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우 게으른 사람입니다. 책을 잘 안 읽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적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논리에 의한 내용이지 어느 책이나 학자의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두려운 단어 중 하나가 '참고문헌'입니다. 물론 영어가 더 두렵죠. 그러니 케리그마, 디다케, 디아코니아 이런 헬라어 사실 잘 모릅니다. 주워들은 거에요. 그런데도 이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건... 그냥 멋있어보여서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의 삶이라고 할 때 네비게이토 성경공부 교재 배운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말씀, 기도, 교제, 전도"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간결하게 잘 정리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언급한 케리그마와 디다케는 '말씀'에 해당하고 디아코니아는 '교제'에 해당합니다.
말씀을 케리그마와 디다케로 나누는 방식은 제가 팟캐스트 말씀나눔에서 사용한 방식과 흡사한데 성경 이해에 대해서 심리학적 이해 부분을 언급하고 그러한 필터링으로 남는 것이 복음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설명에서 심리학적 이해는 디다케가 되는 것이고 필터링으로 남는 것이 케리그마가 되는 것입니다. 즉 케리그마는 '복음'이라고 번역되는, 말씀의 고유한 영역이고 디다케는 흔히 '교훈'이라고 번역되는, 말씀이 다른 교훈 및 지혜와 공통되는 부분입니다.
디아코니아는 기독교인의 상호교제(코이노니아)에서도 사용하지만 주로 '봉사'의 영역으로 씁니다. 말씀을 케리그마와 디다케로 나누는 것처럼 기독교인이 교회 밖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복음의 고유함으로 소통하는 것을 '전도'라고 할 수 있고 복음과 무관하게 소통하는 것을 '봉사', 즉 디아코니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교를 살펴보면 복음 전도와 사회 봉사 두 영역으로 고려되며, 복음을 전하고픈 기본적인 의도를 가지고 NGO 단체 활동이나 의료활동 등의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또한 넓은 의미에서 '선교'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할 부분은 조금은 더 민감한 부분입니다. 디아코니아 혹은 디다케의 '목적' 내지 '의도'와 관련한 부분입니다.
교회들이 예전과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제일 많이 나타나는 것이 '카페' 혹은 '지역 활동'입니다. 결론적으로만 말하면 저는 지극히 환영합니다.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지역사회와 연계하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 그것이 불편해도 견디면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요즘 학교나 공공건물을 빌려서 교회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저는 그 반대로 교회가 일반인에게 장소 공유하는 것을 상상해봅니다. 교회를 극장으로, 체육관으로 용도를 조정해서 한시적으로 필요한 지역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골치 썩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기물이 때로 망가지고, 어떤 이는 교회 화장실에서 담배를 필 것입니다. 괴롭겠죠. 그래도 제 생각엔 그것이 더 교회답습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다보면 교회와 지역의 경계가 흐려지고, 보다 능동적인 교류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환영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우려하는 부분은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 바탕의 영역이라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것이 있다 없다 정확히 얘기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이른바 '디아코니아'를 전도 혹은 케리그마를 전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고려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교회에서 카페를 운영하려면 이를 통해 교인이 늘어나는 것을 내심 기대해선 안 되며 그보다 어떻게 하면 커피가 더 맛있고 공간이 더 아늑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의 성장을 위해 디아코니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는 디아코니를 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구분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즉 교회에서 카페를 할 때 교인을 늘리려는 의도와 카페 자체로 사람들이 화목해지기를 바라는 의도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죠. 그래도 저로선 교인 늘리려는 의도를 최대한 제외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적당히 하라는 정도보다 조금 더 나아가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교회가 그러하듯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간혹 우리가 하는 일을 케리그마나 복음전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여 그저 복음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하여 번 돈을 헌금하고, 일하며 만난 사람을 전도하는 것만이 교회와 신앙을 위한 일이고, 일을 더 충실히하고, 업무의 비효율적인 것을 수정하며, 직장 내에서의 조직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기꺼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는 교회와 신앙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리'가 윤리성에서도 이중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인 각각도 그러하고 교회도 동일하게 디다케나 디아코니아가 내심 케리그마나 전도를 바라는 의도에서 나오는 수단이 아니라 있는 그 자체로 충분히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고유한 목적을 지니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지역교회와 연계하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 --> 지역사회와~~ 겠죠? ^^
푸하하. 댓글을 보고서도 모르고 넘겼다가 이제야 알았네요. 방금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누군지 알면서 존대어 쓰려니 어색하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