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검진 때 만나는 초음파 속 태아 읽기
매달 병원으로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면 기차 기적소리 같은 심음과 더불어 태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는 예쁘게 출력까지 해주는데, 문제는 임신 주수가 늘어갈수록 태아 사진이 점점 추상화처럼 변해간다는 사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쏭달쏭한 초음파 사진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산부인과에 한 번이라도 가봤던 임산부라면 초음파 검사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임신을 확인하고 난 후 초음파로 듣던 아기의 심장박동 소리는 예비 엄마 아빠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자궁 안에 무사히 착상한 아기의 모습을 초음파로 확인하는 순간의 기쁨은 세상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안겨준다. 임신 기간에 따라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 이것저것 설명할 때는 알겠는데, 집에 와서 보려면 도통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음파 사진에 나타난 내 아기, 좀더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의사는 초음파로 무엇을 보는 걸까?
의사들이 초음파 검사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초기에는 임신 주수(GA), 6~12주에는 두둔장 길이(CRL), 12주 이후에는 머리 크기(BPD)와 허벅지 길이(FL), 복부 둘레(AC)다. 이를 바탕으로 태아의 체중을 계산하여 분만예정일을 산출하는데, 반사되는 초음파의 크기로 계산되어 나온 것이므로 실제와는 상당한 오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점검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임신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_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하고 태아의 크기를 측정함으로써 임신 주수를 확인할 수 있다. 임신 6주경에 착상된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크기를 측정하여 분만예정일을 산출한다.
태아가 잘 크고 있는지_태아의 머리 크기, 복부 둘레, 다리뼈(허벅지) 길이를 측정함으로써 임신 주수에 따라 태아의 크기가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임신 주수를 산출한 경우, 임신 28주에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가 23주 크기라면 ?태아 발육 지연?이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태아에게 질병은 없는지_초음파 검사는 태아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면서 태아의 기형을 진단할 수 있다.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머리에 물이 차는 수두증, 콩팥에 물이 차는 수신증, 뒷목에 물이 차는 낭종, 뇌 형성이 정상아의 반 정도에 그치는 무뇌증, 태아 수종, 위장관 폐쇄, 장기가 횡경막을 뚫어 폐로 호흡하는 것을 방해하는 횡경막 탈장 등의 질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복부 초음파 검사로는 임신 18주 이후에 기형이 진단되지만, 최근에는 질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좀더 일찍 태아의 질환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태아가 건강한 상태인지_초음파 검사로 임신부의 자궁 내 양수량을 측정해 양수과다증 및 과소증을 진단할 수 있다. 양수과다증의 경우 태아의 기형 빈도가 높고, 양수과소증에서는 저산소증이나 태아의 기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임신 중 태아의 체중, 태동, 혈류(태반, 탯줄에 흐르는 혈액의 양)를 확인하여 자연분만까지 기다릴 경우 태아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조기 출산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밖에_태아의 위치, 태반의 위치, 산모의 자궁이나 난소의 종양 등을 초음파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 영상에서
보여지는 영문 약자들
*BPD biparental diameter 머리 크기(지름)
*FL femur length 허벅지?다리 길이
*CRL crown lump 두둔장 길이(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
*GA gestational age 임신 주수
GS gestational sac 태낭
EDD expected date of delivery 분만예정일
*AC abdominal circumference 복부 둘레
FTA fetal trunk area 복부 면적
EFW expected fetal weight 체중
*표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들
일반인이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손,발,얼굴 등 외형_초음파 검사를 하면 언청이 등 태아의 외형적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다. 평면 초음파 영상인 2D는 일반인의 눈에는 잘 안 들어오지만, 그래도 태아를 가장 정밀하게 볼 수 있는 검사 도구로 알려져 있다.
또한 3D, 4D(realtime 3D)로 알려진 입체 초음파 검사는 태아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주로 일반인들에게 태아의 얼굴을 보여줄 때 사용한다. 사진을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위에 따라 외형의 윤곽을 살펴 정상 유무를 따져보면 된다.
3D 입체 초음파 영상으로 임신 7개월 무렵 태아의 얼굴을 확인했던 이수경(32세) 씨의 경우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자궁에서 웅크리고 있던 아기가 3D 입체 초음파 검사를 시작하자 갑작스레 손발을 쭉 뻗더니 감추었던 얼굴을 보여준 것이다. 태아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태교에 심드렁했던 남편도 좀더 적극적으로 아기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부부 간에 대화도 많아졌다고.
장기는 의사 조언을 참고로_태아의 해부학적 구조를 평가하여 선천성 기형을 진단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는 내부 장기의 이상을 측정하여 영상으로 보여준다. 주로 대뇌의 뇌실, 태아 심장의 4심방상, 척추, 위, 방광, 신장 등을 볼 수 있는데, 산부인과 진료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화면이 나타난다면 대개 이 같은 장기들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임신 8개월의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 박승권(34세) 씨의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신장이 부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보여지는 영상만으로는 상태를 짐작할 수 없었는데, 다른 장기와 비교하고 모니터상에서의 눈금을 예로 들어 하는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박씨는 8개월에 접어들 때쯤 초음파 검사를 통해 괜찮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느긋하게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태아의 성장 징후_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태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태아의 머리 크기(BPD), 복부둘레(AC), 허벅지 길이(FL 대퇴부) 등을 산출한 영상을 출력해 준다. 실제 크기를 축소비례로 보여주므로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성기는 알아보기 힘들어_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성 구별이 가능한 시기는 임신 13주 전후이지만, 대개의 경우 태아가 웅크리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성기를 가리지 않은 경우라면 확인이 가능하고 영상으로 출력해서 볼 수도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의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따라서 성기가 확인된 영상을 주더라도 전문가의 확인이 없으면 사실상 아들인지 딸인지 판단하긴 어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