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가 꿩을 잡으려는 것을 살려주어 은혜를 같은 꿩"들의 종소리에 유래되어 "적악산"에서 꿩을
의미하는 "치"자를 써서 치악산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는 치악산이 오늘의 목적지다.
2월 그 무섭도록 차고 매섭던 겨울이 먼 발치로 밀려난 듯 간간히 따뜻한 열도의 바람이 작은 소리를
내며 수평으로 내 얼굴을 훏고 지나간다.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을 걷어내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일상의 답답함을 툭 털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을 호흡할 수 있는 산길에는
서로간에 못 전한 속내를 드러내 보일 수도 있고, 화살처럼 다가오는 미래의 나를 설계하고
지나버린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어 훌쩍 떠나는 산행이 나는 좋다.
한달동안의 휴식으로? 보송보송해진 등산화 때문일까? 아님 솜털처럼 가벼워진 내 마음 때문일까?
치악산의 황골지구 탐방코스는 주봉인 비로봉으로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이며 난이도가 낮아
원정산행이나 초보산행자들에겐 인기가 좋을 듯하다.
어울리지 않는 아스팔트를 따라 입석사까지 걸으며 몸을 풀고나니 곧바로 이어지는 능선까지의
급경사 코스다.
이 정도의 코스면 걸어볼 만하다던 친구들의 친구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길어지고 늘어지는
40명 친구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중산간 길에 펼쳐진 매마른 가지들은 간간히 메달린 나뭇잎을 흰 눈위에 흩뿌리며 추웠던 겨울을
잘 견디어 내고 있었고 기세좋던 눈들도 가는 햇빛에 솜사탕처럼 녹아 내리고 있었다.
"이놈의 산" 아! 그러나 미워할 수가 없다.
고개를 들면 멀리 향로봉과 남대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풍광들, 눈길을 낮추면
차마 다 이름 지어주지 못한 능선들의 군락, 깨알처럼 작디작은 내가 풀 한포기, 나무한그루를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오름의 고단함들을 이기고 발끝에 닿는 눈을 건드려가며 하염없이 걷다보니 정상이 코앞이다.
모두의 안전산행과 산행을 허락하신 신들께 감사드리는 시산제도 내겐 낮선 경험이였다.
정상을 돌탑을 뒤로하고 미끄러지듯 구르듯 사다리병창을 지나 하산길.....^^
긴 그림자로 하루 여정을 접으며 버스에 오를때 쯤이면 지친 만큼 두터워진 삶의 의미를 새삼
확인해 본다.
살아가는 일이란 게 어차피 오늘 하루의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