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가지 끝 화사한
꽃잎으로 오월을 노래하란다
새들의 날갯짓과 하늘의 청명을 반기라 한다
심연의 깊은 구렁에서
뽑아 올린 즙액 방울들을 모아
수정처럼 영롱한 꿀을 만들고
예민한 봉접의 입술로
눈물보다 더 진한 사랑을 나누라 한다
27년 전
지나버린 오월에도 그랬다
지금보다 더 푸른 남녘의 땅, 광주
자연의 섭생을 단절한
빛바랜 아카시아 꽃잎은
휴전선에서 달려온 얼룩무늬 장갑차에 눌려
검은 포도 위에 선무의 삐라로 뿌려졌다
휩쓸려간 꽃잎은
시궁이 되고, 목숨 줄 가지 끝 매달려
사시나무의 떨림으로 입도 귀도 막아놓고
더러는 경련을 참지 못해 눈도 감아야 했다
5,18 국립묘지, 우뚝 지키고 서있는
부활을 꿈꾸는 자유민주의 탑이 아니더라도
눈이 멀어 울부짖는 함성을 듣는다
이 아침, 오월의 장미보다 더 진한 가슴에
묵념처럼 가지런한 아카시아
푸른 잎 하나 따 바친다
시작메모
오월이 되면 산과 들, 정원에는 나무마다 꽃마다
제 모습을 뽐내며 단장을 해 댄다.
사람들의 마음에도 희망과 설렘으로
계절의 넉넉함을 가꾸어 나간다.
27년이라는 역사의 뒤안길 따뜻한 남녘의 땅
광주의 오월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누가 무엇을 했기에 그 날의 나뭇잎과 꽃잎은
빛이 바래고 시들어 갔을까?
벌과 나비가 날개를 잃어야 했을까?
새 순 돋아 푸름이 더해가는 오월, 그 날의 아침
귀 열고 입을 열어 메아리는 아름답지만
눈 감아 앞 못보는 영혼들은
어느 땅, 어느 하늘에 날고 있는가?
그 때 못다 핀 아카시아 꽃은
속절없이 피어, 벌 나비를 부르고 있다
■ 작가 프로필---------------------------------------------------------
시인 夏林/ 안병석
월간한비문학 시 부문 등단
제2회 한비문학상 시 부문 본상 수상
월간한비문학 작가
한국한비문학 작가협회 감사
시인과 사색 동인
現 光州 한우리아파트 所長
anbs11@hanmail.net
http://hanbimh.com/a0001/
첫댓글 잔 가지가 많아도 나무 중에 가장 단단한 나무가 아카시아(싯딤나무)라고 합니다.성경에 나오는 법궤도 싯딤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27년전 아카시아는 아픔과 고통을 딛고 오늘의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