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체류기 19] 열정과 감동이 가득했던 9월 20일 목요일의 기록
오늘은 강의실을 National Cancer Center(국립암센터)로 옮겨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큰 강의실에 의대생 20여 명과 병리사 14명이 띄엄띄엄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병리사를 위한 면역화학 기술 강좌이다 보니 아무래도 의대생들의 참석률은 조금 낮았습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초에 처음 도입되었던 면역병리가 이곳 몽골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습니다. 냉동절편 진단과 면역병리가 본격적으로 응용된다면 몽골의 병리 의학 수준도 한 단계 훌륭하게 도약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현지 병리의사들과 병리사분들의 관심과 열의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루빨리 현장에 적용하고 싶어 하지만, 부딪히는 현실은 너무나 비싼 시약값… 안타까운 마음에 발목이 잡히는 듯했습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종양센터의 면역염색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염색 단계인 'Antigen Retrieval(항원 복원)' 과정에 이상이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는데요. 당장 그 자리에서 교정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쉬운 대로 상세한 설명으로 마음을 대신했습니다.
오후에는 어제 다 마치지 못했던 특수염색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이것으로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14명 병리사분들의 교육도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듬뿍 들었는지 헤어짐의 순간이 참 서운하게 다가오네요.
지난번 지방 병리의사 수련 때와 마찬가지로, 한 분 한 분 수료증에 직접 서명하고 전달해 드리는데 가슴속에서 깊은 감동과 보람이 전율처럼 밀려왔습니다. 이 강렬한 울림과 계시 같은 느낌 덕분에 제가 자꾸만 이곳 몽골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병리 진단을 위해 병리의사의 자질과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바로 '병리사의 질 좋은 병리 표본 제작'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겼습니다.
4시 반부터는 병리의사분들과 체액세포학에 대한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어, 아쉽게도 준비된 송별 피자 파티는 뒤로한 채 7시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녁 8시에는 한국 인하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Dr. 보이나가 남편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함께 저녁 외식을 하고 제 거실로 돌아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함께 둘러보았는데요. 최근 의대 강의를 시작했다는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강의 자료들을 기꺼이 가득 챙겨주었습니다.
오늘 새벽 3시 반에 눈을 떴으니 무려 19시간 동안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네요. 이제야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밀려오지만, 가슴 한구석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충만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