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학파
1930년대의 2번째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는 '소득결정이론'의 탄생은 거의 J.M. 케인스 한 사람의 업적이었다. 케인스는 어떤 의미에서 이전에는 한번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문제들에 의문을 품었다. 우선 그는 기업의 균형이나 자원배분 보다는
국민소득수준과 고용량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것 역시 수요와 공급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때의 '수요'는 일국 경제의 총유효수요를 의미하며, '공급' 역시 그 나라 전체의
생산능력을 의미한다. 유효수요가 생산능력에 못 미치면 그 결과는 실업과 불경기로
나타나며, 반대로 유효수요가 생산능력을 초과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다.
케인스 경제학에서의 핵심내용은 유효수요의 결정요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해외무역을 제외시킨다면 총유효수요는 크게 나누어 소비지출·투자지출·정부지출 등의 3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들 지출의 내용은 각각 독립적으로 결정되는데, 케인스는 이에 따라 산출되는 유효수요의 수준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물질적 능력을 초과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물질적 능력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즉 경제구조에 모든 인력과 기계의 완전고용 상태를 항상 유지시켜주는 어떤 자동적인 원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함축하고 있는 그의 기본 논리는 전통 경제학 지지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히려 케인스와 반대로 경제체계란 원래 자동적으로 완전고용을 이룬다는 가정에서
자신들의 도피처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총소비나 총투자 등의 총계 변수에 관심을 집중하고 그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단순화함으로써, 현실에 널리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모형을 고안했다. 뒤이어 그의 이론체계에는 많은 수정이 가해졌는데, 그
사실을 케인스 자신은 거의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아무튼 변화된 그의
이론은 기존의 이론체계에 완전히 동화되었다. 그렇지만 발라 이후의 또는 리카도 이후의 경제학사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이론을 덧붙인 경제학자는 유일하게 케인스뿐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케인스 자신이 연구한 거시경제이론은 시간을 중요한 변수로 포함하지 않는, 단기의
정태적(靜態的) 모형들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그의 제자인 로이 해러드는 〈동태 경제학 입문 Towards a dynamic Economics〉(1948)을 펴냄으로써 새로운 분야인
'성장이론'을 출범시켰다. 뒤이어 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성장이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시간에 따른 총계적 경제변수들의 흐름을 분석해 경제성장의 전과정을 설명하는 거시적 동태이론을 전개해나갔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따라 국민소득 신장률, 자본계수, 저축률 등이 동태적 요인들로 부각되었으며 안정된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률이나 균형성장률을 위한 조건 등의 문제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결과 수학적 동태모형에 의거한 경기순환분석이 이루어졌는데, 그 가운데 특히 틴베르헨·새뮤얼슨·굿윈·힉스등의 모형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가속도인자·승수·시차(time-lag) 등을 도입한 소득분석이론이 다시 통계학과 더불어 경기순환의 계량경제학적 접근을 촉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