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안주를 모아놓은 종합안주세트(6만5천원)가 있다. 생고기에 육회 그리고 양지머리, 대창소금·양념구이, 문어숙회, 등골에 왕새우소금구이까지 워낙 푸짐하다보니 소주 몇 병은 거뜬히 해치울 수가 있다.
생고기(4만∼5만원)는 ‘뭉티기’라고 해서 대구에서 유래된 음식이다. 지금이야 얇고 좀 더 크게 썰지만 뭉텅뭉텅 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소 뒷다리 안쪽 허벅지 부위의 기름이 거의 없는 처지개와 함박살을 쓴다. 맑은 자줏빛의 생고기를 붉은 홍고추 거칠게 간 것에 다진 마늘, 그리고 참기름 듬뿍 넣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그날 잡은 고기만 들어오기 때문에 싱싱하다. 워낙 찰져 떡처럼 쫀득하다.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에 구수함이 섞여 있다. 생으로 먹는 고기의 느끼함은 전혀 없다. 뒷맛은 칼칼함의 여운이 있다. 불에 구워 먹는 고기는 한 수 아래로 느껴진다. 일요일은 도축장에서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맛볼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소주 한 잔 곁들이며 궁합도 안 보고 결혼한다는 경우와 딱 맞다.
양지머리구이(3만5천원)는 참숯에 구워 적당히 연기가 씌어져서 불맛까지 있다. 부드러우면서 아주 고소하다.
녹향구이는 대구에만 있는 구이집 스타일이다. 한 가지 안주만 시켜도 무한리필되는 20여 가지 곁들임 반찬이 줄줄이 나온다. 이 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2~3주마다 계절에 맞는 메뉴로 색다르게 구성한다. 늘 새로운 느낌이다. 요즘에는 새알심 팥죽에다가 램프에서 보글보글 끓는 우동을 시작으로 싱싱한 간, 천엽에 메로구이, 옛날 생각 나게하는 수수부꾸미, 생굴, 꽃게튀김, 연어카나페, 충무김밥, 계란찜, 매운 족발구이, 코다리 등 어느 하나 젓가락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 집이 이렇듯 대구식 구이집은 특징이 있다.
첫째, 술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인심까지 파는 곳이다. 둘째,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집은 아니다. 항상 시끌벅적하다. 셋째, 대구의 애주가들이 성지순례 다니듯 일년에 몇 번은 가는 곳이다. 넷째,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꼭 선보인다. 다섯째, 음식의 맛이 관심과 경험의 반복인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 있다.
녹향구이는 입식과 좌식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실내 분위기 또한 깔끔하다. 20명에서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개별실도 있다. 이 집은 부담 없는 친지나 이웃과 연말연시에 술 한 잔 하기 좋고 남녀노소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053)525-9233 <음식칼럼니스트>
▶주차시설: 자체 ▶위치: 대구광역시 달서구 본리동1-8(본리파출소 도로 건너편) ▶영업시간: 오후 5시 ~ 익일 오전 3시
첫댓글 일마치고 혼자서 육회덥밥 먹으로 자주 갑니다~
혼자가도 부담없이 먹을수 있는집이에요~ ㅋㅋ
안주모듬세트먹으러 함 가고싶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