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더없이 청명한 곡우 날!
대구는 3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라는데 우리는 우전(雨前)를 만들기 위해 지리산 피앗골로 향했다
대구서 파앗골까지 3시간 30분!
가자마자 먼저 차 한잔씩을 마시고 앞치마,머리수건,토시, 장갑등 작업 복장을 갖추고 차 덖기에 나섰다.
우전은 곡우전(穀雨前)에 따는 첫 물차로 어린 잎이라 연하여 맛도 좋지만 탕색 또한 담박하다.
새벽에 딴 싱싱한 차 잎을 무쇠 솥에 넣고 고온에 덖으면 차향이 싱그럽고 묘하게 퍼져나온다.
아~~차향(茶香)이 온 몸을 감싸는 행복감!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어린 생잎을 11회 덖음과 유념을 반복했다.
구증구포(九蒸九曝)는 아홉번 찌고 아홉번 말리는 일인데 9란 단지 아홉이 아니라 횟수의 최대를 말하며
최대한 법제했다는 뜻이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차를 맛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차 덖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을 동안 건조기에서 잠시 차를 말렸다.
건조기에서 나온 차는 다시 약한 불로 차 맛을 더하기 위해 수차례 더 덖었다
이후. 부서진 차 찌꺼기를 쳐서 털어내고 진공 포장을 한 후 각자 2봉지씩 나눠 가졌다.
이틀 후 숙성된후 먹으면 더 맛나다네요.
제다교육원의 운영을 위해 차를 구입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 100그램을 150,000원에 별도로 구입했는데
시중 가격보다 비쌌다. 차 맛이 몇배가 좋으면 오히려 싼 편이란 계산은 현명? ㅎㅎ
우리가 오늘 덖은 우전은 완성품이 취색(翠色)이 나는 특상품이다.
면장갑을 시서 삶아서 냄새를 제거하고, 제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머리수건까지 완전 무장을 했다.
어린 첫물차의 크기를 동전과 비교해 보았다.
첫번째 덖음은 300도가 넘는 강한 불로 무시솥에 익히듯 재빨리 볶아낸다.
나실장도 차향에 듬뿍 빠졌다.
차문화학과 재학중인 허순남선생은 리포트가 해결되겠다면서 즐거워한다.
높은 온도에서 덖은차는 유념을 하며 식힌다. 유념시 동일방향으로 하는 것이 중요!
시범을 보이셔야죠.
배운데로 실시
유념은 천천히, 꼼꼼하게 한방향으로 .....
차를 넣어 차 밥을 지어 각자가 가지고 온 반찬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점심 후 침향차를 한잔씩 했다.
건조기에서 잘 말랐나 보다.
점심을 먹을 동안 건조기에 잠시 들어가 말린 차가 잘 말랐다.
약한 불에서 여러번 덖어 차 맛을 낸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차 향과 차 맛이 결정된다.
약불에서 덖고 식히고 덖고 식히기를 서너번하며 맛을 낸다.
약불에서 맛을 낸 차는 제다과정에서 부서진 차찌꺼기가 까불어 날려버려야 한다.
"茶以靑翠爲勝" <동다송>에서 "차는 푸른 취색을 빼어난 것으로 친다."고 한다. 취색으로 잘 덖어진 차!
갓 따온 어린 생잎이다. 아래는 차 잎의 변화과정
첫번째 덖음
첫번째 유념 후
7~8회 덖었을 때
잘 만들어진 차는 진공 포장을 한다. 나실장 이제 전문가 다 된 것 같네요.
제다를 마치고 함께한 다우(茶友)들과 기념촬영. 영주와 구미서 온 분들이 많았다.
벽화는 한글로 소요(逍遙)라는 글자라고 하는데 ....글쎄요?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서 따 온 듯하다.
하기사 절을 떠나 지리산 피아골에서 차에 매료되어 차와 함께하는 분들이니 영혼이 자유로워 보였다.
번잡한 일상을 떠나 다우(茶友)들과 차를 덖고 차를 마시며 모처럼 한가하게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차는 옮기면 잘 살지 못하는 성질이 있어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여 고래(古來) 시집가는 여인들은 시집간 후
사흘만에 사당(祠堂)에 차를 올렸다.
요즘 시집가는 색씨들은 다기세트를 예단으로 시어머니께 드리기도 한다.
차인(茶人)들은 입문하면 그 스승을 바꾸지 않는 풍토가 있는데 이는 차나무의 속성을 따랐나보다.
차는 상록수로서 언제나 변함없이 푸르다. 차 탕은 맑고 순수하고 그윽하여 마시는 기호 음료 이상으로
심신을 수양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동다송(東茶頌)의 음다지법(飮茶之法)은
객중즉훤(客衆則喧)이라 하여 객이 많으면 떠들썩하여 혼자 마시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
獨啜曰神, 혼자 마시는 것을 神의 경지라 하고
二客曰勝, 둘이서 마시면 가장 좋고,
三四曰趣요,서넛이 마시면 멋있고
五六曰泛, 5~6명이 마시면 덤덤하고,
七八曰施也 7~8명이 마시면 그저 나눠 마신다하여 하며 차마시는 것은 조용한 정취를 최고로 여겼다.
다산(茶山)선생의 걸명소(乞茗疏)는
차 마시기 좋은 때를
아침 안개가 피어날 때(朝華始起),
뜬 구름이 맑은 하늘에 희게 날 때(浮雲皛皛於晴天)
낮잠에서 갓 깨어났을 때(午睡初醒)
밝은 달이 푸른 시냇물에 드리워져 흐트러져 있을 때(明月離離於碧澗)라고 하였으나
미세먼지가 날리고 시끄러운 도시 생활에서 정취있는 <차마시기 좋은 때> 를 만들기란 쉽지않지만
오늘 다우들과 정성들여 덖은 차를 달여서 억지로라도 소요유(逍遙遊)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