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1849년에 쓰여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진찬의궤(進饌儀軌)' 등에 기록이 나온것으로 보아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은 음식으로 추측된다.
특히 고종 황제는 냉면을 좋아해서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배달하여 편육과 배, 잣을 얹어 먹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추운 겨울철에 따뜻한 온돌에서 먹는, 속이 시원해 지는 평양냉면과 얼얼하고 쫄깃쫄깃한 함흥냉면을 즐겨 먹던 북쪽 지방의 멋스러운 음식문화는, 6 ·25전쟁 후 남쪽에서도 널리 퍼져 지금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여름철에 많이 애용하는 음식이 되었다.
남쪽 지방에도 '전통'의 냉면이 있다.
경상남도 진주의 진주냉면은 대한민국에서는 평양·함흥냉면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동국세시기'에도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냉면이며, 조선시대의 권번가에서 야참으로 즐겨먹던 고급 음식이었다.
1994년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의 민족전통' 식생활풍습 부분에 "냉면 중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다" 라고 기록될 정도로 그 맛이 평양냉면과 겨뤄진다.
진주냉면은 소의 사골을 이용해 육수를 달이지 않는다.
고급 멸치에 속하는 죽방 멸치와 바지락, 마른 홍합, 마른 명태, 문어, 표고버섯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뜨겁게 달군 무쇠를 육수에 반복해서 담궈 육수의 비린 맛을 제거한 후 보름 정도 숙성시킨다.
또,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은 무를 얄게 썰어 절인 것을 고명으로 얹는데 반해, 진주냉면은 잘 익은 배추김치를 다져 넣고 쇠고기육전과 지단 등 여러가지 고명이 얹저져 모양새가 매우 화려하다.
평양냉면은 메밀 반죽한 것을 큰 솥 위에 설치한 국수틀에 넣고 눌러 곧장 끓는 물에 떨어지게 하여 삶아진 국수를 찬물에 건져 헹구어 사리를 지어서 큰 대접에 담고, 편육 ·쇠고기 볶음 ·오이채 ·배채 ·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고 쇠고기 ·닭고기 ·꿩고기로 만든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미리 차게 식혀 두었다가 가만히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다.
함흥냉면은 함경도의 향토요리로 회냉면이라고도 한다.
삶은 국수를 국물에 말지 않고 홍어회를 맵게 무쳐서 꾸미로 얹고, 먹을 때 마음대로 비벼서 먹는다.
국수는 감자나 고구마의 녹말을 반죽하여 면본(麵本:국수틀)에 넣고 눌러, 끓는 물 속으로 국수를 뽑아 넣어 익으면 바로 찬물에 건져서 사리를 지어 큰 대접에 담는다.
홍어는 잘게 썰어 고춧가루에 갖은양념을 섞은 것을 넣고 맵게 무쳐서 얹고 오이 ·무 등을 채로 썰어 한 옆에 얹는다. 을 때는 식성에 맞추어 마음대로 간을 더하여 먹는다.
보통 물냉면은 평양식, 비빔냉면은 함흥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육수냐, 비빔장이냐 하는 조리법의 차이가 아니라 면을 만드는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즉 메밀로 만들어 부드러운 면은 국물과 잘 어울리는 평양식이고 고구마나 감자 전분을 섞어서 쫄깃한 면은 비빔장이 더 잘 어울리는 함흥식이다.
메밀은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특히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나 트레오닌, 라이신 등이 다른 곡류보다 많고 단백질의 질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 B1과 B2는 쌀의 3배나 되며 비타민 D와 인산 등도 많이 들어 있어서 변비와 고혈압에 매우 좋은 식품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P의 한가지인 루틴이 6mg%나 들어 있는데, 루틴은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궤양성 질환, 동상, 치질, 감기 치료 등에 효과가 인정되어 임상적으로도 이용되는 성분이다.
또한 '리파아제'라는 지방분해 효소가 들어 있어 냉면 다이어트를 할 경우 지방 분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고향이 북쪽인 아버지는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 인듯 유별나게 냉면을 즐기셨다.
냉면을 드실 때면 아버지는 당신 냉면 위에 얹혀있는 돼지고기 편육 한 점은 꼭 나에게 덜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말수가 적으셨던 아버지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셨던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한동안 냉면을 멀리했었다.
냉면을 앞에 두고 있으면 아버지가 어른거려서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했든가, 이제는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고 냉면을 잘 먹는다.
요즘 냉면은 면에 녹말이 많이 들어가서 아주 질기다.
또 예전의 이북식 냉면에 비해 그 맛이 새콤달콤한 것이 아주 자극적이어서 추운 겨울 아버지를 따라가서 먹었던 그 냉면과는 맛이 아주 다르다.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식구들은 이북식 냉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북식 냉면집을 찾는다.
그곳에 가면 아버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은밀한 추억을 되돌려 드리고 싶어 돼지고기 편육은 먹지 않는다.
이북식 냉면의 그 밍밍한 육수는 아직도 생생한 추억의 하나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내 가슴에 남아있다.
첫댓글 옛날 어른들 하시던 말씀에' 내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게 가장 큰 기쁨'이라셨는데, 이쁜 딸내미 고기 한 점 물고 오물거리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셨을 아버지, 한 폭의 그림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