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진짜 ‘좋은 날,
(2011.6.1 송고)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이 제법 따사로운게 초여름이 성큼 나가왔음을 느끼게 하는
6월이다. 날도 풀린듯하여 겨우내 덮어 두었던 스쿠터를 꺼내 먼지를 털기로 마음먹었다.
스쿠터를 탄지 2~3년정도된 것 같은데 시내를 다니다보면 생각할수록 참 편하고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은 고유가시대에 리터당 30~40km나 나오는 연비도
그렇고, 출퇴근시간 차가 막혀도 늦는 일이 없으며, 주차 때문에 시비가 붙을 이유도 없다.
간혹 나사못 죄는 방향도 헷갈릴정도로 기계치라 그동안 이상은 안생겼는지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크샾을 찾게 되었다. 스쿠터에 이상이 생기면 가끔 찾는 곳인데 정비를 할때면 항상
샾모퉁이에 놓여있는 허름한 쇼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요즘 여기 경기는 어때요?’
‘뭐 만날 죽을 맛이지...’
노상 물을때마다 기름때 묻은 분주한 손을 쉬지 않으며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대답이다.
‘그럼 뭐 형님이 좋을때가 있었나요?’
‘아 그럼 이사람아! 내가 열세살때부터 이 일을 했는데 좋은 날도 있었지 왜 없어!’
그래도 몇 개월간 리포터로 활동한 깜냥은 있는지라 불현 듯 그가 말하는 ‘좋은 날’ 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읍내동 22-1번지에서 ‘서부오토샾’을 운영하는 장순복(51세.해미면)씨의 학력은
해미초등학교 졸업이다. 졸업한 13살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이상을 오토바이
(motor bike)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에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또래
친구들이 시종 부러웠지만, 넉넉지 못했던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수 없이 취업을
택할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기술전수라는 미명(美名)아래 끼니는 고사하고
급료 한푼 없이 얻어 터지며 배울 수 있었던 기술이 그가 기억하는 오토바이 정비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배운 기술로 몇 년후 가게를 차렸고, 기술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하나둘 찾는 사람이 늘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산에
있던 모래가공공장에까지 투자하는등 이른바 인생의 좋은 날이 오는듯했다.
그러나 얼마 안있어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던 IMF사태가 터졌고, 그도 그 여파를 피해
갈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잃고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나락에 빠진 그에게
남은 것은 월세로 임대한 텅빈 바이크샾뿐이었다. 거기다가 연로하신 어머니 병수발에,
아내의 지병치료와 군제대후 우울증에 걸린 둘째 아들의 병원비까지.
않될때는 이쪽을 밟으니 시궁창이고, 저쪽을 밟으니 뒷간통이더라는 그의 말처럼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가 느끼는 경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닌듯 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나름대로 성공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투자했던 모래공장이
부도가 나 거리에 나앉았을때도 텅빈 바이크샾을 지키며 희망을 잃지 않았고,
30여년 넘도록 단 한번도 기름때 묻은 목장갑을 벗은 일이 없다고 한다.
또, 2종소형(125cc이상) 오토바이(bike)의 정비기술은 서산을 비롯하여 태안,
당진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자신이 있단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일 것이다.
누구나 안정된 삶을 추구하지만 인생은 결코 평탄하게만 살수는 없다.
결과를 알고 보는 재방송이 재미없듯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사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시련도 겪고, 포기도 하며, 때론 좌절을
딛고 희망을 얻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지난날에 대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두 번 찾아 오기 힘든 인생의 기회는 아니었을까 후회를 하기도 한다.
일하면서 느끼는 불만이나 부족함이, 일이 없어 걱정하던 날보다 얼마나 '좋은 날‘인지
우리는 자꾸 잊으며 사는듯하다.
좌절을 딛고 열심히 살고 있는 바로 ‘오늘’ 이 그가 말하는 싶은 진짜 ‘좋은 날’ 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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