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라고 해서 노후 준비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득이 동결되거나 주는 만큼 이에 맞춰 은퇴설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 어디서부터 손댈까. 먼저 은퇴 후 바라는 삶의 수준부터 정해야 한다. 한 달 생활비로 비교해보면 쉽게 목표를 확정할 수 있다. 현재 생활비를 100%로 봤을 때 노후에 몇 퍼센트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지 결정하면 된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노후 생활비는 아이들 교육비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현 생활비의 70∼80%만 돼도 지금과 같이 살 수 있다”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해도 50%는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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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펀드는 노후를 위한 목돈을 마련하고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상품이다. 하나은행의 직원이 하나연금펀드(운용사 하나UBS자산운용)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
◆노후대비 포트폴리오 다각화=목돈을 마련하려면 투자 포트폴리오부터 탄탄하게 가져가야 한다. 노후자금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상품을 이용해 은퇴자금을 준비하려 한다면 안정적인 투자와 수익성을 좇는 투자로 나눠 조화롭게 상품에 가입해두는 게 좋다. 또 40대부터는 장기적으로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중도 해지 없이 저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넣어야 한다.
신한은행 이 팀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에서 들어주는 퇴직연금, 그리고 안정적인 개인연금 상품에 전체 노후 대비 자금의 20∼30%를 쏟아 붓고, 나머지는 펀드와 변액연금에 투자한다면 현재와 같은 불경기에서 그나마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연령대별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연령이 젊을수록 위험도 크지만 수익성도 높은 펀드 등에 더 많이 투자하고,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변액연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은퇴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는 40대 초중반이라면 펀드에 50% 내외를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펀드는 적립식이 적당하고, 3년 이상 운용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어 “변액연금은 보통 10년 이상 바라보고 돈을 넣는 것이다. 50대 후반에 접어들어 은퇴가 가까워지면 30% 비중으로 높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것만은 알아둬야=먼저 변액연금은 몇 년까지 부을까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이가 젊다면 10년 이상 붓는 게 좋다. 변액연금 대부분이 주식형으로 운용되기에 단기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을 고를 때도 장기 운용성과를 먼저 확인하고 들어야 한다. 특히 단기 성과는 장기 성과와 반대로 가는 일이 많아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판매하는 보험사만 볼 것이 아니라 변액연금을 직접 굴리는 운용사를 살펴보고, 주식 또는 채권에만 투자하는지 아니면 혼합형인지 미리 알아둬야 한다.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중도 해지 조건, 인출 시 제한요건과 아울러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인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아울러 수수료까지 꼼꼼하게 따져본다면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퇴직연금을 받지 못한다면 개인연금은 필수다. 개인연금은 각각 은행과 보험, 증권사가 주로 취급하는 연금신탁, 연금보험, 연금펀드로 나뉜다.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연금신탁에, 수익성을 좇는다면 연금펀드가 안성맞춤이다. 연금보험은 안정성과 투자성을 갖춘 중립적인 상품이다. 국민연금 이외에 안정적인 투자처가 없다면 비록 수익은 낮아도 연금신탁을 들어둬야 안심할 수 있다.
기왕 가입할 상품이라면 절세 혜택을 받도록 한다. 대표적인 절세형 상품인 연금저축펀드는 근로자가 연간 1200만원 내에서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고, 연간 납입액의 100%,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된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퇴직자 중 주택 소유자라면 역모기지론을 이용할 만하다. 이는 주택을 은행에 맡기고 매달 생활비를 받는 상품으로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거나 주택처분권을 은행에 넘기면 된다. 다만 처음 생활비로 받기로 책정한 약정금액이 주택 시세에 따라 변동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 전문가들이 권하는 노후자금 재테크 요령
1. 낭비로 새는 돈부터 찾아내라
2. 무조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
3. 자녀 교육에 ‘올인’하지 말라
4. ‘부동산 거지’가 되지 말라
5. 통제 불가능한 위험은 보험으로 ‘커버’하라
6. 강제로 저축을 하라. 정액저축(투자) 방식을 선택하라
7. 목돈을 활용하면 매월 적립하는 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다
8. 1년에 한 번씩 재무상태표를 만들고 가계부를 생활화하라
9. 항상 현금을 확보해라
10. 절세 금융상품은 필수다
자료:‘대한민국 3040 노후 재테크 독하게 하라’ 등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