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의 정석에 입각한 현장비평
- 김왕노의 이은솔론
김왕노는 한국 시단에서 이미 자기 세계를 구축한 중견 시인이다. 그의 시 세계는 여러모로 평가가 주어져서 문학상을 통한 객관적 확인을 받기도 하고, 또 여러 지면에서 비평적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요컨대 시인으로서의 무게와 명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뜻이다. 김왕노가 디카시에 관심을 갖고 그 창작과 해설에 합류한 것은 시인으로서 그가 가진 예민한 감각과 순발력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덧 그는 디카시의 특성과 그 진행 방향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논자가 되었다. 이는 그 자신의 시 세계 있어서는 물론, 한국을 발원지로 하는 새로운 한류 디카시의 미래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왕노는 계간 《한국디카시학》 2022년 하반기호에 첫 디카시 평론가의 명호를 좇아 디카시론을 투고했다. 그러기에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은 그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에 해당한다. 그의 평론이 대상으로 한 작품은 이은솔의 디카시집 『연잎의 기술』이다. 바람직한 선택이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옷감이 좋으면 마름질이 좀 서툴더라도 옷이 그럴듯하게 지어진다. 그러나 옷감 자체가 신통치 못하면 아무리 능숙한 재단사가 매만진다고 해도 옷의 모양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은솔의 디카시가 현재 디카시 수준의 전방 지점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이 김왕노의 평론을 값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좋은 시와 좋은 비평이 조화롭게 만난 형국이다.
김왕노는 이은솔의 디카시 연잎의 기술』에 주목하고 그 의미를 잘 해명했다. 왜 이 작품이 독자의 감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왜 시집의 표제작으로 내세웠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인다. 그는 이은솔의 디카시 전반을 고찰하기에 앞서서 문명비평론적 논의를 앞세운 다음, 이은솔 디카시가 가진 여러 요소를 중점적으로 거론한다. 공감의 미학, 역설과 해학, 공존과 상생, 함축적 표현, 자연친화, 순간 포착과 확장 등의 시적 의미망이 매우 촘촘하게 펼쳐져있다. 좋은 디카시와 디카시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교범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