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 땅을 산 우리 삶의 이야기를
- 이민문학, 그 삶의 기록 - 오 인 동(정형외과 의사)
가을이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조국에서 늘 들어 왔던 게‘등화가친지절’이요,‘독서의 계절’ 이었다.언제나 쫓기며 사는 것 같은 이민생활에 따로 책을 더 읽는 계절이 있겠는가 마는 서늘해지는 가을 날씨와 함께 새삼 떠오르는 말이다. 지난 여름 나는 길지 않은 한 편의 소설에 푸욱 빠졌었다. 그 여운은 천둥번개마저 치며 내린 가을비에도 씻겨 내려가지 못하고 아직도 내 주위에 서성거리고 있다.
묘한 시기에 ‘운명의 강을 따라 내려온 겉 모습이 화려하고 튼튼해 보이는 상자가 내 앞에서 멈추었을 때 그것을 품에 안았던’ 한 여인이 시작한 이민의 삶이었다.안정된 삶 속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해마다‘상자를 잘못 열었다는 자괴감’을 더해 가던 그녀가 슬그머니 그 상자를 세월의 이끼가 낀 그 강물에 놓아 버렸다.
힘들면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 오라던 오빠. 어렸을 때부터 첫사랑과 같던 그 친 오빠의 장례식에 이민녀는 나갔다. 선산에 오빠를 묻으며 사촌오빠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돌아보게 된 자신의 인생.작가는 재치 있는 구성으로 어제와 오늘 그리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떠나온 고향과 신대륙을 넘나들며 차분한 언어로 우리 삶의 에로스와 파토스를 잔잔하게 엮어내고 있다.‘미주문학’2005년 여름호에 실린 소설가 박경숙의“오빠를 묻다”가 들려 주는 얘기이다.
‘뿌리가 없는 이민 1세대의 삶, 뭔가 나의 한 부분을 상납하고 사는 기분. 잘 먹고 잘 살아도 근거 없는듯한 삶에 흔들리고, 자기 존재성에 불안을 느껴 어디서든 자기를 확인 하려고 나서고 떠드는’하이마트로제가 우리들인가? 삶이란 희로애락을 담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의 아픔과 외로움과 그리움이 담겨있는 소설에 독자는 공감하며 같이 울고 반성하며 내일의 삶을 준비하기도 한다.
누가 이국 땅에서 우리가 흘린 땀,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피 맺힌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써 주겠는가.어느 작가가 우리의 상처 받은 영혼을 어루만져 줄 것이며 또 어느 소설가가 자그마한 성취에서 느끼는 우리의 뿌듯한 기쁨을 같이 나누게 해 주겠는가? 그들은 바로 이 낯 설은 땅에서 우리와 같이 몸과 마음으로 부딪치고 겪으며 살고 있는 우리의 문인들이다.
이곳 언론사와 문학지들을 통해 많은 문인들이 등단했다. 그 중에 많은 분들이 모국의 문예지를 통해 그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들의 창작품을 담아 주기 위해 ‘미주문학’,‘미주펜문학’, ‘해외문학’ 등의 종합 문예지가 나오고 있다. 이 책들은 한인사회의 책방에 모두 나와있기는 하다.
그러나 웬일인지 “다빈치 코드”를 화제로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 작가들의 우리에 대한 소설 얘기를 하는 사람을 나는 못 만난다. 우리의 소설은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록해 주는 이민사이기도 하다.
우리들에게 매일 가장 가깝게 그리고 넓게 다가오는 것이 이곳에서 발행하는 한글 신문이다.이 신문들에 이곳 문인들의 시와 수필이 많이 실리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우리들의 피로한 머리를 맑게 해주고 때로는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는 우리 소설가들의 길지 않은 소설도 가끔씩 볼 수 있다면 더 반갑겠다.
해마다, 문예공모를 통해 등단시킬 때 한번뿐 아니고 가끔 우리 소설가의 좋은 작품을 여러 번에 나누어 실어서 이민독자들과 함께 생활의 희로애락을 누리게 해주면 좋겠다.동포사회의 공기인 신문이 우리의 얘기를 더 많이 읽는 풍토를 마련할 때 이 땅의 이민문학이 우뚝 서는 날은 가까워 질 것이다. 주옥 같은 우리 소설가들의 창작품을 이 신문에서 보는 날이 기다려 진다.
이 가을에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읽을 것입니까?
미국중앙일보2005년9월28일자실렸다.
첫댓글 한 줄마다 길게 연결이 되어 읽기 불편하게 되어 있네요.
'수정'을 우연히 눌러보니 줄 끝이 보여 읽었습니다. 정선생님께서 다시 수정하여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한번 시도해 보시죠. 제가 하려해도 안됩니다. 카페지라해도...
오인동 선생님 글이 역시.. 깊습니다.
아~정경헌샘님 수정하였습니다.^^. 메일로 보내주신 오인동샘 글을 그대로 올리는데 마음이 급해
미처 다시 살펴보지 못했네요.누가 덜렁이 아니랄까봐.ㅋㅋ.카페지기가 안되는 것도 있음을 이제 알았네요.
꼽꼽한 날 찌짐 부쳐 막걸리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면 딱 좋을 오후이지요?
저도 이제 마치고 나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자~알 하셨습니다. 짝짜짜작..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