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미국 재무부 장관이 어째서 중국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을까? 지금부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GDP 증가분을 비교한 그래프를 보자.
그래프를 보면 중국이 얼마나 무섭게 성장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06년까지만 해도 세계 GDP 증가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미국의 역할이 2007년부터 중국에 역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이런 지표들이 세계 경제의 주체로 우뚝 선 중국을 보여주는 것이며 미국과 함께 견주어 G2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려주는 셈이다.
달러가 들어오고 나가는 두 나라의 국제수지를 통해 그 역학관계를 살펴보자. 국제수지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상업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상수지이고, 또 하나는 자본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자본수지이다. 쉽게 말해서 수출과 수입은 경상수지이고, 돈을 빌려주고 받는 것은 자본수지이다. 경상수지는 다시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이전수지, 소득수지가 있는데, 기본인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만 비교해도 두 나라의 관계가 충분히 드러난다.
서비스수지 면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흑자를 낸다. 서비스수지의 분야에서도 특히 교육과 관광에서 상상을 초월한 돈을 벌어들인다. 우리나라는 물론이요, 전 세계적으로 어학연수다, 유학이다 해서 미국에 보내지 못해 안달이니 당연한 결과다. 캐나다, 호주, 필리핀까지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도 미국으로 보낼 수 없어 선택한 차선책이 아니던가.
관광 수입 역시 만만치 않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가면 입장료를 20달러씩 내는데도 다들 줄까지 서서 열심히 들어간다. 볼 것도 없을 것 같은 오래된 빌딩에 그토록 몰려드는 것을 보면 다른 곳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서비스수지에서 세계 최고의 흑자를 내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점이다. 즉 서비스수지에서 큰 흑자를 내는데도 상품수지에서 엄청 까먹는다는 얘기다. 제조업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치이다.
미국 제조업이 붕괴된 현실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보이는가? 메이드 인 재팬, 메이드 인 코리아,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다. 미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 경상수지를 보면 1년에 수입 2.1조 달러, 수출 1.3조 달러, 적자 8천 달러, 우리나라 GDP가 1조 달러니까 매년 우리나라 GDP 규모만큼 적자를 보는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수준에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적자 규모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미국이 경상수지에서 적자를 내는 상대국은 바로 중국이다. 맨 처음 미국이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를 했고, 투자를 받은 중국은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미국에는 수출된 중국 상품이 가득하고 중국 은행에는 상품 값으로 지불받은 달러가 가득하다.
그렇게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 국가가 된 중국의 보유달러 규모는 자그마치 2조 달러. 우리나라 GDP 규모의 두 배, 우리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의 열배에 달하는 창고에 쌓아놓는 셈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우리의 서너 배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 이렇게 달러를 쌓아놓는 것이 중국에게 좋기만 할까? 내가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의 가치, 즉 내가 가진 화폐가 믿을 만해진다는 뜻이고, 그것은 내가 가진 화폐의 가치를 올린다. 평가절상!
예를 들어보자. 1달러에 천 원이었는데, 수출이 잘되어 원화 가치가 높아져서 이제 1달러는 500원이 되었다. 옛날에는 1달러를 사려면 천 원을 주어야 했는데, 이제 500원만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수출에 문제가 생긴다. 옛날에는 만 원짜리 곰돌이 인형을 10달러에 팔았는데 이제는 20달러가 되었으니,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진 한국산 곰돌이를 사지 않게 되고, 이로써 수출이 부진해진다.
그러므로 외환보유고를 다 이고 있을 수 없으니 중국은 미국의 물건을 사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되는 바람에 사올 물건도 없다. 그래서 대신 미국의 채권을 산다. 미국에는 중국 상품밖에 없고, 중국에는 미국 채권밖에 없는 꼴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소비자이면서 채무자, 중국은 철저하게 생산자이면서 채권자가 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다. 중국 학생들이 가이스너 앞에서 웃어대도 가이스너는 할 말이 없는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