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김무옥’ 역의 개그맨 <이혁재> 본격 출연!
개그맨 이혁재가 쌍칼의 수하 ‘김무옥’ 역을 맡아 9월 2일(제11회)부터 본격 출연한다. 극중 김무옥은 유도선수 출신으로 힘이 천하장사며 전라도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처음에는 종로 2가 야시장의 왕초 쌍칼의 수하지만 나중에 쌍칼의 뒤를 이은 김두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 50회까지 출연할 그는 “개그맨인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릴까봐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 외에 그는 10월 방송 예정인 특별기획 드라마 [대망]에서 양반집 아들 재영(장혁)의 의리파 ‘머슴’ 역으로 드라마에 4회 정도 출연하게 된다.
최동열(정동환) 기자의 도움을 받은 김좌진의 부인 오씨(이덕희)는 중국에 묻힌 남편의 유해를 들여온다. 마중을 나간 최동열 기자는 큰일을 하셨다고 숙연하게 말한다. 친조모(정영숙)는 범 같던 아들이 한줌 흙이 되어 돌아왔다며 오열한다. 두한(안재모)을 석방한 미와(이재용) 경부는 늘 지켜보겠다며 자신의 허락 없이 경성을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두한은 절대 잊지 않겠다며 증오스런 눈빛으로 미와 경부를 바라본다. 유치장에서 나오자마자 사동옥으로 향한 두한은 행복했던 옛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인다. 친조모와 오씨는 독립군이 되기 위해서 만주로 가겠다는 두한에게 돈 백 원을 건넨다. 두한의 계획을 들은 정진영(김정민)은 중국으로 가는 밀선을 알선해 달라며 쌍칼(박준규)의 수하 털보(서동수)에게 백원을 건넨다. 약속한 당일, 털보가 나타나지 않자 두한은 수소문 끝에 털보를 찾아내지만 돈을 다 써버렸다고 말한다. 결국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는데….
# 1 종로서 외경(낮)
간수 (E)긴또깡, 면회!
그리고 소름 돋는 쇠 문 열리는 소리.
# 2 면회실
친조모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저쪽 편 문이 열리고 두한이 들어서면 친조모의 표정이 밝아진다.
두한 할머니?
조모 두한아..
두한 어떻게... 오셨어요?
조모 그 기자 양반이 힘을 써 주셨단다. 최기자님 말이다. 그래.. 몸은 괜찮누?
두한 예, 할머니..
조모 고생이 많지?
두한 걱정 마세요. 전 괜찮습니다.
조모 두한아, 용기를 잃지 말거라. 사내 대장부라면 이만한 시련쯤은 이겨내야 한다. 알겠느냐?
두한 예, 할머니.
조모 네 아버지 또한 오래 전에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느니라. 이 나라의 뜻 있고 기백 있는 사내 치고 형무소 문턱을 안 넘은 이가 몇이나 되겠느냐?
배석한 순경이 그 말에 눈꼬리가 올라간다.
조모 할미는 우리 손주를 믿는다. 두한이 너는 잘 견뎌낼 것이야.
두한 .......그런데 큰어머니는요?
조모 할미가 멀리 심부름을 보냈단다. 이제 올 때가 됐어.
두한 예.....
조모 마음 굳건히 하고 있거라.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건강해야 하느니라.
두한 예, 할머니.
# 3 고등계 사무실
미와와 최동열이 담배를 태우며 마주해 있다. 미와는 여전히 녹차를 걸러 마시고 있다.
최동열 이제 두한이를 풀어줄 때도 되지 않았소?
미와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하는 일이오? 나야 그저 위에서 지시하면 지시한 대로 따르는 말단 형사 아니오?
최동열 어차피 법적인 근거도 없이 잡아두고 있는 것이 아니오? 그 아인 정식으로 기소된 것도 아니잖소?
미와 아아... 최기자는 예비검속이라는 것도 모르시오? 시국이 어수선한데 지금 나가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구.
최동열 예비검속도 뭔가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오?
미와 몰라서 묻는 거요? 긴또깡은 김좌진의 아들이야. 그리고 개성에서 민가에 불을 질렀고, 사상범들과 어울렸단 말이오.
최동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죄는 아무 것도 없소. 개성 일은 오래 전에 경무국에서도 덮어둔 일이고... 결국은 백야의 아들이라는 것뿐이지 않소?
미와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하지.
최동열 이 보시오, 미와 경부. 세상을 좀 넓게 보시오. 그리고 여론을 좀 살피시오. 조선 민중들은 백야 김좌진의 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유치장에 갇혀 있다고 분개하고 있소.
미와 분개라니...? 감히 누가 대 일본제국의 총독부에서 한 일에 대해 분개를 한단 말인가? 다 이유가 있어서 데려온 것이고 가두어 놓은 것이야.
최동열 그 아이는 어린아이라고 했소.
미와 어려...? 우리 형사가 몇 명씩이나 꼼짝을 못하고 얻어맞았어 최기자가 가서 한 번 보시오. 그 아이가 어린아이인가? 이미 그 아이는 사상범이오. 사상범 말이오. 불령선인이란 말이오.
최동열 당신이 딱하오. 그런 아이와 계속해 싸우다니 말이오.
미와 나는 나의 조국을 지킬 책임이 있소. 그래서 대 일본 제국의 경찰이 된 것이고... 긴또깡은 때가 되면 풀려나겠지. 아직은 아니야. 긴또깡은 좀 더 고생을 해야 돼. 확실하게 고생을 해야 한다고...
# 4 유치장
그곳으로 통하는 철문이 열리며 죄수 하나가 거칠게 떠밀려 들어온다. 건달 끼가 농후해 보이는 꽉 마른 사내다.
번개 거 살살 좀 하십쇼. 참..
간수 뭐야, 번개 너 또 들어왔어?
번개 헤헤... 오랜만입니다, 형님?
간수 야 임마, 내가 왜 니 형이야?
번개 아이 또 왜 이러십니까?
간수가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열쇠를 들고 두한이 있는 방문을 딴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므로 그 곳의 죄수들은 지난 회와는 다른 사람들이다.
간수 들어가. 조용히 지내. 알았어?
번개 예, 형님.. 조용히 도나 닦다 나갈랍니다.
간수 미친 놈..
번개가 들어온다. 그리고 안을 쭉 살펴본다.
번개 형씨들 잘 좀 지내봅시다. 나 번개라고 하는데 들어 들 봤겠죠?
죄수3 아 종로바닥에서 번개 모르는 사람 있겠어? 이런 데서 만나는구만. 아무튼 반갑네 그려..
번개 뭐 반가울 건 없고.. 당신이 좌상이오?
죄수4 으.. 응..
번개 그 자리 내가 좀 앉읍시다.
죄수4 그.. 그렇게 하게..
자리를 비켜준다. 번개가 그 자리에 가 앉는다.
번개 (하품을 하며) 아 졸립다. 한숨 자볼까..
그렇게 번개가 드러눕는다. 그제서야 두한이 돌아본다. 그 위로 요란한 기차의 기적소리.
# 5 인서트
증기 기관차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지나치고 있다.
# 6 기차 안
오씨가 작은 광주리에 보자기를 덮어 끌어안고 앉아 있다. 김좌진의 유해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오씨의 앞자리엔 중년의 부부가 앉아 있다. 수염이 많이 난 남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고, 아낙네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광주리를 자꾸만 본다. 오씨는 그런 눈치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잠시 차창 밖 어둠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 7 그 생각
비전으로 보여오는 그 생각이다. 여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오씨가 어둠 속 공동묘지에서 어느 무덤을 파내고 있다. 그리고 그 무덤 속에 관이 보인다. 입을 앙 다문 그녀의 모습이 표독해 보인다. 반쯤 썩은 관 뚜껑을 소리 나게 여는 그녀의 표정이 섬찟하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을 관찰하는 또 다른 일면이 보인다. 관속의 뼈를 수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따리에 싸는 그녀의 그 독한 표정에서... 그래도 인적은 없다. 그 유골을 수습하는 모습에서 디졸브가 되면..
# 8 | # 9 | # 10 다시 현실
여전히 오씨는 유골 함을 끌어 앉고 있다. 그예 아낙이 묻는다.
아낙 불편..하지 않으시우? 옆에 자리도 비었는데 내려놓고 가시지...
오씨 괜찮습니다.
아낙 대체 그게 뭐길래, 그리 끌어안고 가시우? 집안 가보라도 되시나 보우?
오씨 (미소) 예...
남편 아 남의 일이 뭐가 그린 궁금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
아낙 (입을 삐죽거린다)...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듯 심호흡을 해본다. 헌병이 좌우를 날카롭게 살피며 다가온다. 그리고 앞자리의 사내 앞에서 멈춰 선다.
헌병1 (일어) 이봐, 통행증 좀 보자.
남편 (대꾸 없이 통행증을 건넨다)......
헌병1 (일어) 경성으로 가는 길인가?
남편 (일어) 예.
헌병이 통행증을 돌려주고 돌아서려다가 그 유골 광주리에 시선이 꽂힌다.
오씨 .....(긴장)......
헌병1 (일어) 그건 뭔가? 안에 뭐가 들었지?
오씨 ..........?
헌병1 (일어) 뭐가 들었나 묻지 않는가?
오씨 난 일본어를 하지 못합니다.
헌병1 (일어) .....? 뭐라 그러는 게야?
남편 (일어) 헌병 나으리... 이 양반은 일본어를 하시지 못한다는 뎁쇼.
헌병1 (일어) 그럼 뭐가 들었는지 열어보라고 해라.
남편 저기..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열어 보라고 합니다.
오씨 .........(쳐다만 보고 열지 않는다)
헌병 (일어) 아, 열어 보라고 하는데 왜 그리 꾸물거려? 이렇게 보자.
헌병이 겉 보자기를 연다. 그 안에는 다시 흰 천으로 보퉁이가 쌓여 있다.
헌병 (일어) 이걸 다시 열어 보아. 어서.
아낙 아, 어서 보이라잖아요?
오씨 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놀랄까 봐 그런다고 전해 주십시오.
남편 (그렇게 전한다).....
헌병 (일어) 도대체, 뭔데 그러느냐고 다시 물어 보아라?
남편 예... 도대체 그게 뭐냐고 다시 묻습니다 그려.
오씨 객지에서 돌아가신 남편의 유해를 고향 땅으로 뫼셔 가는 길이라 전해 주십시오.
남편 예?
아낙 아이구머니나.....(소스라치게 놀란다) 이런 세상에...
남편 (당황하면서도 통역해 준다)........
그러자, 헌병이 크게 놀라며 눈살을 찌푸린다.
헌병1 (일어) 누가 열차 안에 이런 해골바가지를 들고 타라고 했는가? 빠가야로... 통행증은 있는가?
남편 통행증 가지고 계시죠?
오씨가 통행증을 꺼내 헌병에게 건넨다. 헌병이 훑어보고 돌려준다.
헌병1 가자. (가면서) 그런 혐오스러운 것을 가지고 기차를 타다니... 하여간 조센징들이란...
헌병들이 다른 쪽으로 사라진다. 아낙네가 인상을 찌푸리며 유골 상자를 외면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오씨의 모습에서...
(해설) 김좌진의 본처 오씨. 그녀는 지금 북만주 산시역전에서 암살 당한 남편 김좌진 장군의 유해를 수습해 조선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김두한의 딸인 김을동의 증언에 의하면 김좌진이 죽은 지 오 년 후 당시 조선에 와 있던 오씨가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밤중에 남편의 유해를 수습하여 광주리에 담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한다. 이 얼마나 담이 큰 여인인가? 지금 충남 보령시 청소면 재정리에 있는 김좌진 장군의 묘는 그렇게 해서 세워진 것이라 한다.
오씨의 모습과 그 열차 소리에서... 열차가 사라지면... 디졸브......
# 11 신문사 외경
# 12 동 편집국
최동열이 한 통의 전보를 보고 있다가, 미소를 짓는다.
최동열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계시는구먼. 대단한 분이다. 그곳까지 가서 남편의 유해를 수습해오다니...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다.
생각.. 그리고 끄떡이며 미소를 짓는 최동열의 표정에서...
# 13 종로서 외경
# 14 동 유치장
번개가 침을 튀기며 연설을 늘어놓고 있다. 죄수들이 넋이 빠져 듣고 있다. 두한만 조금 떨어져 앉아 있다.
번개 이야... 그 구마적 형님이 말이야, 소시적엔 자동차 수리를 하셨는데, 아 이 형님이 얼마나 힘이 장사냐 하면 자동차를 번쩍 들어 어깨에다 턱 메고 아 한 손으로 바퀴를 갈아 끼우시는 거야..
죄수3 그게 정말인가? 나도 그 소문을 듣긴 했네만..
번개 이 양반이 속구만 살았나.. 내가 이 두 눈으로 직접 본 거라니까..
죄수4 이 보게, 그럼 신마적은 어떤가? 그 사람도 엄청나다면서...?
번개 동욱이 형님 말이오?
죄수4 응 그래... 엄동욱이.
번개 그 형님도 내가 좀 알지. 나랑은 뭐 형님, 아우 하면서 지내는 사이니까..
죄수4 팔씨름으로 구마적을 이겼다고 들 하던데.. 정말 그랬나?
번개 누가 없는 얘길 지어냈겠수? 그래서 동욱이 형님이 신마적이 된 거 아니오? (감회 어린다는 듯 천장을 보며) 그때 정말 대-단 했었지.. 내 평생 그렇게 대단한 팔씨름은 처음이었소.
모두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번개의 다음 얘기를 기다리고 있다. 번개의 회상하는 듯한 그 모습에서..
# 14-1 어느 술집(회상)
구마적이 탁자에 놓인 술잔과 술병들 따위를 무지막지한 손으로 쓸어버린다. 그 앞에는 신마적이 태연하게 앉아 있고, 그들 주위를 우미관 패와 학생패들이 둘러싸고 대치해 있다. 그러나 번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구마적 (뚫어져라 보며) 서로 체면도 있는데 팔씨름으로 겨루어 보는 게 어떻겠나?
신마적 (피식 웃으며) 좋수다. 이런 건 내 적성에 안 맞지만 뭐, 형님이 원하신다면...
구마적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팔을 내민다. 신마적도 다가앉으며 구마적의 손을 맞잡는다.
구마적 시작할까?
신마적 그러슈...
두 사내가 용을 쓰기 시작한다. 팽팽한 힘 대결이다. 두 사내,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핏줄이 곤두서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주위의 우미관 패와 학생패들이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고 있다. 한동안 그렇게 팽팽하던 승부가 조금씩 구마적 쪽으로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구마적의 부하들이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구마적을 응원한다. 그러나 곧 넘어갈 것 같던 신마적이 끝끝내 버티자 구마적이 오히려 죽을 맛이다. 신마적이 기합소리와 함께 반전을 꾀한다. 조금씩 조금씩 구마적의 손이 넘어간다. 마지막까지 구마적이 안간힘을 쓰고 버텨보지만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구마적의 손이 탁자에 닿고 학생패들은 환호성을 질러댄다.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 쉬던 구마적이 여유 있게 미소를 짓는다.
구마적 동욱이 자네, 정말 대단하구만.. 지금까지 이 마적을 힘으로이긴 사람은 없었어.. 이제부터 자네가 마적일세..
신마적 하하.. 별 소릴 다하십니다, 형님.. 팔씨름이야 그저 여흥으로 즐기는 거 아니오?
구마적 아닐세... 팔씨름도 승부는 승부지.. 내가 그리 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서로간에 좋지 않은 감정은 이 자리에서 싹 털어 버리세.. 내가 화해주를 사겠네.
신마적 이거 너무 그러시니까 내가 미안해지려고 하지 않습니까?
구마적 그런가? 허허허.. 자 술 가져와라.. 종로에 새로운 마적이 탄생한 기쁜 날이다. 새로운 마적, 신마적 말이다. 하하하..
구마적의 호탕한 그 웃음 위로
번개 (E)그렇게 해서 동욱이 형님이 그 때부터 신마적이 되신 거요.
# 14-2 다시 유치장(현실)
번개 마적 형님은 자연스럽게 구마적이 되신 거구.
죄수4 (끄덕이며) 그랬구만.. 그렇게 된 것이었어..
죄수3 팔씨름을 이긴 신마적도 대단하지만, 진 걸 깨끗이 인정하고 마적이란 별명까지 내준 구마적도 참으로 사내 중의 사내가 아닌가? 그러니까 오야붕 소리를 듣는 거겠지만 말이야..
번개 그야 두 말 하면 잔소리지..
죄수3 만약 팔씨름이 아니고 진짜 싸움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래도 싸움을 구마적이 윗길이겠지..?
번개 글세... 싸움이야 붙어봐야 아는 거지만.. 아마 그럴 거요. 그래도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구마적 형님이니까...
죄수4 아니야.. 그러면 왜 구마적이 지금까지 엄동욱이를 가만 놔뒀겠나? 싸워서 이기지 못하니까 그런 거지.
죄수3 어쨌든 둘이 붙으면 정말 볼만 할거야. 그치?
죄수5 누구 좋으라고 붙어? 둘 중에 하나가 깨지면 아마 왜놈 패들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걸...
그제서야 두한이 돌아본다.
죄수3 왜놈 패? 혼마찌 하야시 패 말이오?
죄수5 그 쪽발이 놈들이 호시탐탐 종로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번개 거 주먹패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들이 아는 것도 많네... 하야시가 어떻게 종로를 넘봐요. 그랬다간 이 번개가 가만있지 않을 거요.
죄수3 그럼 그럼.. 왜놈 건달들까지 설치는 꼴은 못 보지 암..
번개 (두한을 보고) 그런데 저 자식은 뭐요?
죄수3 우리도 잘 몰라.. 우리보다 한참 먼저 들어왔거든..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지 아마.
번개 그래요? (두한에게) 야 너.
두한 ..........
번개 야, 야 임마. 이 자식이 가는귀가 멀었나?
두한 (돌아보며) .....나 말인가요?
번개 그래 임마. 이리 와봐. 나랑 얘기 좀 하자.
두한 난 할 얘기가 없는데요...
번개 어쭈. 이 자식 봐라. 되게 재밌는 놈이네.. 뭐, 할 얘기가 없어?
죄수4 이봐 번개, 왜 그래? 저 친군 원래 저래. 그냥 놔두게...
번개 아저씬 가만있어 봐요.
일어나 두한에게 다가가 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번개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두한 ........
갑자기 두한의 뺨을 친다. 두한의 얼굴이 휙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왼손, 오른손 연거푸 번개의 손이 두한의 뺨에 작렬한다.
번개 봤지? 이렇게 손이 번개같이 빠르잖아. 그래두 모르겠어?
다시 두한의 뺨을 때리려는데 그러나 그 손이 두한에게 잡혔다. 번개도 놀라고 다른 죄수들도 모두 놀라는 표정이다.
두한 그만 해.
번개 뭐, 뭐 임마?
두한에게 잡혀 있는 손을 빼려고 하지만 두한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두한이 손아귀에 힘을 주자 번개가 엄살을 떤다.
번개가 그렇게 다시 두한에게 주먹을 재빨리 날렸는데 두한의 주먹이 더 빨랐다. 마치 권투선수의 잽처럼 끊어 치는 주먹 기술이다. 두한의 주먹은 정확히 번개의 안면을 강타했고, 연이어 앉은 채로 발이 번개의 복부에 꽂힌다. 번개가 축 늘어지며 벌렁 드러눕는다. 그때 간수가 다가와 소리친다.
간수 뭐야, 웬 소란이야? (번개를 보고) 저 자식 왜 저래?
죄수들이 그 순간적인 상황에 어리둥절해 두한을 본다.
두한 급소를 맞아서 그런 거예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예요.
죄수들이 놀란 눈으로 두한을 본다. 두한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무표정하다. 번개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몽롱하게 두한을 본다. 그 모습에서...
# 15 경성역 외경(밤)
지금의 서울역이다. 오씨가 광주리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인력거 두 대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던 최동열이 그 쪽으로 다가간다.
최동열 사모님...!
오씨 최기자님이 아니세요? 여긴 어떻게...?
최동열 만주 지사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신 일도 잘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씨 다 최기자님 덕분입니다.
최동열 무슨 말씀을요? (그제서야 광주리를 보고는) 장군님의.. 유해입니까?
오씨 예..
최동열 ...(숙연하게 바라보다가).... 저기 인력거를 대기시켜 놨습니다. 어서 오르시지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주 큰 일을 하셨습니다.
오씨 고맙습니다.
오씨가 인력거에 오른다.
최동열 삼청동으로 뫼시게.
인력거꾼 예..
오씨를 태운 인력거가 출발을 하면 잠시 바라보다가 최동열도 인력거에 오른다. 그렇게 인력거가 출발하면....
# 16 삼청동 집 외경
조모 (E)이게... 이게 아범이란 말이냐?
# 17 동 집 안방
친조모가 떨리는 손으로 광주리를 어루만지고 있다. 오씨가 함께 보고 있다.
조모 이것이 아범이야?
오씨 ........(눈물)
조모 ...아범이...이렇게 돌아오다니... 그 범 같던 아범이... 한 줌 흙이 돼서 돌아오다니...(눈물)
오씨 .......(외면하며 오열한다)
조모 (한숨처럼) 그래도, 됐다. 이렇게 네가 가서 수습해 왔으면 됐다. 정말 큰 일을 했다. 내 나라 땅에 돌아왔으니 아범도 지하에서 기뻐하고 있을 게다. 고생했다.
오씨 아닙니다, 어머님. 헌데, 두한이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조모 아직 갇혀 있다. 다행히 면회가 돼서 얼굴은 보고 왔다. 잘 있더라.
오씨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어머님.
조모 아범도 이렇게 돌아왔고.. 이제 하루 속히 우리 두한이가 나와야 할 터인데..
친조모의 한숨에서 길게 디졸브 되면...
# 17-1 야시장통
쌍칼과 부하들이 그 곳을 지나쳐 오고 있다. 김영태, 문영철, 김무옥, 삼수, 병수, 털보들이다.
문영철 형님, 요즘 구마적 형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돌아다니던데 들어보셨습니까?
쌍칼 무슨 소문?
김영태 구마적 형님이 풀려나신 게 하야시 때문이라는 겁니다.
쌍칼 그게 무슨 소리야?
문영철 하야시가 힘을 써서 구마적 형님을 빼내줬다구요.
쌍칼 임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하야시가 뭣 때문에 구마적 형님을 빼내 줘?
김무옥 저도 믿어지지가 않지만 고로크롬 빨리 나오신 것이 워쩐지 수상하지 않으십니까, 성님?
쌍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하야시는 아니야...
김영태 저도 그 소문을 들었습니다. 전 하야시가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쌍칼 어째서...?
김영태 일종의 회유책이 말입니다. 힘으로 안되니까 방법을 바꿔봤을 수도 있겠지요.
쌍칼 설마...
김영태 저도 뜬소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질 테니까요.
# 17-2 혼마찌깡 외경(밤)
가미소리 (E)참으로 배은망덕한 자가 아닙니까, 오야붕?
# 17-3 동 거실
하야시가 가미소리, 시바루, 미우라와 앉아 있다.
가미소리 그 구마적이란 자 말입니다. 유치장에서 풀려난 지 벌써 보름이 넘었는데 도대체 고맙다는 인사조차 없습니다.
하야시 ......(차를 들며) 뭐가 그리 급하단 말인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이야.
가미소리 .........?
하야시 지난 십년 동안 우리 혼마찌와 종로는 크고 작은 싸움을 수없이 해왔다. 그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는 얘기야.. 마음을 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게야.
시바루 ...........
하야시 고맙다는 인사나 받자고 구마적을 꺼내준 것이 아니지 않는가? 구마적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야. 그 때문에 지금 망설이고 있는 것이겠지.
# 17-4 우미관 외경
# 17-5 동 사무실
구마적이 상석에 앉아 있고 상하이, 뭉치, 제비, 셔츠, 평양박 등이 모여 있다.
뭉치 (커다란 봉투를 내밀며) 경성 각 지역에서 보내 온 세금입니다, 큰형님.. 그런데 종로2정목 애들이 이번에도 제일 적습니다. 아무래도 큰형님께서 따끔하게 야단을 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마적 (생각)........
뭉치 ...? 저... 큰형님...?
구마적 알았다. 그만 나가들 봐라.
모두들 .........?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구마적 상하이.. 넌 잠깐 앉아.
상하이 예, 큰형님...
다시 자리에 앉는다. 다들 나가고 나면..
상하이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구마적 (툭 치며) 긴장할 거 없어. 그저 조용히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거야. 허허허...(모자 쓰고 일어서며) 나가자..
# 17-6 어느 비어 홀
구마적은 계속 술만 마시고 있다. 상하이는 그런 구마적이 이상하기만 하다.
상하이 큰형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구마적 .......야, 상하이..
상하이 예, 형님..
구마적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너두 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었을 거 아니야?
상하이 그게... 무슨...?
구마적 (미소) 짜식..(사이) 그래, 다 사실이다. 하야시가 날 풀어줬어.
상하이 .....(놀라).....?
구마적 그렇게 날 싫어하던 하야시가 말이야...그런데... 내가 지키려고 했던 이 종로의 유지들은 정작 내게 등을 돌렸단 말이야.. 허허허...
상하이 그건 오해십니다, 형님. 형님께서 예상보다 너무 일찍 풀려 나오시는 바람에 어떻게 손 써볼 여유가...
구마적 아니야...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하기만 하지 좋아하지는 않아.. 나도 다 알고 있어..하지만 솔직히 배신감이 드는 게 사실이야. (다시 술을 들이킨다)
상하이 ..........
구마적 그때 풀려나지 못했다면 이 구마적의 건달 인생도 아마 거기서 끝이었을 거야..하지만 난 하야시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받은 것이 있으면 뭔가 돌려줘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인정인데 말이야.. 안 그러냐, 상하이?
상하이 .........
구마적 고민이야.. 정말 괴로워..
간수 어서 나와. 석방이다.
두한 .......? (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고만 있다)
죄수3 아이구 잘 됐구만..이제야 나가게 되는구먼..
번개 축하 드립니다, 형님. 나가면 일단 두부부터 드시쇼. 그래야 다시 안 들어온다구요.
죄수4 그래 다시는 이런데 들어오지 말어.
간수 뭐하고 있나? 어서 짐 챙겨서 나와.
두한 .........
번개 꼭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
두한 .......(그냥 나간다)
# 20 고등계 사무실
두한이 형사1,2에 이끌려 들어온다. 미와가 두한을 보고 예의 가장된 제스츄어를 취하며 반색을 한다.
미와 오, 긴또깡.. 어서 오너라.
두한 .........?
미와 석방을 축하한다. 아마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겠지? 하하하..
두한 ........
미와 여기서 지낸 날들을 절대 잊지 마라. 넌 영리하니까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잘 알 게야.
두한 (증오스럽게 본다)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요.
미와 하하하... 그래, 나도 물론이다. 우리 서로 잊지 말자꾸나. 그 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구나, 긴또깡. 그렇다면 이거 실망인데..
두한 .........
미와 오래 전에 네 생모인 박계숙이한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너희 김좌진의 가족들은 모두가 저주받은 운명이라고 말이야. 그건 정말이야. 어린 나이에 너도 이게 뭐냐? 안됐어.
두한 ......(꿈틀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미와 이 미와가 있는 한, 영원히 넌 자유로울 수가 없어. 언제나, 늘 너를 지켜볼 것이니까. 명심해라, 긴또깡. 내 허락 없이는 경성 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그것을 어길 시에는 넌 다시 유치장 행이야. 알았나? 너는 늘 예비검속 대상이야. 영장 없이 유치장에 갇히는 거 말이다. 가봐라.
두한이 보다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돌아선다. 그리고, 거칠게 문을 부서져라 닫고는 나가버린다. 미와의 그 웃음에서...
# 21 그 종로서 밖
두한이 정문을 나선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라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렇게 한 동안 서 있다가 그 곳을 나서면..
# 22 사동옥 앞 길
두한의 발길이 사동옥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그 곳은 폐허가 됐다. 바람만이 모질게 불고 있다. 잠시 원노인과 박군의 밝았던 모습들이 지나쳐 간다. 두한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최동열 두한아...?
두한이 생각에서 깨어나 돌아본다. 최동열이 거기에 있다.
최동열 뒤늦게 소식을 듣고 종로 서에 가보니 벌써 석방되고 없더구나. 아무래도 이곳으로 갔을 것 같아 따라 와 봤다.
두한 ....예...
최동열 사동옥이 저렇게 돼서 마음이 많이 아프겠구나. 가옥 전체가 총독부에 압수됐다고 들었다.
두한 ......할아버지는 어디에 묻히셨습니까?
최동열 화장을 하셨다.
두한 .........(눈물)
최동열 아무튼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겪었어. 어떠냐? 오늘 내가 저녁을 사마.
두한 아닙니다. 고맙지만, 할머니께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동열 아, 참 그렇지. 그래, 그렇다면 다음에 하자꾸나. 어떻게든 너를 돕고 싶구나. 자주 전화해라. 알았지?
두한 예, 아저씨.
최동열 그래, 어서 가보거라.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
두한 예, 그럼.
두한이 못내 아쉬운 듯 사동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이윽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 뒷모습을 최동열이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디졸브 되면....
# 23 삼청동 집 외경(밤)
# 24 동 집 방 안
두한이 막 절을 끝낸다. 조모와 오씨가 보고 있다. 오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조모 그래..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두한 고생은요? 걱정들 많이 하셨죠?
조모 그렇지 않구... 네 큰에미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단다.
두한 ...........(오씨를 보면)
오씨 (눈물을 훔치고) 시장하겠구나. 조금만 기다리거라. 곧 상을 차려오마.(일어서려는데)
두한 ............?
조모 네 큰에미가 지난번에 만주에 가서 아범의 유해를 가져 왔느니라. 그리고, 홍성에 뫼셨지. 보령 선산에 뫼셔야 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일단 그곳에 뫼신 것이란다. 저 건너 방에 이제서야 상청을 모셨단다. 가서, 인사를 드려라.
두한 아버님의 상청을요?
조모 그래.
# 25 그 건너 방
두한이 김좌진의 상청을 위패에 절을 하고 있다. 친조모와 오씨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절을 마치고 두한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두한 (E)아버님.. 두한입니다. 아버님의 아들 김두한입니다. 절대 아버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아버님의 뒤를 따라 위대한 독립군이 되겠습니다, 아버님.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두한의 모습을 오씨가 보다가 말한다.
오씨 홍성에도 가 인사를 드려야지. 아버님 산소 말이다.
두한 저는.. 당분간 갈 수가 없습니다.
조모 아니 왜?
두한 경성 밖을 벗어나려면 미와의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요. 제가 간다면 아버님의 일이 드러나고 말 겁니다.
조모 ......그런 일이 있었느냐? 미와 그 몹쓸 사람이 너를 경성에 가둬놓을 심사로구나..
두한 죄송합니다, 할머니.
조모 그게 어디 네 잘못이란 말이냐? 안타깝지만 하는 수 없구나. 그리고, 이제 원노인 집도 저리 되어 버렸고... 마땅한 곳이 없지 않느냐? 우리와 함께 살자꾸나.
오씨 그렇게 하자꾸나. 이제는 집에서 살아야 해.
두한 아닙니다. 제게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조모 그래? 그게 무엇이냐? 어디 말해 보거라.
두한 기회를 보아서 만주로 가겠습니다.
오씨 만주?
두한 예,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습니다.
조모 (끄덕이며)......장한 생각을 품었구나. 과연 아범의 아들이다.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하거라.
오씨 하지만 어머님, 두한이는 우리 가문의 대를 이을 아입니다. 생사가 위태로운 그 곳에 간다는 것은...?
조모 그 무슨 나약한 소리냐? 나라가 없고 서야 가문이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 정말 모처럼 사내다운 말을 들었다.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어멈아,
오씨 예.
조모 장롱에 넣어 둔 그것을 가져오너라. 이제 쓸 때가 된 것 같구나.
오씨 예, (일어나 나간다)
조모 그렇게 하거라. 네 아비처럼 살아 보거라. 그 얼마나 장부다운 길이냐?
두한 예, 할머님.
오씨가 천으로 싼 돈 뭉치를 가져와 친조모 앞에 내려놓는다.
조모 이럴 때가 있을 것 같아 그 동안 푼푼이 모아 놓은 것이다. 아마 백원은 될 것이다. 여비로 쓰거라..
두한 (감격) 할머니...? 아닙니다. 저 혼자 힘으로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조모 할미와 큰에미가 주는 것이야. 어서 받아. 이것이 바로 독립자금이 아니겠느냐? 어서 받아라.
두한 ...........
조모 어서..
두한 (망설이다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조모 네 아버지는 독립군 사령관이셨다. 그 이름 값을 결코 가볍게 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두한 예, 할머니.
감격하는 두한의 모습에서...
# 26 선학원 외경(밤)
만해 (E)백야의 아들이 그예 석방이 되었다구? # 27 동 안
만해와 최동열이 술상을 앞에 놓고 마주해 있다.
만해 잘 됐구나. 잘 됐어. 그 녀석 고생이 많았겠구나.
최동열 예, 스님. 그랬을 것입니다. 허지만, 아이가 워낙 튼실해놔서요.
만해 아비를 닮았다면 그렇겠지. 허허허. 이제 어찌 살 것이라 하더냐?
최동열 글쎄올습니다. 뭔가 길을 찾지 않겠습니까?
만해 저럴 때에 길을 잡아 주어야 하는데, 쯧쯧쯧... 나라가 요즘 들어 더욱 힘들고 어려워지고 있어. 이럴 때일수록 어린 싹들을 잘 길러야 하는데... 그 뭐냐, 이번에 최린이가 중추원참의가 되었다지?
최동열 예, 그 일들로 지금 온 조선 사람들이 모두 실망하고 있습니다.
만해 큰 일이야. 저렇게 하나 둘 변절해 가고 있으니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될 것인가?
(해설) 최린, 삼일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던 사람이다. 명치대 법대를 졸업하였고, 한때는 항일운동을 했던 당대의 지식인이다. 그러나, 이때에 변절을 하니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는다. 그는 훗날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의 사장을 지내고 광복 때까지 적극적인 친일파 노릇을 하다가 육이오가 발발하면서 납북된다.
최동열 어디 변절하는 인사가 최린 그 사람뿐이겠습니까?
만해 그러게 말이다. 그런 인사들이 민족의 대표라고 해 왔으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느냐? 참, 그 공산당 하는 박헌영이라고 하는 자도 상해에서 붙들려 왔다지?
최동열 예, 곧 재판이 있을 예정인데 중형이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만해 쯧쯧쯧. 지금은 민족주의자고 공산주의자고 따지기 전에 모두가 나라를 위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야. 참으로 들 안되었어. 이럴 때, 이럴 때 새싹들을 자꾸 자꾸 올바르게 길러내야 하는데 말이야...
# 28 거지촌(밤)
두한이 광교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저만치 공터에서 양코가 부하들을 데리고 신문지, 폐품 따위를 묶고 고르고 있다.
양코 야, 너 똑바로 못하지? 이게 뭐냐, 이게? (신문지를 묶은 끈이 툭 끊어진다)
거지1 ........
양코 (거지1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야 이 돌대가리야. 이건 마 이렇게 묶어야지.. 도대체 몇 번을 가르쳐야 되는 거야?
양코가 시범을 보인다. 두한이 어느새 다가와 빙그레 웃고 있다.
두한 그렇게 구박을 하면 더 못하는 거야..
양코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돌아보면 두한이 서 있다. 양코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양코 너... 너 두한이 아니냐?
두한 ......(미소)... 그럼 내가 누구로 보이냐?
양코 야, 대장...! (달려가 끌어안는다) 어떻게 된 거야? 언제 감옥에서 나왔어?
두한 오늘 아침에..
양코 이야.. 그랬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야, 너희들 두한이 대장한테 인사 안 드려? 이 형님이 진짜 우리 대장이야, 임마.
거지들이 일제히 인사를 한다. 미소를 지으며 끄덕이는 두한.
양코 진영이한테 가자. 널 보면 정말 반가워 할거야.
두한 그래..
그들 그렇게 진영의 판잣집으로 몰려가면...
# 29 진영이 집 안
뿌연 연기가 자욱하다. 정진영이 냄비에 찌개를 끓이고 있다. 문이 열리고 양코가 소리를 친다.
양코 진영아.
정진영 (보지도 않고) 일 다 끝냈어?
양코 야, 누가 왔는지 봐봐.
정진영 누가 왔는데...?
두한 진영아...
정진영 (비로소 돌아보며) 두한아...!
두한 (미소).........
# 30 그 곳 공터(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두한과, 정진영, 양코가 모여 있다.
양코 정말 고생 많았다. 야, 두한아, 사동옥도 그렇게 됐는데 이제 우리랑 함께 살자. 응, 함께 살아?
두한 (그냥 미소만).......
정진영 삼청동 어른들께는 인사 드렸니?
두한 응.
양코 삼청동? (실망) 그럼... 인제 거기서 사는 거야?
두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난, 만주로 갈 거야.
양코 (의아해) 만주?
두한 언젠가 진영이 너한테 말한 적이 있었지? 만주로 가서... 독립군이 되겠다구 말이야.
정진영 그래, 기억 나.
두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유치장에 있을 때도 그 생각뿐이었어. 근데 경성을 빠져나가기가 좀 어렵게 됐어. 요시찰 대상이거든..
양코 요..시찰? 그게 뭔데?
정진영 주의해서 볼 사람이란 얘기야. 그럼 만주로 갈 방법은 생각해 놓은 거 있어?
두한 유치장에서 얼핏 들으니까 밀선을 타고 중국으로 가는 길이 있대.
정진영 밀선...?
양코 .........?
두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가 보더라.
정진영 (생각).......밀선이라면 내가 알아봐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두한 .......?
정진영 야 양코, 너두 기억 나지? 언젠가 털보라는 녀석이 밀선에 대해 말한 적 있잖아?
양코 엉? 글세.. 들은 것 같기두하고..
두한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 거냐? 털보는 또 누구고?
정진영 종로에서 노는 놈인데 중국인 촌에도 자주 드나들어. 그 녀석이라면 밀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두한 그래...? 그거 잘 됐구나. 그럼 니가 좀 알아봐 줄래?
정진영 그래 그렇게 해 보자. 그 털보라는 녀석, 우리가 잘 아는 놈이거든.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잘하면 밀선을 탈수도 있을 거야. 분명히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무척 관심을 갖는 두한의 표정에서.....
# 31 종로 거리(낮)
# 32 그 거리 어느 다방
고복수의 <타향살이>가 흘러나오고 있다. 두한, 양코, 정진영이 모여 있다. 얼마쯤 후에 문이 열리고 약간 불량해 보이는 털보가 들어온다.
정진영 여기야, 이리 와.
털보가 진영을 보고 다가와 자리에 앉는다.
털보 웬 일이냐? 이 털보를 다 보자고 하고. 야, 여기 커피 한잔 줘.
레지 예....
털보 (담배를 물며) 무슨 일인데 그래?
정진영 너.. 우리한테 중국인 밀선에 대해 말한 적 있었지?
털보 응.. 근데 왜?
정진영 내 친구가 만주에 가려고 하는데 말이야.
털보 만주?
정진영 그래. 중국으로 가는 밀선을 좀 연결해 줄 수 있겠어?
털보 글세.. 좀 어렵겠는데.. 요즘 사정이 좋지 않아서 말이야. 걸리면 끝장이야.
정진영 그러니까 털보 너한테 찾아온 거 아니겠냐?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털보 ..(머리를 굴린다)..
정진영 ..............?
털보 ... 돈은 얼마나 있는데...?
정진영 ...얼마나, 필요한데...?
털보 밀선을 타려면 적어도 백 원쯤은 있어야 돼.
정진영 뭐, 백 원? 그렇게나 많이?
털보 목숨 걸고 하는 일이야. 그 정도는 있어야지. 일단 돈을 가져와. 그럼 내가 알아볼게.
정진영 백 원, 백 원...?
보고 있다가 두한이가 품속에서 돈 다발을 꺼내 탁자에 놓는다. 모두 놀란다.
두한 백원이야. 일은 틀림없겠지?
털보 (돈을 보고 한참 놀라다가) 틀림없구 말구. 나는 그 쪽이라면 아주 훤한 사람이야. 근데 너 돈 많구나. 생긴 건 꼭 촌놈같이 생겨 가지고서는... 너 이거 어디서 난 거냐? 왜 중국으로 튈려고 하는 거야? 혹시 짜부(형사)에게 쫓기는 거 아냐?
두한 언제까지 해 줄 수 있어?
털보 (손 세어서 넣으며) 오래 안 걸려. 이틀이면 충분하다구. 기다려 이틀이면 돼. 이야, 백원이라...? 참, 오랜만에 만져보는 돈이다. 기다려, 응? 야, 촌놈, 이틀이면 돼.
두한 알았어.
정진영 약속 꼭 지켜야 해.
털보 야, 이 최털보를 뭘로 보냐? 약속했다 하면 일초도 어기지 않는 사람이다. 이틀이다, 이틀. 기다려. 근데, 너 진짜 짜부에게 쫓기는 거 아니지? 잘못하면 나도 곤란하다구.
그들의 표정은 모두 상기된다. 털보는 그렇게 나가고, 셋은 그렇게 서로를 본다.
# 33 종로 경찰서 외경(밤)
# 34 동 미와의 사무실
미와가 담배를 피워 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미와 긴또깡이 석방된지도 꽤 되었어. 그 어린놈이 아주 당돌했어.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동옥도 없어졌고 말이야.
오무라 그러게 말입니다. 이곳 경성도 떠날 수가 없으니, 갈 데라고는 제 집 밖에 더 있겠습니까?
미와 안됐어. 이제 보살펴 줄 사람이 없지 않은가?
오무라 그렇게 된 셈이지요.
미와 그럴수록 잘 감시해야 한단 말이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독립군 놈들이 와 가지고 그 놈과 접선할지 모르거든... 계속 주시를 해.
오무라 예, 경부님.
미와 그놈하고 정이 들은 모양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그렇다고 보면 또 정나미가 떨어지는데 말이야. 녹차나 마셔야겠군. 요이, 물 좀 떠오게.
순사1 하이, 경부님.
미와 긴또깡 그놈...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살아질 놈이 아닌데...
# 35 거지촌 마당(밤)
두한, 정진영, 양코가 모여 있다.
양코 이제 이렇게 영영 헤어지는 거냐? 만주에 가서 정말 독립군이 되는 거야?
두한 그래, 내가 가서 연락할게.
정진영 생각 같아선 나도 너하구 함께 만주로 가고 싶다. 나도 가서 큰 일을 하고 싶어.
두한 너한텐 어머니가 계시잖아.
정진영 그래, 어머니 때문이지.. 하지만, 독립군이 되진 못하지만 나도 여기서 열심히 살게. 말했지만 난 공산주의자가 될 거야. 무산계급 속에서 모두가 다 잘사는 세상을 만들 거야. 두고 봐. 그렇게 할거야.
두한 그래..진영이 넌 잘할 거야.
정진영 그나저나 일이 잘 되어야 할 텐데... 털보가 과연 잘 해낼까? 우리도 그 녀석을 안 지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거든.
양코 설마, 우리를 속이겠어? 이 양코하고 정진영이를 말이야. 염려 마.
두한 ...........
양코 (눈치 보며) 히히히... 어때, 한잔할까?
정진영 또 술타령이냐? 하여튼 이 양코하고는...
양코 (밖에 대고) 야, 얘들아.. 애들 있느냐? 누구 한 놈 와라.. 가서 막걸리 좀 받아와라. 헤헤헤... 마셔 보자구. 술은 이럴 때가 아주 제 맛이 나거든.
정진영 얘는 벌써 중독이야. 하루도 한 마시면 못산다구. 큰 일이야.
양코 좋아하는 것이지 중독은 아니야. 아, 대장이 왔는데 안 마실 수 없잖아. 안 그래. 대장..?
두한 허허, 큰일이구나. 웬 술을 그렇게 마셔, 그래...참..
양코 곧 이별 아니냐? 너 만주로 가면 언제 또 보냐. 그러니까 딱 한 되만 마시자구. 딱 말이야.
두한 ......(웃고 있고)
그 모습에서 디졸브 되면....
# 36 종로 거리(낮)
# 37 동 다방
양코와 두한이가 앉아 있다. 그들 모두 초조해 보인다. 고풍스런 괘종시계가 열 두 시를 넘기고 있다.
양코 이거 사기친 거 아니야? 만나기로 한 지가 한 참 지났잖아?
두한 ...진영이가 그 애 있는 곳으로 갔으니까, 기다려보자구.
양코 아니야, 뭔가 수상해.. 두한아, 우리 뒤쫓아 가보자. 아무래도 이상해.
두한 .......조금만 더 기다려보구. 그래두 안 오면 가보자.
# 38 종로 통 어느 거리(해질 녘)
진영이 당황한 모습으로 오고 있다. 저 만치서 건달 패거리들이 몰려온다.
진영이 그 술집 안으로 들어온다. 한 테이블에서 털보가 김무옥을 비롯한 패거리들과 함께 여급을 끼고 낄낄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다. 진영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정진영 야, 털보?
털보 (취해) 어. 진영이구나?
정진영 너 나 좀 보자.
털보 왜? 무슨 일 있어?
정진영 (어이없어) 무슨 일 있냐구?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김무옥 뭐여, 이 자식은?
털보 제가 아는 놈입니다, 형님. (여급의 뺨에 뽀뽀를 하며) 잠깐만 기다려..
털보와 정진영이 한쪽 빈 테이블에 가 앉는다.
정진영 어떻게 된 거야? 왜 약속장소에 안 나온 거야?
털보 약속? ......아아...조금만 더 기다려.. 진서방을 만났는데 요즘 단속이 너무 심하댄다.
정진영 그러면 그렇다고 얘기를 해줘야지. 널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그럼 언제쯤 되는 거야..?
털보 ..글쎄...한..한 달쯤? 아니지. 어쩜 더 걸릴 지도 몰라.
정진영 뭐, 한 달도 더 걸린다고?
털보 야, 만주 가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아냐?
정진영 조용히 해!.....(목소리 낮춰) 야, 털보, 너 안 되겠다. 그 돈 내놔. 우린 그렇게 기다리지 못해.
털보 돈? 무슨 돈?
정진영 ....뭐?
털보 야, 임마, 만주 가는 건 포기해 알아보니까 어렵더라구. 그 돈은 내가 천천히 줄게. 필요해서 좀 썼다.
정진영 이 자식이.. 내놔. 그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아?
달려들며 멱살을 쥔다.
털보 너 치겠다?
정진영 .......나쁜 자식!
진영이 주먹을 날린다. 털보가 우당탕 쓰러진다. 그러자 김무옥을 제외한 다른 두 사내가 일어난다.
삼수 뭐야, 저 새끼!
정진영 내놔. 어서, 내놔.
털보 이 자식이 겁도 없이 누굴 쳐?
털보가 일어나 주먹을 날리자, 사내들도 함께 달려들어 정진영을 공격한다. 진영도 만만치 않은 주먹 실력이지만 결국 셋을 당하지 못하고 쓰러져 집단 구타를 당한다.
김무옥 그만 혀라. 그만 했으면 됐다. 내 보내.. 야들이 어디서 주먹질이여, 주먹질은? 자, 여기서 배부르게 묵었은께, 우리 이차 가서 한 잔 더 찌끄러불자. 언능.
털보 예, 형님. 자식이 어디서 건방지게...
그들이 일어나서 나간다. 정진영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정진영 털보, 안돼. 그 돈은 돌려주어야 해. 야, 털보......
그러나, 이미 그들은 그 곳을 빠져나갔다. 비틀거리며 정진영이 간신히 그들을 쫓아나간다.
# 40 종로 회관 밖
털보와 김무옥들이 이빨을 쑤시며 나온다. 막 오고 있던 양코와 두한이 그들을 보았다.
양코 터, 털보다! 저기 털보야.
두한이 양코가 가리키는 쪽을 보는데 그 뒤로 피투성이의 정진영이 쫓아 나오고 있다.
정진영 야, 털보. 거기서. 거기 서란 말이야.
두한 ....(보면)....?
정진영 (달려가 털보를 붙잡는다) 내놔, 그 돈 내놔. 내 친구 돈이야. 그게 없으면 안돼. 내놔, 내놓으라고.
털보 근데, 이 거지새끼가 정말 죽을려고 그러나..? 이 새끼...!
계속 주먹이 날아든다. 그때 , 두한이 소리지른다.
두한 그만 멈추지 못해?
모두들 본다. 김무옥들도 그렇고 정진영도 비로소 두한을 보았다. 두한이 다가가 털보 앞에 선다.
두한 왜 내 동무를 때렸어?
털보 허, 기가 막혀서, 뭐라고? 야, 이 촌놈아, 까불면 맞는 거야. 알겠어? 너도 맞기 전에 어서 가. 어서 가거라 아이야, 응?
두한 돈을 돌려 줘.
털보 뭐라구?
김무옥 무슨 일이냐, 털보야?
털보 아, 아닙니다. 형님. 아무 것도 아닙니다.
두한 돈 돌려줘. 돈!
털보 이 자식이 그런데...
털보의 주먹이 기습적으로 달려든다. 그러나, 그것을 피하는 두한. 털보는 약이 오른다.
털보 피했어? 야, 촌놈, 제법인데.. 내 주먹을 피해? 이 자식, 너 오늘 죽어봐라. 이 새끼.
주먹을 날리며 동시에 발차기를 하는데, 두한이 피하며 그대로 복부를 발로 내지른다. 그 한방에 벌렁 넘어져 숨을 헐떡이는 털보. 모두들 놀라서 본다. 김무옥도 놀란다. 패거리 두 명이 다시 덤벼든다.
삼수 야, 이놈 제법이네.
병수 좋아, 몸 좀 풀자 이거지?
이번에는 사내 둘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그러나 두한이 가볍게 피하며 주먹과 발로 그들을 강타한다. 그렇게 서너 대를 맞자 사내들이 그대로 주저앉는다. 이빨을 쑤시던 김무옥의 동작이 곰처럼 굳어지며 본다. 그런 김무옥과 두한의 시선이 부딪친다. 그러다가, 두한이 막 일어나려는 털보의 목을 발로 누른다. 그리고, 보며 말한다. 털보가 버둥거리지만 일어나지 못한다. 어느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