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1차 백마산 정기산행기 -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3)
2013-04-29 11:43:19
제 441차 백마산 정기산행기
때 : 2013. 4. 27(토)
곳 : 용마산(용인 외국어대 도서관앞 – 독고개 - 발리봉 – 용마봉 – 백마산 – 초월읍 사무소)
참가 : 문수, 진수, 창선, 웅식, 진운, 해정, 병욱, 길래, 상국(9명)
자전거로 출퇴근 한 지 열흘째, 조금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엉덩이가 아프다. 금요일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좀 멀리 다녀왔더니 무릎 아래쪽 부분이 좀 시큰거린다.
아침에 강아지 데리고 뒷산 1시간 산보하면서 다리를 풀고, 밥을 먹고 산에 갈 준비를 한다.
엘리베이트 앞에 섰는데, 근데 뭐가 좀 불편한 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
‘이게 뭐냐?’ 등산화에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습관이 무서운 것인지, 치매가 오는 것인지. 혼자 실소, 뒷맛이 씁쓸하다.
용인 외대가는 버스, 바로 우리집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엉뚱한 곳에 갔다가 돌아와 10분 지각이다. 다행히 더 늦은 친구들도 있다. 병욱이랑 길래는 외대 입구에서 도서관까지 걸어오느라 진을 뺀 모양이고, 멀리 포천에서 오는 창선이는 전날 용산의 가오리집에서 대취한 모양, 아직 술이 덜 깬 불콰한 얼굴로 11시 20분에 나타난다. 그래도 참 대단한 친구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산에 안 나오면 죽는 줄 안다. 바로 출발이다.
집 뒷산에는 진달래가 거의 졌던데, 여긴 아직 연분홍 진달래가 우릴 반겨 눈이 호사를 누린다. 신라말기 이 땅에 풍수지리를 처음 전파한 도선국사가 왕건의 고려 창건을 예언한 것과 관련되어 이 곳에 백마산, 용마봉처럼 말(馬)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고 한다.
이름이 요상한 발리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의자를 안 꺼내도 된다. 군데군데 이렇게 원탁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 둔 덕분에 편하게 먹었다.
산우회 친구들 중 올 여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을 꿈꾸는 몇몇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창선이, 자기도 따라붙으려고 나한테 전화를 하곤 “나도 준비를 하꾸마.” 해놓고는 와이프에게 슬쩍 얘기를 꺼냈다가 혼이 난 모양.
“야, 와이프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냐면서 절대 안 된다 카는 거 있제? 재가를 받기 애럽겠던데.”
“창선아, 니가 어리석은 기라. 니 와이프가 방방 뜨면서 반대하는 거는 니가 부산 온다카이 그런 기라. 마, 부산이 아니고 목포 간다하몬 그리 반대 안 할 끼다. 이건 우리 마누라 말이거던. 생각 잘 해봐라”
“그리 되는 기가? 마누라가 내 부산 오까 싶어서 자전거 못 타게 핸기라꼬? 목포... 알았어. 그라몬 목포로 간다꼬 말을 돌려보자. 근데 말 꺼낸 기 있어서 믹힐란지 모르겠네.”
용마봉, 백마산, 오르내리길 반복, 하지만 부드러운 봄 언덕길, 편하게 지나간다. 휴식하기 좋은 장소에서 쉬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떠들었나? 저기 앉은 산객 두 분이서 우리에게 술을 권한다. 처음엔 우리가 싸우는 줄 알았단다. 거기서 막걸리랑 안주 잘 얻어 마시고 이제 내려오는 길.
약수터를 지나 팻말을 보니 읍사무소가는 방향의 화살표 대가리부분을 누가 막 지워둔 흔적이 있다. 지우느라 아주 애를 쓴 흔적이다.
현직에 있어 그런지 해정이가 날카롭게 질문을 한다.
“이거, 이리 가면 길 없는 거 아니가? 일부러 지운 것 같은데?”
오늘의 산행대장 문수는 온 몸이 말해주듯 대범 그 자체, 그냥 묵살하고 앞장선다. 쫄들이 뭔 힘이 있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따라 내려가는데, 으악, 절개지가 나타나면서 급경사. 미끄러지면 큰일이다. 조심조심. 공사중인 돌계단을 밟아 내려오는 스릴도 맛본다.
해정이가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가고, 우리들은 뭘 먹나? 잠시 고민.
몇 군데 둘러봐도 별 마땅하지가 않다. 광주에 가서 먹으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병욱이가 반란을 일으킨다. 결국 하나가 일곱을 이긴다. 삼겹살 적당히 먹고 헤어진다. 웅식이가 차를 외대에 두고 왔기에 용인쪽 팀은 광주에서 다시 외대로 가고 나머지는 모란으로 바로 가서 한 잔 더 한 모양이다. 친구들과의 산행,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은 진달래를 많이 본 아주 즐거운 산행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