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 동네 돌아보기 - 숲과 땅에 온 봄 >
아이들과 함께 동네산책을 했다. 이번주 초만 해도 냉이를 많이 캤는데 몇일 사이에 벌써 꽃이 핀 줄기에 물기가 줄었다. 냉이꽃 사이로 꽃다지도 함께 둔덕을 이룬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꽃이니 들풀이니 별 관심도 없이 발길질을 해대며, 저들끼리 재잘거리며 걸어간다. 한참을 함께 걸어가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아......! 마을 끝에 병풍처럼 둘러선 숲을 보았다. 숲의 색깔이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봄이 온 걸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몸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얇은 연두빛 면사포를 둘러쓴 듯한 색깔, 아직 마른 나무의 갈빛과 어우러져 신비하고 묘한 색을 자아내고 있었다. 좀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 위에 새순들이 오종종 나와 있었다. 그렇게 딱딱한 껍질을 뚫고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오다가는 ‘뒤로 걷기 시합’을 했다. 챔피온은 하람이, 진혁이, 나경이. 어진이는 뒤로 걷기를 꽤 많이 하다가 지팡이를 자처해서 교실까지 진혁이를 뒤로 데리고 와 안내자 참피온. 교실에 들어와서까지 뒤로만 다니는 진혁이에게 하람이가 하는 말. “너 좀 오바하는 거 아니냐?” 뒤로걷기 챔피온들에게는 선물로 간식 먹을 때 만두 하나씩 더 먹게 했다.
< 리코더 연주와 작사 >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잔디밭엔 새싹이 파릇파릇 나고요/ 시냇물은 졸졸졸 노래하며 흐르네 “
이런 가사로 알고 있었던 노래가 ‘새의 노래’라는 리코더 합주곡으로 되어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리코더로 한구절씩 따라서 불어 보았다. 음을 익힌 다음에야 악보를 나누어 주었다. 악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불었다.
그리고 나서는 음만 있는 그 악보에다가 봄에 맞는 노래가사를 지어 보자고 했다. 열심히들 써 본다. 봉년이는 처음에는 귀찮은 기색을 보이더니 아예 혼자 뒤에 놓여진 책상을 차지하고 앉아서 머리를 갸웃갸웃해가며 아주 몰두해서 가사를 짓는다. 다 지은 다음에는 악보의 맨 위에다가 ‘작사 아무개’하고 모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 나연이의 가사 (제목은 ‘봄바람’) :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꽃잎들이 휘날리고 그것들은 첫눈같네/ 봄이오는 소식-이 나-에게 오네
* 나경이의 가사 (제목은 ‘하늘과 춤추네’) : 동글동글 보름-달 달맞이 나가지/ 반짝반짝 별님도 흥겨워서 춤추네/ 우리들도 춤추네 하늘과 다같이
* 예슬이 진주의 공동작품 (제목은 ‘단풍잎’) : 가을에는 울긋불긋 노을빛 단풍잎/ 바람에 살랑살랑 떨어지는 단풍잎/ 해질녘 노을빛에 떨어지는 단풍잎
거꾸리 진혁이는 가사를 다 반대말로 바꿔서 지었고, 봉년이는 돼지갈비 노래를, 홍석이는 열심히 똥의 노래를 지어서 가지고 왔다.
< 씨앗 이야기와 자연학노트 표지 만들기 >
동화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를 이야기해 주었다. 책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직접 드로잉한 여덟 장의 그림을 하나씩 넘기면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아주 집중해서 듣는다.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꽃이 되고 싶을까? 나무가 되고 싶을까?
어느 가을날, 작은 씨앗이 땅위에 떨어졌어. 새가 쪼아먹거나 벌레가 물어가지 못하게 흙이 스르르 덮어 주었지.
씨앗은 춥고 기나긴 겨울동안 땅속에 누워 새 봄이 오기를 가만히 가만히 기다려.
어느새 봄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지. 단단한 씨껍질은 물기를 머금고 부드러워져.
따사로운 햇볕이 땅을 데워주지. 따뜻한 흙 속에서 씨껍질이 부풀어 올라, 한껏 부풀어오는 씨껍질이 툭하고 갈라져. 그 작은 틈새로 하얀 뿌리가 꿈틀대며 밀고 나와.
단단한 흙을 비집고 하얀 뿌리가 쑥쑥 뻗어나가. 흙 속의 물과 양분을 쭉쭉 빨아들이면서, 어린 싹이 씨껍질을 벗으면서 비죽이 고개를 내밀어.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땅 위로 밀어 올려.
그 이야기를 듣고 동물학, 식물학 수업을 할 자신의 노트 표지에 그림과 시를 쓰는 작업을 했다. 3학년 수업때도 그랬지만, 모든 아이들이 아주 정성껏 그렸다. 교사가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끌어내고, 아이들에게 숨겨진 더 많은 것을 나오게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다음주에는 이것을 가지고 엄마들이 오셔서 노트를 만들어 주실 거다.
올해는 온힘을 다해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의 힘을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곧 다가올 사춘기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고통이 찾아올 때 이 이야기를 몸으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새로운 성장을 하기 위해 온 몸으로 지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과정이 올해 따라 유난히 나의 마음을 파고 든다. 새싹이 뚫고 나오는 고통이 느껴지는 아주 새로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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