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4.
파종과 모종
새잎 하나만 피어나도 설렌다. 새싹이 하나둘 돋으면 신기해서 그 이쁨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먹먹하다. 한가운데서 새 이파리가 돋아나 생명을 잇는 오묘함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쌈채소 모종을 이식한 이후로 매일매일 그놈들 옆을 얼쩡거린다.
흙이 촉촉한데도 떡잎이 말라 죽고 모종의 바깥 잎이 하나씩 말라간다.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게 모르게 행해진 잘못이 있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을 너무 많이 주고 너무 자주 줘서 그런가 하는 의구심도 있으나 물어봐도 아는 교육생이 없다. 근거 없는 추측에 동조하거나 별일 아닌 듯이 이야기한다.
센터에서 나눠준 모종은 다섯 종류다. 적상추 20주, 비트 21주, 청경채 20주, 청상추 21주, 적겨자 21주. 우리 부부가 실컷 뜯어먹고 나눠 먹어도 남을 만큼 많다고 하는데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너무 생소해서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몇몇 교육생들은 오일장에서 종묘를 사서 심었다고 한다. 루꼴라, 비타민, 케일, 고수 등 여러 종류의 모종 이야기를 들었으나 케일 모종만 눈에 익숙하다.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단체카톡방에서 종자를 나눠 준다는 내용이 보인다. 중국 채소들의 종자들이다. 지인이 중국에서 보내준 것들이라며 파종을 원하시면 골고루 나누라는 말이 참 고맙다. 베풂, 나눔이라는 단어는 성인(聖人)들의 사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주위에서 흔히 만나니 존경할 따름이다.
까막눈이라 종자 봉지 그림을 보고 골랐다. 강낭콩과 비슷해서 다섯 알, 단호박 느낌이어서 다섯 알. 이렇게 5종 17개의 씨앗을 골라 비닐하우스로 갔다. 멀칭한 검은색 비닐 위를 우산 꼭지로 푹 눌러 구멍을 뚫고 손가락으로 넓혔다. 흙을 얇게 덮어가며 파종했다. 제발 부탁이니 이 종자들의 싹이랑 잡초가 헷갈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잡초를 애지중지 키우는 바보가 되기도 싫지만, 종자 순을 몰라볼 정도의 어리석음은 없기를 소망한다.
처음 배우는 운동에는 근육통이 따른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니 당연한 일이다. 농업으로 활동 공간이 바뀌니 새로운 단어들이 친숙해지고 있다. 알 듯한 종자, 종묘, 파종, 모종들이 글자통을 동반한다. 종자는 성숙한 식물의 씨앗이며 종묘는 식물의 씨나 싹을 심어서 가꾸거나 그렇게 가꾼 모종이나 묘목을 말한다. 파종은 씨앗을 논이나 밭 따위에 뿌리는 것이고 모종은 옮겨심기 위하여 씨앗을 뿌려 가꾼 벼 이외의 온갖 어린 식물들을 일컫는다. 모는 옮겨심기 위하여 기르는 어린 벼다.
첫댓글 꼭 종자순을 알아보시길 ㅋㅋㅋㅋ
글쎄....
그나저나 이제 한달동안 이아이들 자라는 과정과 오빠의 좌충우돌을 보지못해 우짜지
맘이 아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