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기한 일까지 직접 메일을 보내 주신 내용을 수록합니다.
(정광지, 최잠숙, 김동분, 이혜숙, 이창옥, 박재명, 손경희)
ㅇ 보내주시지 않은 선생님 작품은 임의로 발췌했으며,
요청에 따라 변경할수 도 있습니다.
정광지
따뜻한 눈 맞춤 정겨운 포옹
포근한 등 두드림 한 번쯤
아낌없이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립다
- 시 ‘그런 사람’ 중에서 -
손경희
어여쁜 날은
꽃잎 속에 피어나고
거친 비바람은
꽃마차 되어 울며 간다
- 시 ‘벚꽃’ 중에서 -
안광석
그대들 앞길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면
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싶다
- 시 ‘안개꽃처럼’ 중에서 -
김정숙
덥다고 쓸어내지 않아도
구름 타고 떠나버린 여름
유난히 하늘은 푸르고
이별은 정해져 있었다
- 시 ‘분꽃’ 중에서 -
박춘옥
어둠이 빗물처럼 스며들고 집들은 문빗장을 여는 시간
술시가 되면 술병이 잠근 문 앞
울음이 손톱을 세우며 문을 긁고 있다
뱉어낸 어둠을 고스란히 안고 후미진 안식처를 찾아 떠도는 한 마리 이리처럼
오늘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다
- 시 ‘페르소나’ 중에서 -
양정직
이순을 넘으니
창문 여는 버릇 생겼다
이쯤 되면
미루나무 우듬지 지그시 잡고 가는
바람에 말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데
- 시 ‘어느덧’ 중에서 -
최잠숙
나에게 서울은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플러스 마이너스 20이다. 딸아이가 유학차 서울로 와 있을 때도 그랬고,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다니는 지금도 그렇다. 난생처음 만난 스무 살 시절의 서울은 나에게는 낯설기만 했었다. 노래 가사로만 듣던 미아리에서의 하루하루는 늘 새롭고 낯선 날들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따뜻하게 다가와 감싸주어도 내게 서울은 여전히 낯설고 어설펐다.
- 수필 ‘플러스 마이너스 20’ 중에서 -
김동분
미끼를 던지고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사냥꾼들이 거미줄처럼 도처에 존재해 있다. 남을 잘 믿고,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종종 그곳에 빠지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둥대다 사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 수필 ‘함정’ 중에서 -
이혜숙
편안한 세상, 안전한 세상,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 신뢰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까. 봄꽃들이 벌이는 향연에 마음 가득 행복을 느끼듯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 수필 ‘요지경 세상’ 중에서 -
이창옥
언제부터였을까. 꽃과 나무들이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들을 바라보고 지켜보는 것이 가슴 뜨겁고 설레는 일이 되었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 흙을 들어 올리고 여린 새싹을 틔울 때, 무럭무럭 자라나서 꽃을 피울 때, 꽃이 지고 다음 해를 기다리며 씨앗을 받을 때, 나는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추가하곤 했다.
그리고 이 가을에 살아가야 할 이유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했다.
- 수필 ‘꽃차를 마시며’ 중에서 -
박재명
기온이 오른 탓인지 사방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세상을 회색으로 덮어버렸다 . 강가에 기대어 서 있는 한 그루를 나무를 만났다.
강에서 핀 물안개를 온몸으로 맞으며 외로이 서 있다. 저 가냘픈 가지들은 올겨울 내내 고추바람에 부딪히고 서걱거리며 쉼 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모처럼 조용한 가운데 평온하다. 내면으로 묵상하는 듯, 어느 깊은 산속 가람을 지키고 있는 고목과 같다.
- 수필 ‘겨울나무’ 중에서 -
김은혜
풀잎 끝에 연 이슬은 가득하지만 넘치지도 않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보이지만 떨어지지도 않고 줄줄 흐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주 작은 이슬방울 속에는 내가 사는 세상도 나도 들어 있다. 이토록 아리따운 이슬방울은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온 누리에 내려앉으면 미련 없이 햇살 등에 업혀 투명한 공기 속으로 기화하여 어디론가 소풍을 떠난다.
- 수필 ‘아침이슬’ 중에서 -
최광식
대야산 정상이다. 마당같은 바위에 서서 사방을 향해 두팔을 벌려 하늘을 안는다. 거대한 영남의 녹색 물결이 펼쳐나간다. 저 푸른 기상과 억센 파도의 물결이 쏟아내는 기를 온몸에 가득 담으니 오르는 내내 겪은 고생이 보람으로 바뀐다.
- 수필 ‘대야산의 여름일기’ 중에서 -
이향숙
얼마나 긴 여정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일까. 나달나달해진 것을 차마 쓸어 내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절대적인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들의 위태로운 삶에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 왔다. 요즘 들어 삶으로부터 느껴지는 아득함과 빗대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 수필 ‘장마’ 중에서 -
문소리
피우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꺾이는 꽃들을 바라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사회 곳곳에는 참 도둑들이 많다. 태초부터 인간의 유전자 속엔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내 것이 아니어도 내 품에 품고 싶은 원죄의 소유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라나면서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까.
- 수필 ‘ 꽃도둑도 도둑입니다’ 중에서 -
이범이
활짝 웃는 웃음이 나팔꽃 같이 곱던 옛 친구가 그립다. 그리운 마음이 찬바람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에 동화된다. 사색을 보채는 가을이 좋다. 오늘도 내 안에다 나를 깊이 가둔다. 눈을 감고 긴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에 날개를 달고 내 인생의 길을 거꾸로 내려가 본다.
- 수필 ‘추억 여행’ 중에서 -
김영애
봄 내내 나와 내 자신의 불협화음으로 심신이 시름시름 앓으며 봄날을 놓치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도 마음도 맑음이다. 이른 오후 업무를 밀쳐두고 훌쩍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랑꾼 샤갈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 수필 ‘사랑꾼 샤갈을 만나러 가는 길’ 중에서 -
김미경
그런데 그 때 눈에 들어오는 매끈한 나무 한그루. 허리춤에 닿을 듯한 아담한 키에 잔뜩 폼을 재며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닌가. 어색함과 궁금증이 밀려오던 찰라....
- 수필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중에서 -
권현숙
요즘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오랜 세월 써 오던 안경을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눈에 끼어 있던 무엇인가가 없어져 버린 듯, 세상이 밝게 보인다. 거리를 오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얼굴이 정겹고 따사로워, 은근한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 수필 ‘안경을 벗고 보는 세상’ 중에서
첫댓글 임시로 손님 읽기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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