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 불광동 혁신파크에 있는 은평구 수채화커뮤니티 '물색그리다'의 전시관인 양천리 갤러리에 전시하는 선생님의 그림을 보러 가다가 정류장 근처, 우체국 담장 안에 핀 오동나무꽃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오동나무꽃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있어서 눈여겨 맘에 담았다. 26살 무렵 수색의 작은 다세대 주택의 1층 겸 2층의 한 칸에서 언니와 동생들과 4명이 함께 살았다. 그 다세대를 오르는 가파른 계단 옆에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봄이면 피어나는 그 꽃의 향기, 그리고 뭐랄까... 거친 나무 위에 예쁘게 피어나는 것에 개의치 않게 고고하게 앉아 있던 자태가 담대하게 느껴졌다. 출퇴근하는 아침 저녁으로 눈으로 인사를 나누던, 우리 옆집의 이웃같이 느껴졌던 그 꽃이었다.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냈다.
나무를 그리지 않고 가지에 핀 꽃만 그리다보니 너무 고와졌다.
이 그림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니 그림의 방향에 따라 라일락으로도, 등나무로도 보이나 보다.
그러고 보니 잎도 꽃도 유사하다.
중력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만 있을뿐... 친족관계가 있는 것일까?
나무와 함께 다시 한 번 그려보고 싶다.
예쁘게 그리지 않기. 그 멋을 그리기...
하늘의 배경과 꽃의 방향을 조화시켜 하늘로 상승하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
그나저나 불광동 혁신파크가 오세훈 시장이 재선되면서 폐쇄의 위기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양천리 갤러리도 사라질 것이고 그 공간에 깃들었던 은평구 주민들의 일상도 무너져버리게 되었다. 그 아쉬움에 '물색그리다'에서 혁신파크 기억에 담기를 위해 공간 그리기 행사를 하고 있다. 그 자리에 또 고가의 아파트를 지으려 하는 건가?
돈돈돈, 부동산, 부동산, 부동산...
은평구는 그 탐욕에 비켜서있는 동네라 서울에서 드물게 사람 냄새가 나는 지역이라 좋은데... 시민들의 공간이 이렇게 또 하나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