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차 금수산 산행 - 정규홍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04-29 21:10:26
[190차] 금수산 산행
2008. 4. 29. / 정규홍
언제 : 2008년 4월 26일 (토)
날씨 : 산행 내내 비 오고 추워서 혼남
누가 : 규홍(대장) 문수 인섭 덕영 진운 세우 인식 승한 재일 (합 9명)
오후부터 비가 그치고 갤 것이라던 일기예보는 이번에도 무참히 어긋나고 말았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군수 시절 이름 붙였다는 "금수강산" 할 때의 그 금수산,
이름만큼이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남제천 나들목을 빠져 나와 청풍호
(충주 쪽에서는 ‘충주호’라 하고 제천 쪽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함)
돌아 들어 상천 주차장으로 진입해 들어간 10시30분 경까지만 해도
금수산은 하이얀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우리에게 손짓하는 듯했다.
‘좋아, 우천시 산행도 호젓하게 한번 해 볼만한 것이여’
하며 부실한 산행장비로 무장된 오십 줄,
아마추어 산우들은 서로를 위안하며 여느 때나 다름없이
“보문정사” 입구에서 안전산행을 다짐하는 한 커트를 찐하게 박았던 것이었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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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30분에 경복궁역에서 재일이를 태우고,
07시20분 죽전 시외버스 정차장에서 문수회장과 인섭이를 합승시킬 때까지만 해도
비는 왔다 갔다 했지만 스타트는 순조로왔다.
08시 예정대로 여주 휴게소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우가 운전하는 차량의 덕영, 승한, 진운, 펭귄이 합류했다.
(사진2)
여주 휴게소를 빠져 나오자마자 영동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와의 갈림길이 나왔지만
세우 차와 교신도 하기 전에 이미 난 영동고속도로 진입해 버렸다.
잠시 후 세우 차와 연락이 되었는데 영동이 막혀있어 안 막힌 쪽으로 그냥 나왔다나?
대단한 순발력이다.
중부내륙으로 빠졌더라도 첫 번째로 나오는 감곡나들목에서
38번 국도로 빠져 나오면 길이 좋아 제천까지 직방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과속 스티커가 많이 발부되는 구간이라
황회장이 세우에게 특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여주 휴게소에서 1키로 전진하는데 30분을 허비했다.
교통방송을 틀어보니 트럭전도 사고가 생겼다 한다.
지나면서 보니 그냥 트럭 지 혼자 벌러덩 옆으로 누워 차선
하나를 다 잡아 먹고 있었다. 한 사람의 졸음운전이 이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다니......
사고지점을 통과하고부터는 비호같이 달려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 고속도로 갈아탄 뒤 남제천 나들목으로
빠져 나와 상천주차장에서 세우 일행과 합류한다.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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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우의, 방수재킷, 우산, 각양각색의 방수패션으로
‘지가 올라가다 보면 개겠지......’ 하는 희망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계곡을 따라 오른다.
(사진 4)
출발 시, ‘정상까지 3키로니까 한 시간 반이면 오르겠네’ 하고 호언하던 진운이,
웬걸? 정상에 가까워올수록 비바람은 거세어지고 기온은 급전직하한다.
체감기온이 마이너스를 넘나드는 복병추위를 만난 것이었다.
(사진5)
장갑도 이미 비바람에 젖어 손가락이 시려오고,
산행시작 두 시간만인 12시30분경 금수산 정상에 섰다.
여느 때 같으면
“정상주 해야제...”
하는 소리가 나올 법하지만 오늘은 숙연한 분위기다.
비바람 치고 간간이 우박이 떨어지는데
얼음장 같은 냉막걸리를 우떤 놈이 묵을 생각을 감히 하겠노 이 말이다.
(사진6)
도시락을 까묵어야 되는데 장소는 마땅치 않고 하산은 해야겠는데 이정표도 확실치 않다.
‘이런 악천후엔 가능한 최단시간 내 하산해서 저체온증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항회장과 의견이 합치되었다.
우리 차량이 기다리는 상천주차장으로 하산하려면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동쪽으로 잡으면 한 시간 이내에는 상리로 하산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려가서 차편은 그 때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하산을 서둘러야겠다.
그러나 공복으로 산을 내려갈 수도 없기에
12시50분경 비바람이 좀 덜한 바위 밑에서 궁색한 점심상을 펼친다.
오늘따라 왜이리 밑반찬들이 럭셔리한가??
세우가 준비한 족발을 시작으로 소고기 장조림, 소고기 문어 반반 조림, 기타 등등...
날씨만 바쳐줬으면 시원한 냉막걸리와 함께 신선노름 하다 갈 뻔했는데...
(사진7)
펭귄은 떨다 지쳐 입맛도 떨어져 버렸는지 밥자리 근방에도 오지 않는다.
인섭 등이 따듯한 국물을 권하니 몇 모금 후룩대다 춥다며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다.
앉을만한 공간도 여의치 않아 의자도 꺼내보지 못한 채 점심상을 접어야 하는 처절함이란...
(인섭의 돌부리 위에서의 의자 착석 자세는 가히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겠다)
(사진8)
덕영, 세우, 등이 가져온 뜨거운 보이차, 커피가 잠시나마
우리의 손과 뱃속을 녹여주는 귀하디 귀한 존재였다.
이토록 온도에 취약한 것이 정온동물의 운명이 아닐런지...
13시20분 하산을 시작하여 14시30분 상리 주차장에 도착.
하산해서 갈 곳 몰라 헤매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몇 군데 식당을 드나들며
‘밥먹어 줄테니 차 내줄래?’
라고 항회장과 재일이가 네고 해 봤으나 쇠귀에 경 읽기다.
신작로 버스 정류장에 당도하자마자 운 좋게도 단양행버스가 오길래 무조건 올라탔다.
제천 중앙시장을 출발해서 평동, 단양행 버스다.
버스내에서 취합한 정보대로 평동에서 하차, 택시 두대로 상천 주차장까지 이동키로 하였다.
미터 요금 각각 이만 원씩으로 선방했다.
정상에서 추위에 치를 떨었던 산우들은 유황온천 이라는 유혹에 그냥 넘어졌다.
머리만 남기고 온몸을 탕에 꾹 눌러 담군 펭귄의
“너무 좋아...”
연발탄은 점심시간의 사색이 다 된 표정과 선명히 대비되었다.
펭귄, 오늘 천당과 지옥을 냉탕 온탕 하네그려...
(사진9)
미끈한 온천물로 때깔 조아진, 한 때 얼어 디~질 뻔했던 동무들은
이제 제법 시장기까지 챙기는 여유까지 생겼다.
최후의 비장의 카드는 ‘소백산 관광목장, 한우 꽃등심구이’였다.
여느 산행 같으면 웰빙과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30산우들에겐
결코 어울리지 않는 메뉴임에 틀림없다.
(사진10)
그러나 오늘만은 예외로 하자. 얼어 디~질 뻔했다 아이가...
18시경 목장에 도착, 고기 사고 굽고, 된장, 냉면 먹고 회비 삼만 원씩 내고
19시20분 경, 파란만장한 당일치기 금수산 산행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제일, 세우, 승한, 덕영, 펭귄은 곧장 서울로 가고,
문수, 인섭, 진운은 단양서 성남 가는 버스가 없어
제천발 20시50분 버스로 배웅했다.
죄 없이 저의 예전 본적지인 단양에 자진해서 끌려와 죽을 고생한 산우들에게 미안하고,
오늘 같은 페닉 상황에서 자제심을 잃지 않고 인내해 준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잊지 말자 금수산,
챙겨보자 방한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