋쩍게 웃는다.아마도 미안함의 표시리라.
내 질문이 자극이 되어 내년쯤 고속도로 운전도 할 수 있겠지...
- 1남3녀 자식들에게 [ 무공해 철원 오대쌀]이라고 쓰인 10 킬로그램 짜리를 선물한 장인,장모님...
처가댁 집을 떠나면서 그 쌀'한 가마'를 훌쩍~ 어깨에 둘러메고 쌀포대에 입술을 갖다대며 '감사합니다"라고
쏵~ 키스를 하자,처가집 식구들이 하하하 크게 웃는다.
순간 생각해 낸 내 웃음 퍼포먼스다. 이쯤 되면 나도 순발력이 꽤 붙은 거 같다.
- 연휴 마지막날 집에서 버스로 10분거리 CGV 영화관 가는 길이다. 아내가 세명 버스값이면 택시 기본요금 나오니
택시로 가는게 낫다고... 내릴 때 쯤~운전사 옆에 앉은 내가 웃은 얼굴로 "아저씨, 얼굴은 미남이신데,,
존함은 김추남이시네요. 하하하" 하니까...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가을 남잡니다" 하신다. 머리가 거의 희끗희끗 연세가 꽤 되신 분이
미소를 지으시니 인자해 보이신다.
"추자가 가을 추(秋)字시란 말씀이시네요"."허허허. 그래요. 잘 다녀 가세요"라는
인사말 까지 서비스해 주시는게 아닌가?
나는 '못생길' 추醜자를 연상하고 장난스레 던진 이야긴데...하하하.
완전히 생각이 빗나가는 당황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맛보았지만...
김추남이란 이름표를 오른쪽 좌석 위에 크게 붙이시고 다녀야 하는 그 운전사 아저씨는 나같은 고객을
무수히 태웠을 것이고, 그래서 내공이 쌓였을 게다.
그분 조상은 왜 이름을 '가을남자"라고 지었을까? 궁금도 했다.그리고 "웃으며... 지금이 가을이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로서 나는 반성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예외없이 부정적인 면이 강한 남자라는 걸 고백한다.
추남은 못생긴 남자지, 가을남자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기때문이다... 헤헤헤
- 저녁 8시 10분 상영 [날아라 펭귄] 보러 간 CGV 영화관. 아직 10여분이 남아있던 순간.
갑자기 딸이 나지막한 외침으로 "앗! 정우성이다" 난 "어디?"하며 딸 아이 얼굴을 보니
생기가 돌며 반짝 반짝 빛난다.아이구~! 부모를 수십년만에 만나도 저런 표정일까?
아니다. 잃어버린 부모를 만나면 감격의 얼굴일테지.. 저런 얼굴은 아닐 것... 모를 일이다.
딸이 "저기 저사람이야" 그쪽을 바라보니 여러명이
발 템포를 잘 맞추면서도 궁둥이 뒷모습은 춤추듯 실룩거리며 휘~익~멀어져 간다.
가장 키큰 사람하나를 가운데 두고 6명의 남녀가 앞뒤 옆에서 척척 빠른 걸음이다
내가 "싸인 하나 해달라고 해~!", 딸이 "그럴까?" 하자 내가 딸과 같이 재빨리 왼쪽 에스컬레이터에 다가가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 초 안됐는데...금방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 카퍼필드 마술사 같다.
영화상영관이 좌우 옆 위아래 수십개는 되어 미로 투성이다...찾을 길이 없었다.
딸이 "아이,중학교때 부터 좋아했는데...시사회 하러 왔나봐!".그러더니 홍보용 조그만 팜플렛 하나 가져와,
'호우시절', 정우성+고원원, 이번엔 사랑일까? 라는 제목을 보며 밝게 웃는다
● "내장을 사라지게 하고 뇌를 10% 만 남겨 놓은 웃음들"
3명이 9천원씩 2만 7천원을 내고 갔는데,, 처음 시작이 우리가족과 상관없는 초등학교 가정이다.
아이고 잘못 선정했구나! 언론보도를 의심했다. 30분쯤 지나서 부터 웃음이 터졌다.
초식주의자로서 술담배를 전혀 못하는 신입사원 남자가 펼치는 연기가 시발점-
직장 선후배들이 "저래 가지고 어디 장가 가겠어? "하니까
"왜 제겐 여자 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라고 되묻는 순간 관람석은 온통 웃음바다.
동시에 폭소를 터뜨린 것. 내 자리가 그 바다물에 쓸려가는 줄 알았다.
독수리, 참새, 펭귄 아빠란?, 헬리콥터 맘은?, 60살 먹은 노인남자에게 필요한 것 5가지는?등등..
생활풍자 이야기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내게도 교훈이 되었다.
때로는 답답해하고 긴장하며 보다가 뜻밖의 상황에 터지는 웃음은 전혀 참을 수없는 것들.
캄캄한 좌석 옆,앞뒤에 앉은 분들도 다같이 웃어서 눈치보거나 웃음소리를 줄일 필요가 없다.
2시간 끝나고 일어서는데 내 뱃 속이 텅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감하면서 웃으니 그만큼 시원했다는 얘기다.
위,창자, 허파등 내장 모두를 수술해서 들어 낸 것 같은 그런 기분에, 두뇌는 10%정도만 남은 느낌- 하하하~~^^
특히 내 심장과 뇌는 "주인님! 저를 힘차게 조깅시켜 주셔서 Thank You !" 라고 꾸벅인사를 하는 거 같았다.
생활속 공감이 가는 그런 웃음이 이어져서 좋았다.
등장 인물 자막이 나오는 순간, 아내와 내가 일어서자, 딸이 "조용히 자막이 다 지나갈때까지 앉으시는게 예의 래요" 한다..
내가 "왜 그런데?" 하니까, " 저 영화를 만든 사람들 手苦를 생각해서 자막을 읽어주는 거래요" 한다.
내가 "미성아, 오늘 좋은 거 가르쳐 주었구나. 엄마 아빠는 몰랐다.헤헤헤!" ...
국가인권위원회 협찬이란 자막이 보인다. 관습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지나치는
인권침해를 웃음과 익살과 재치와 유머로 풀어가 면서 알리려 했던 영화다.
나는 깨달았다. 여행의 끝까지 아스팔트 포장도로만 달리면 재미없고, 때로는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비가 오면 귀찮은
진흙탕길도, 꼬불꼬불 산길을, 그리고 아스팔트 고속도로를 번갈아 가는 여행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날아라 펭귄]은 살다보면 갈등,고난,오해,편견의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도로를 재밌고 슬기롭게 지나려면, 웃음이 최고의 용기와 지혜가 되리라는 것도 암시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