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을 특별하게 대하는 법]
“‘부부싸움’ 아내 흉기 찔려 숨지고 남편은 음독 중태”
“추석 전날 부부 싸움 후 모텔 간 30대 여성 추락사”
“부부싸움 중 홧김에 불지른 40대男 체포”
- 연휴 기간 가정폭력 사건 기사 제목 중
유독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 명절은 가정폭력이 응당 집중되는 시기이다.
역시나 추석 연휴기간 가정폭력 신고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연휴기간 발생한 배우자에 의한 폭력, 방화, 살인 등 가정폭력사건은 여전히 ‘부부싸움’, ‘홧김에’를 기본값으로 장착하여 기사화되었다.
“가정폭력은 ‘부부싸움’, ‘집안일’이 아닌 사회적 범죄입니다”라고 선언하지만, 실제 가정폭력 사건을 이해하고 처리하는데 있어서는 그것은 ‘부부싸움’이고 ‘집안일’이 된다. 그렇기에 “가정폭력은 사회적 범죄이다”라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가 여전히 유효한, 그래서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가족 내 발생하는 폭력을 ‘가정’폭력이라고 특별하게 이름을 붙이고 관련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가정’이라는 굴레가 폭력을 은폐하고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의 특수성은 유독 가해자를 특별하게 대우하는 근거로 작동되어 왔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 “처벌은 오히려 보복의 위험성을 높인다”, “가해자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면 그 부담을 피해자가 진다” 등등은 가정폭력사건은 다른 범죄와 달리 가해자 성행교정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 등을 조건으로 형사처벌의 예외대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하는 말들이다.
얼핏 보면 피해자를 고려한 것처럼 보이는 이 이유들이 진정 피해자를 위한 것일까?
가정폭력범죄 형사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이 문제라면, 그것은 피해자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지, 가해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가정폭력은 재범위험성이 높아 치료·교정프로그램 이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또는 병과해서 하면 되는 것이지 처벌을 대신할 문제가 아니다.
‘가정 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가정폭력 가해자는 다른 범죄자와 달리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것. 이것이 지난 20년간 수차례의 개정에도 공고히 유지되어 온 가정폭력처벌법의 기본값이자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을 특별하게 대하는 법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