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이 라오스 여성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라오스 여성의 피장파장
라오스는 모권 중심 사회다.
인도차이나의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라오스는 모권 중심 국가입니다. 베트남은 중국 문화의 영향도 크게 받은 사회라서 뗄라왇(상좌부 불교)을 믿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런 경향이 적을 것입니다. 버마는 들은 바가 적어서 뭐라 할 수 없는데 제가 만난 아웅산 수키를 따르는 여성활동가들은 성(姓)이 없었습니다.
라오스를 모계 사회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사회적 관계들이 여성인 어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피부로 접하면서 나오는 표현이지만, 모계란 한자 뜻 그대로 어머니의 피를 중심으로 성을 물려받는 사회가 모계 사회입니다. 가정 내의 권력이나 상속의 문제는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인류학을 배워보면 모계 사회는 재산은 오히려 남자에게 상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인 <나>를 기준으로 외삼촌에게 받는 것이지요.
라오스는 어머니 성을 따르는 사회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국 처럼 "성을 간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닙니다. 성은 보통 아버지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모계사회라고 하기는 대단히 어렵고 학문적으로는 잘못된 말입니다.
그런데 모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머니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높다는 것을 반영한 말로써 사용하는 것이라면 정확한 진단입니다. <나>를 기준으로 어머니를 중심으로 인간관계와 친척 관계, 그리고 사회적 관계들이 확장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장 남자인 '나'를 기준으로 볼 때 내게 여자가 '시집을 오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장가를 드는' 것입니다.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적어도 이 3개국은 데릴 사위가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재산이나 부동산은 여자에게 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자동차 같은 동산의 일부만 남자에 속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양계 혈통 중에 나를 기준으로 어머니의 혈연관계가 중시가 됩니다. 라오스에 가부장이란 특별한 경우입니다. 가모장은 흔하디 흔합니다. 워킹맘working mom 신세인 것이지요. 어머니의 명령이면 아버지의 명보다 권위가 있고 순종하는 것이 사회적 관례입니다. 어머니가 호출하면 직장의 일을 하다가도 먼저 어머니에 복종하는 것이 라오스 사회입니다. 캄보디아도 그렇고, 태국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남자가 장가를 들 때 지참금도 가져가야 하고, 장가 들기 전부터 신부측에 일을 해주기도 합니다. 결혼식 비용도 남자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결혼의 증표인 패물도 남자가 해줍니다. 이런 것을 통털어서 말할 때 결혼식 비용, 좁게는 결혼 할 때 남자가 신부측에 가져가는 돈을 '카동'이라고 합니다. 카는 비용이란 뜻이며, 동은 결혼이란 뜻입니다.
남자도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장모와 아내 치하에서 참고 사느니 애를 만들면 줄행랑을 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새각시를 얻어서 살림을 내는 경우가 아주 많아서, 오히려 이런 현상이 일반적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회입니다. 라오스에는 씨가 다른 형제가 사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어머니가 재가를 해서 아이를 낳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혼전에도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를 하게 되면 비용을 평등하게 분담하는 더치 페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뭔가를 사주는 경우..이것은 놀라운 은총과 축복입니다. 폼페이 최후의 날 정도이기도 할 것이고. 사회적으로 저명하다거나, 장동건 처럼 잘 생겼다면 다른 문제이기도 하겠지요. 사람 사는 사회니까. 르윈스키가 클린턴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처럼.
라오스에서는 일반적으로 남자가 데이트 비용 일체를 지불합니다. 용돈을 주기도 합니다. 용돈이나 그것에 상응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여자가 다음 데이트를 거절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것을 비속어로 '카또'라고 합니다. 이 카또를 번역하면 '네 몸값'이라는 너무 노골적인 말이어서, 아주 달콤한 말로 많이 변형되어 이야기가 됩니다. 명절이면 떡값, 여자들이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니 화장품값, 초코렛값...하여간 듣기 좋은 말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할 때 쓰는 용어입니다.
"오빠가 화장품값 많이 줄께 만나!" 이런 식이라는 거지요.
카또 없이 여자가 한번 만나줬더라도 남자가 눈치없이 본인이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어떤 보상을 안해주면, 데이트 했던 여성이 다음에 안만나줄 가능성은 내일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볼 가능성과 비슷합니다. 보상을 못받은 것도 문제지만 여자로서 무시를 당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남자 여럿과 여자 여럿이 그룹으로 데이트를 했는데, 다음 날 카또를 확인해 보고 적게 받은 여자는 무시를 당했다고 남자에게 따지고 드는게 다반사고, 자존심이 상해서 앙심을 품을 수도 있고 ^*
이런 것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설명을 들어 이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집단 무의식에 의해 이 사회에 적응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첫댓글 아 여친한테 돈을 주는게 맞군요. 역시 배워야 하네요.
이게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에게 특별히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들의 문화입니다. 여자의 지위가 높고, 생활의 중심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것은 '니 생각이고!'입니다. 오래 사셔도 이해 못하는 분 많습니다.
신기한데요~
그런데 탄허님은 이런 어려운 문화를 어떻게 아셨는지요?
내숭없는 사람들이에요. 진지하게 물으면 솔직하게 답해줍니다.
네~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