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 - 정유순] ‘전라도천년사’왜 폐기해야 하나
[한국공공정책신문=임지수 기자] 필자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거의 평생을 공무원으로 봉직하다 퇴직한 그저 평범한 시민이다. 고향이 좋아서 고향을 찾고 우리의 문화가 좋아서 산천을 두 발로 걸으며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발길 닿는 대로 역사 유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이하여 『전라도천년사』가 발간된다는 고향소식에 기쁜 마음이 앞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내용을 보니 뭔가 허전하고 나의 몸속에 남의 영혼이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선 『전라도천년사』를 집필하게 된 집필진이 가장 중요하게 참고자료로 활용한 『일본서기』에 대한 의문이다. 집필진의 한사람인 이영식 교수(인제대 사학과 명예교수, 가야사학회 초대 회장)께서 “『일본서기』를 한국과 중국 사료를 기반으로 비판적으로 재해석해, 식민사학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료로서 활용하였다.
특히, 이를 통해 한국 고대 정치체로서 기문, 반파, 침미다례 등의 존재를 밝히고 그 위치를 전라도 지역에 비정하였다”고 하셨다. <전라일보 2023.07.19자>
그리고 우석대학교 조법종 교수께서도 2023년 7월 27일 ‘전라도천년사 왜곡 논쟁 토론회’남도일보 토론에서“일본서기는 일종의 독(毒)이지만 그 독을 제거하고 우리에 맞게 비정한 것이므로 아무 이상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이 책은 2022년 12월에 이미 발간되어 『예스24』등 인터넷 서점을 통해 이미 유통 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전라도천년사』 발간에 관한 발간과 배부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일이다. ‘독인 줄 뻔히 알면서 사용했다’는 뻔뻔함이 극치를 이룬다. 그리고 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24억 원이나 투입 하면서도 이를 담당할 T/F팀 하나 만들지 않고 전권을 위임 했다는 데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모든 행정은 기획(Plan) 집행(Do) 확인(See)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엇을 믿고 이를 생략 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 고대역사 왜곡의 시작이 된 조선총독부 제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먼저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역사·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며, 민족혼·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고 그들 조상들의 무위·무능·악행을 들추어내 그것을 과장하여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쳐라.”는 교육시책과 여기에 맞춰 만들어진 『심상소학역사보충교재』에 대하여 한번이라도 읽어 봤는지 심히 의심이 간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우리 역사교과서에 실린 관련 내용들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상소학역사보충교재』의 <1. 상고(上古) 시대의 조선반도>의 교수요지(敎授要旨)에는 “조선반도의 연혁은 북부와 남부가 크게 다르다.
북부는 예로부터 중국의 속국(屬國) 또는 영토였다는 사실을, 남부는 곧 조선인의 조상인 한족(韓族)의 거주지로서, 이 지방은 일찍부터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로 적었다.
강의요령[說話要領]에는 북부조선과 남부조선으로 구분하여 고대 일·한(日韓)의 교류를 강조해 놓았다. 북부조선을 기자조선과 위만조선 그리고 한사군(漢四郡)으로 압축시키면서, 기자조선을 “옛날에 반도의 북부를 조선이라고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 기자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와서 조선의 왕이 되었으며, 기자는 중국에 있던 은(殷)나라의 왕족이었는데, 그 나라가 망한 후, 조선에 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로 날조하였다.
또한 위만조선을 “기자의 후예인 준(準) 때, 연(燕)나라의 위만이라는 사람이 조선반도의 북부에 들어와서, 준을 몰아내어 그 나라를 빼앗았고, 위만의 손자인 우거(右渠)에 이르러, 그 나라는 한무제(漢武帝)에 의해 멸망했다.”로 해 놓아 실제로 기자조선 위만조선이 있었던 것처럼 날조하였다.
한사군(漢四郡)은 “한무제가 위만조선의 우거가 자기의 명령을 위반했다고 하여, 군대를 보내 멸망시키고, 그 땅에 4군(四郡)을 설치했다. 기자 때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 상태였지만, 이때에 이르러 완전히 중국의 영지(領地)가 되었다.
4군은 후에 2군이 되었으며, 중국의 영토였던 것은 약 420여 년 동안이었다.”로 하여 고조선을 완전히 부정하였다. 남부조선(南部朝鮮)은 한(韓) 종족의 영역으로 강제하고 일본과 임나제국의 관계를 “신라는 그 서남 지역에 있는 임나제국을 정복하려고 끊임없이 가라국(加羅國)과 싸웠다. 주아이천황[제14대] 때 황후와 함께 군대를 이끌고 규슈에 행차하셨지만, 군중(軍中)에서 돌아가셨다.
그런데 황후는 천황의 뜻을 이어 규슈 전체를 평정하셨을 뿐만 아니라, 다시 친히 바다를 건너 신라를 정복하고 굴복시키자, 백제와 고구려 두 나라도 사신을 보내 조공하고, 함께 속국의 예를 갖추었다.”라고 하면서 삼국을 속국으로 만들어 아예 일본 위주로 조작하였고, 임나제국과 가라국을 동일시하였다.
이런 내용으로 도배된 『심상소학역사보충교재』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는 일본서기를 내세워 우리의 역사를 조선반도 안으로 구겨 넣으려는 수작이요, 우리 민족을 외세 없이는 문명을 깨칠 능력이 없는 무능 민족이요, 그나마 우리나라 남부는 일본이 다스려 겨우 나라의 기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 위한 식민침탈수단이다.
이러한 일본서기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남부를 임나로 비정하였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실증사학을 신봉하는 강단사학계에서 과연 『심상소학역사보충교재』를 실증을 한번이라도 해 보았는가? 자기들은 실증을 못한 역사를 어떻게 함부로 비정하는가? 역사는 어느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전라도천년사』는 어느 특정지역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역사 왜곡은 그 시대를 살았던 조상에 대한 심한 모욕이며, 앞으로 이 땅의 주인이 될 다음 세대에 대하여 영원한 멍에를 씌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폐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행정 당국도 24억 원의 혈세가 어떻게 집행되었나를 확인하고 결과물에 대해 전라도민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
http://www.knpp.co.kr/news/229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