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평양.
6.15 민족공동위원회 남측위원회 백낙청 상임대표와 북측위원회 안경호 위원장이 오랫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광주 6.15 민족통일대축전 이후 반 년 만의 만남이었다.
이번 자리는 해외측위원장이 빠지면서 공동위원장단 회의가 아닌 남북위원장단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 번은 북측의 큰물피해로 인한 취소였고, 또 한 번은 남측위원회의 연기통보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2-23일 해외측까지 참가하는 6.15민족공동위원장 회의가 중국 선양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핵실험을 바라보는 6.15남측위원회의 내부 의견차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남측위원회는 "(북핵실험에 따라)현재 조성된 정세와 관련해 공동위원장단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북측위원회는 "이번 6.15민족공동위원회 위원장회의에 대한 립장과 태도문제는 곧 6.15공동선언에 대한 립장과 태도문제라고 인정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회의가 제 날자에 개최되여야 한다고 다시금 주장한다"며 회의 재개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부터 한 달여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엔 북측위원회에서 먼저 11월 30일 팩스를 보내 "6.15 북측위원회와 남측위원회 위원장 사이의 접촉을 12월 중 될 수록 빠른 시일 내 평양이나 금강산에 재개하기를 바란다"는 요청을 했고, 이에 실무협의를 거쳐 이번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백낙청-안경호, 핵문제 '격정토론' 천재지변은 차치하고, 북핵실험이 남측위원회의 고심에 결정적 원인이 됐던 만큼 이번 간담회 자리에선 '핵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두 위원장의 토론이 가감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격정 토론'이었다는 것.
간담회 참가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안경호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결 속에서 이뤄진 북 핵실험의 정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6.15 지지, 이행 세력들이 민족의 편에 함께 서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아울러 북의 핵보유는 남측 대중들이 말하는 '북핵불용원칙'으로 간단히 재단할 수 없는 문제이고, 만일 '반전, 반핵'의 논리로 따진다면 미국의 거대한 핵무장부터 지적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도 던졌다고 한다.
이에 백낙청 위원장도 가끔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남측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차분히 안 위원장에게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문제 외에도 남북위원장들은 내년 2월 중국 심양에서 6.15민족공동위 회의를 열어 2007년 민족공동행사를 확정짓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가한 6.15 남측위 한충목 공동집행위원장은 "2월 20일에서 25일 사이 남측이 결정한 시기로 2박 3일 일정을 잡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번 2박 3일간 평양 회동에서 양측 위원장들은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한충목 집행위원장은 "두 위원장이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만큼 2박 3일 동안 하루가 다르게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상대를 이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이 풀어졌다면 그걸로 만족할만한 회의결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