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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농현상과 용담댐 수몰에 이어 FTA 등으로 위기에 처한 농촌 마을이 시골교회 목사의 10여년간 헌신적인 농촌살리기 운동을 통해 살맛나는 복지농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조상 대대로 살아 온 터전을 잃은 수몰 지역민들이 나눔과 공동체활동, 도농상생 교류 등을 통해 스스로 살기좋은 농촌마을을 가꾸어 가고 있어 침체된 농촌지역의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진안읍에서 무주방면으로 국도 30번 도로를 자동차로 20분정도 가다보면 수통터널을 지나 용평대교를 건너기 전 왼편에 자리잡은 진안면 상전면 금지리 배넘실마을.
46가구가 모여사는 이 마을 중앙에 높은 십자가탑이 세워진 금양교회가 첫 눈에 들어온다.
원래 이 곳은 금지마을과 양지마을 2곳이 터전을 이루고 있었지만 용담댐 건설로 양지마을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배넘실 마을로 통합됐다.
여느 농촌지역마다 상황이 비슷하지만 배넘실마을 역시 이농과 고령화현상에다 WTO, 한·미 FTA체결 등으로 위기감이 팽배했었던게 사실.
하지만 금양교회에 시무하는 이춘식 목사(50)를 통해 작은 농촌마을이 새로운 희망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이 목사가 금양교회에 부임한 것은 지난 90년 8월. 30대 초반에 첫 전임목회지로 복음사역에 충실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교회를 찾았다.
그러나 이 목사가 체험한 농촌현실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마을 주생산작물인 배추가 과잉재배와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하자 자식같이 키운 배추를 갈아엎는 농민들의 아픔을 목도하고선 편안히 목회만 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진 것.
“농민이 교인이고 교인이 섬김의 대상인데 말씀만 전하는 목회만으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더욱이 중간상인의 농락에 생산비도 못건지고 이윤을 착취당하는 억울한 농민들을 보면서 분노도 치밀어 올랐죠”
이 목사는 직접 배추를 싣고 아는 목사가 있는 도시교회를 찾아 배추팔기에 나섰다. 요즘 붐이 일고있는 도·농 직거래를 90년초부터 이 목사가 시작한 셈이다. 나중에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고추 감자 고구마 콩 옥수수 한봉 등까지 직거래품목을 확대했다. 고추의 경우 한해 3000여근 정도 팔아주고 있다.이처럼 마을 농산물을 팔러다니다 보니 주위에서 ‘배추목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목사가 사회현실에 눈을 뜨다보니 수몰로 인해 이주해야할 지역농민 가운데 재산이 없어 보상을 못받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오갈데가 없는 현실을 알고 이들을 위한 안식처 마련에 나섰다.
이들을 수용할 토지를 구입하고 건물을 지어 (사)가나안나눔터를 세웠다. 정신·지체장애인을 비롯 다섯가정 15명을 식구로 맞아들이고 이들의 자활을 돕기위해 도자기장구 부채 등을 제작, 판매했다.
또 12년전 길거리에 쓰러진 할머니 곁에 있던 아이를 입양하면서 친자녀 둘 외에 모두 5명의 어린이를 입양, 현재 대학교와 중·고교, 유치원 등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나눔터 운영이 이 목사에게 최대 시련이 될 줄은 몰랐던 것. 취지를 오해한 마을주민들이 사회 기피시설이 마을에 있으면 동네이미지만 안좋아진다며 나눔터를 그만두던지 아니면 목사직을 내놓고 다른 곳에서 운영하라며 양자택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보수적인 교단에서 농촌현실참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견딜수 있었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포기할 수 없어 교회를 떠나려고 결심했죠. 하지만 주민들과 지역복음화사역을 감당하라는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이 목사는 이에 가나안나눔터를 마을공동체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일명 ‘복지농촌마을가꾸기사업’으로 정하고 1교1촌 자매결연을 통해 농산물직거래를 확대하고 마을환경정비와 해바라기 메이폴(방울사과)재배 등 공동수익사업, 수련회스테이활동 등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추진했다.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산정현교회에서 마을회관증축과 에어컨을 지원하고 인천 가람고교와 광주 동명고교 학생들이 담장에 벽화를 그려주는 등 마을환경도 깨끗이 정비했다. 또 전주창대교회, 전주YWCA 등 각 교회·단체 등과 직거래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마을 자구활동 덕분에 올해 농촌 전통테마체험마을로 선정돼 2억원을 지원받으며 전북농협에서 선정하는 우수시범마을로 뽑혀 역시 2억원을 지원받았다.
배넘실마을은 이들 4억원을 투입, 도시민들이 농촌의 추억과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팜스테이 숙박시설과 농사일체험장, 떡메치기 연날리기 설매타기 등 전통민속체험장 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이 목사 는 또 국제기아대책기구(공동대표 탤런트 고은아)에서 운영하는 ‘행복한 나눔’가게를 진안읍내에 세워 부인 문금자 사모(45)가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나눔은 주민들로부터 옷과 생필품을 후원받아 이를 저렴한 가격에 되팔아 북한동포와 홀로노인 무의탁 어린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목사는 “그동안 도시민들로부터 도움만 받아왔는데 전통체험마을을 통해 도시민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는 도·농상생의 꿈의 농촌동산을 만들 계획이다”고 비전을 밝혔다.
첫댓글 순수한 멋이 아름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