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 최대의 벼룩시장 >
8일과 9일 이틀 동안,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안 잔디와 트랙 6천여평의 드넓은 장터에서는,
서울시와 [아름다운 가게]가 주최한 ‘지상최대의 벼룩시장’(2003 Flea Market)이 열렸습니다.
" 어린이와 가족, 외국인, 환경단체 등 3천여팀, 8천여명이 1백만점의 물건을 직접 들고나와 파는 왕벼룩시장은,
그 자체도 볼거리지만 벼룩음악회와 그린 콘서트, 명품 경매, 리사이클 아트상품전, 환경 퍼포먼스 등 즐길거리도 넘쳐
구경 안가면 안간 사람만 손해."라는 홍보 문구에 속아(?) 나도 한번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인 8일에는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려 스산했지만,
MBC TV의 생방송 중계 효과가 컸겠지요, 9일인 일요일에는 오전부터 흥분한(?)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경매 코너에서 미스 코리아(진선미 중 누군지 모르지만)가 출연하여.
카나다 친구한테 받았다는 토끼가죽으로 만든 조끼를 경매하는데,
3만원에 시작한 그 조끼가 결국 어떤 잘 생긴(?) 농촌 청년에게 9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나도 조금 흥분했었습니다.
누이동생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그 청년의 말이었는데, 그 조끼가 정말 9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시나 미스 코리아의 미모에 현혹되어(?), 또는 생방송 탓에 포기하기 어려워 순진한 농촌 총각이 얼떨결에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닌지, TV를 보면서 한참 정신이 어지러웠습니다.
하여튼 나도 사람의 물결 속에 떠밀려 가며,
목요일 아침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들고 나오는 재활용품 비슷한 것들이 어떤 곳에는 산처럼 쌓여 있고,
딴 곳에서는 좌판에 한 가지씩 놓여 있는 것을 구경하자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가장 많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교육적인 효과가 큰 것 같았습니다. 예전의 <아나바다 운동> 처럼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 검소한 생활 모습을 가르쳐 주는 좋은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수익금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는 취지가 '헌 물건'을 사는 손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입니다.
나도 양말 네 켤레(재고품이지만 새 것입니다.^^^),
물통과 컵 3개, 코트 하나, 운동모자 하나 샀는데 무려(?) 만 천 오백 원 들었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비닐 깔판 깔고 한 아주머니가 수석(돌)을 딱 한 개 놓고 앉아 있었는데,
마분지에 적힌 가격표를 보니"1억 원"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로 세로 각각 한 자 정도 크기였는데, 붓으로 그린 듯한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고 구름도 있는 산수화 모양새였는데,
믿기지가 않아 정말로 1억원이냐고 물어 보았다가 수석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한심한 사람 대접을 받고 무안했습니다.
지금사 생각해도 내가 무식한지, 그 아주머니가 이상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20만 명 온 것으로 추정하는데 좀 과장된 것 같고, 1억원 수익금이 걷혀 불우 이웃을 도와 준다고 하니,
비록 벼룩시장의 참된 의미가 [지상 최대의 벼룩시장]이라고 과장한 방송 탓으로 훼손된 느낌이 있지만,
축제 비슷하게라도 사람을 모아 재활용품의 의미를 되새긴 좋은 행사였다고 위안을 삼아 봅니다. **** (200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