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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박스 | 수녀원 안
2005.06.07 우리 수녀원이 아프리카 잠비아에 선교를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나를 포함한 3명이 수녀가 그렇게 아프리카에 살면서 뿌리가 내리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듯 그렇게 선교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작은 마음을 모아서 커다란 마음을 만들어 준 많은 분들이 우리 뒤에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1996년 아프리카로 향하면서 많은 염려도 하고 고민도 했지만, 여기까지 함께 동반한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징검다리 회원들이다. 이 징검다리 회원들은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 후원회’다. 이 후원회는 많은 분들이 온라인 시스템이나 지로 등을 이용해서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또 소식지를 발송할 시기가 되면 직접 사무실에 나오셔서 봉사를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번 6월 18일이면 ‘사랑의 박스’라고 하는 20피트짜리 콘테이너를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보내게 된다. 이 작업은 무려 여섯 번째 일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 사무실에 책임을 맡고 있는 레오노라 수녀님의 주도 아래 또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물건들의 목록이 메일로 총장 수녀님께로 오면, 총장 수녀님께서는 그 목록을 레오노라 수녀님께 보이고 레오노라 수녀님께서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보내주려고 한다. 6월18일에 이 사랑의 박스가 출발하려면 지금부터 2주 동안에는 이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과 봉사자들 손만으로는 모자라, 천안에 우리 수사님들, 그래도 부족해서 원주 본원 가까운 군부대 군인 아저씨들까지 동원이 되어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사무실에서 어떻게 물건을 구입해야 싸게 구입 하나를 의논하는 중에 실의 빠지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1000킬로를 달 수 있는 저울이 필요하다고 하면 우리는 하품부터 한다. 1000킬로로 어떻게 드는냐는 둥, 싣고 내리고 할 기계가 있어야 한다는 둥 하면서 한바탕 웃고 전화로 인터넷으로 알아 본 결과, 1000킬로를 달 수 있는 저울은 없다는 이야기 때문에 우리는 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수건이 필요하다고 해서 청계천에 수건 도매상에서 재고를 알아보고 세수 비누는 어떻게 해야 하고 배드민턴, 운동복, 농장에 필요한 물파이프, 검정색 천, 아이들 노트, 연필 등등 많기도 하다. 이 많은 물건을 다 준비해서 보내려는 레오노라 수녀님은 걱정이 태산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려니 안타깝다. 아프리카는 보내자고 하면 정말이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필요한데 참 걱정이다. 그러던 중 어떤 분께서 전화를 하셨다. 집에서 여기저기 사은품으로 주는 여러 가지들을 모아둔 것이 있단다. 특히나 세수비누가 집에서 소모하기는 좀 많아서 나누고 싶단다. 어찌 이런 반가운 일이 있을까 택배로 사무실까지 보내 주신다는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을 가지신 분이 많아서 보람도 느끼고 살맛도 나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랑의 박스를 채우는 일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갖은 분들이 많아서 또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올리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 혹시 이렇게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실 것 같아서 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누구든 환영을 하는 의미에서 나의 작은 공간에 이렇게 광고를 남긴다. 보내실주소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776-24 프란치스꼬 전교 봉사 수녀회 전화 02) 773-0796-7로 연락을 하시면 우리는 모두는 또 희망과 기쁨으로 일하는데 힘이 될 것이다. 난 이 모든 일을 뒤고 하고 나의 소임지로 출국할 날을 며칠 앞두고 있다. 미안하고 함께 할 수 없는 마음을 아쉬워하며 무더워지는 날씨 속에 또 아프리카를 위해 열심히 도움을 줄 손길에게 기도로 대신한다. 아프리카에 이 사랑의 박스가 도착하는 날은 늘 잔치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