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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털석 주저 앉았습니다. 왕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 소리를 들은 센의 부모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사실대로 털어 놓았습니다. “사실 전 두분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물가에 있는 사슴을 쏜다는 것이그만 잘못하여 당신의 아들을 쏘고 말았습니다.” 왕은 차마 센이 죽었다는 말까지는 하지 못하였습니다. “뭐? 뭐라구요? 우리 센, 센을 쏘았다구요? 그래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죽은 것은 아니겠지요?” 왕의 말을 들은 센의 부모는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목소리에는 울음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 왕의 눈에도 눈물이 주루룩 흘렸습니다. “말씀 좀 해주셔요? 우리 센이 설마 죽지는 않했겠죠?” “용서하십시오. 지금쯤, 지금쯤‥‥‥.” “그렇다면 우리 아들이 죽었단 말인가요?” 센의 부모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조금 전까지 만해도 생글생글 웃으며 떠난 아이가 죽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믿어지지 않아요.” 센의 부모는 땅바닥을 두드리며 통곡을 했습니다. “우리 아들 센은 정말 효자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그런 효자는 구하기 힘들 것이구만요. 조금 전에 산새들이 그리 슬피 울더니 이런 기막힌 일이 생겼군요.” 센의 부모들이 이렇게 땅바닥을 두드리며 우는 소리를 들으니 왕의 가슴은 더욱 더 아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두 분을 위해서라면 전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대왕님, 기왕에 우리 센이 죽었다는게 사실이라면 체념할 수 밖에요. 센은 지금어디에 있습니까? ” 한참 동안 흐느껴 울던 센의 아버지가 조금 진정하면서 물었습니다. “숲속 옹달샘 가에 누워 있습니다.” 왕이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죄송하지만 저희들을 센이 누워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십시오.” 왕은 두 사람을 부축하여 센이 누워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센의 부모는 센의 앞에 털썩 주저앉아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오 ! 센아 ! 귀여운 아들 센아 ! 이게 어찌된 일이냐? 응?” 센의 부모는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그들의 슬픔이 얼마나 자극했던지 주위에 있던 새들도 슬피 울었습니다. 왕의 눈에서도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센의 아버지는 더듬더듬하여 센의 가슴에 꽂혀있는 화살을 잡았습니다. “천상에서 이 당을 굽어보시는 신이시여! 우리 센은 참으로 효자였습니다. 우리들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 더구나 앞못보는 장님들입니다. 차라리 저희들의 목숨을 거두어 가시고 센의 목숨을 돌려주십시오.” “센아! 네가 정말 효자라면 우리들의 아픈 가슴을 헤아려 그만 일어나거라 어서 벌떡 일어나거라.” 센의 부모는 센의 가슴에 박혀있는 화살을 뽑으려고 흔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화살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입니다. 숲속에 하늘빛을 한 파랑새 한 무리가 날아 왔습니다. 새들은 센 부모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그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제히 센의 가슴에 박혀있는 화살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들은 부리로 화살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합하여 화살을 당겼습니다. 쑥, 지금까지 꿈쩍도 하지 않던 화살이 뽑혔습니다. “어? 화살이 뽑혔어요. 새들이 화살을 뽑았어요.” 왕이 소리쳤습니다. “뭐라고요? 화살이 뽑혔다구요?” 센의 부모가 너무나 깜짝 놀라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눈이 번쩍 떨어졌습니다. “에구머니나, 이게 어찌된 일이야? 눈, 눈이 보이네.” “나도, 나도 앞이 보여.” 두 사람은 너무도 갑자기 당한 일에 어쩔줄을 몰라 눈을 껌뻑거렸습니다. 그 때입니다. 화살을 뽑아 입에 물고 하늘 멀리 사라졌던 새들이 이번에는 입에 샘물을 한 모금씩 물고 날아 왔습니다. 새들은 물고 온 물을 센의 상처에 한 방울씩 똑똑 떨어 뜨렸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날아 온 새는 굳게 다물고 있는 센의 입가에 물고 온 물을 한 방울 뚝 떨어 뜨렸습니다. 그러자, 상처가 저절로 없어지고 백납처럼 하얗던 센의 얼굴에 차차 발그레한 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휴! 잘 잤다.” 이윽고 센이 꿈틀꿈틀 하더니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왕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센아 ! ” “아버지, 어머니! ” 센이 아버지, 어머니 품으로 와락 안겼습니다. “센아 ! 네가 살아났구나, 네가 살아났어.” “아버지, 어머니, 제가 누워있는데 갑자기 관세음보살께서 나타나셨어요. 그리고 생명수를 뿌려주시며 이걸 한 모금만 마시면 낫는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그 새들이‥‥” 그들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왔습니다. 멀리 파랑빛을 한 새들이 구름처럼 무리를 져서 하늘 높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 한 가운데 빙그레 웃고 있는 관세음보살 얼굴이 보였습니다. “오 ! 관세음보살님.” 그들은 합장을 하면서 허리를 굽혔습니다. 숲속의 새들이 다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불일회보 55호 저자 - 이슬기/동화작가 <현대불교미디어센터 ⓒ 2005>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지성..감천..감동은 시공을 초월하는지라 지금도 가슴이 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