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색의 벽지, 눈길을 확 잡아끄는 붉은 하이힐, 식욕을 돋우는 오렌지색 식탁보…. 갖가지 생활용품엔 그에 어울리는 색이 있다. 이런 색은 그저 보기 좋으라고 쓰는 게 아니다. 색은 사람의 심리에 묘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심리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의식주에도 자신에게 맞는 색을 적극 활용하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삶의 활력을 높인다=경기도 수원의 조현경(32.여)씨는 올해의 유행인 보라색 옷을 자주 꺼내 입는다. "보라색은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어서 가을 분위기에 잘 맞는데다 심신 치유력이 높은 색"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가끔 생활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하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붉은 립스틱도 발라본다. 붉은 구두도 신는다. 붉은색의 원초적 생동감이 삶의 활기를 자극하기 때문이란다.
가천의대 길병원 김선현 외래교수(예술치료사)는 "다양한 색의 꽃을 화병에 꽂거나 집안의 벽을 주황색, 연한 녹색.갈색.파란색, 아이보리, 베이지색으로 칠해 분위기를 확 바꿔보는 것만으로 우울해지기 쉬운 가을.겨울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숙면을 유도한다=전문가들은 침실의 색조를 가급적 연하게 하라고 권한다. 편안한 숙면을 돕기 때문이다.
"침실은 따뜻하고 연한 색으로 칠해야 한다. 파란색.분홍색.복숭아색.자주색.보라색 계통을 연하게 쓰는 게 좋다. 초록색은 어두우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연한 초록색은 긴장을 풀어준다."(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원장)
미국에선 교도소의 독방을 분홍색으로 칠했더니 죄수들이 더 침착해지고 자제력을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숙 교수는 "붉은색.오렌지색.노란색 등 파장이 긴 따뜻한 색은 긴장과 흥분을 높이는 반면 파란색 등 파장이 짧은 차가운 색은 긴장과 적대감을 낮춰 마음을 가라앉히게 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에도 활용=조현경씨는 체중 감량이 필요한 남편의 음식을 청색 그릇에 담아낸다. 일본인이 선호하는 청색 그릇은 식욕을 낮추고, 이것이 소식을 유도하는 비결이라고 믿어서다.
반면 7세(딸).5세(아들)인 아이들이 입맛을 잃으면 식욕을 돋우는 붉은색(방울토마토)과 오렌지색(당근) 식품을 보기 좋게 식탁에 올린다. 파프리카 같은 원색의 채소를 써서 '눈으로 먹는 음식'도 만든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최송희 교수는 "오렌지색은 기분을 들뜨게 하고 식욕을 돋워 음식을 많이 먹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인은 가정에서도 식탁보나 그릇까지 오렌지색을 즐겨 쓴다"고 말했다. 이를 이용해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식탁과 벽지에 오렌지색.노란색.붉은색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한 사람씩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골라 마음대로 형상을 만들어본다.
-무지개빛 색깔의 음식(레인보 다이어트)을 함께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다양한 색상의 꽃을 화병에 꽂아본다
-산행을 떠나 형형색색의 단풍을 감상한다
-롤러를 사용해 거실이나 방의 벽을 주황색, 연한 녹색, 연한 갈색, 아이보리, 베이지, 연한 파란색 등으로 페인트칠해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본다
-미술관을 찾아간다.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내면 세계에 대해 가족 대화를 나눈다
-커튼을 갈색.카키색.주황색으로 바꿔본다
-침구류의 색깔을 계절에 맞게 따뜻한 색으로 바꿔본다
-옷에도 변화를 준다. 꼭 새옷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색깔의 스카프나 액세서리를 착용해 변화를 주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큰 화지에 가족이 함께 가족협동화를 제작한다. 다양한 색상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잡지.신문.사진 등 인쇄 매체를 손으로 찢거나 가위로 오려 붙이는 콜라주를 만든다. 콜라주가 완성되면 그 속의 상징 이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가천의대 길병원 김선현 외래교수=낙엽처럼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가족이 색채를 즐기는 것은 가족 화합에 도움을 주고, 계절감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어린이들에겐 정서적인 안정을 안겨준다.
*** 컬러 푸드의 건강 효과▶붉은색:식욕을 돋운다. 식품 껍질의 붉은 색소(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는 몸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청소부.
.토마토=항암 성분인 라이코펜 함유
.고추=다이어트에 효과
.사과=비타민C 풍부. 변비 예방
.적포도주=항산화 작용 하는 안토시아닌 함유. 심장병.뇌졸중 예방 효과
▶노란색:식욕을 높이고 소화 기능을 돕는다. 베타 카로틴 등 카로티노이드 풍부.
.단호박=가을에 입맛을 되살려준다. 베타 카로틴과 비타민 C 풍부
.고구마=식이섬유 풍부. 변비 예방
.감자=비타민 C 풍부. 면역력을 높여준다
.옥수수=비타민 E 풍부. 위와 신장에 이롭다
.귤=비타민 C 풍부.
▶녹색:신선한 느낌을 준다. 녹색의 엽록소가 있어 '푸른 혈액'이라고 불린다.
.시금치=여성 미용에 유익. 비타민 A 풍부. 철분.엽산이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 효과적
.브로콜리=비타민 C와 A 풍부
.오이=혈압을 알맞게 조절해준다
▶검은색:웰빙 열풍에 힘입어 뜬 강한 인상의 색. 안토시아닌이란 색소 함유.
.검은 콩=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검은 쌀=미네랄이 일반 쌀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검은 깨=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 다량 함유
알록달록 다양한 색 쓰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Q 평소에 쉬 피곤을 느끼는데 백화점에서 제 옷을 고를 때만은 힘이 넘쳐납니다. 이런저런 색상의 옷을 두세 시간 쉴 새없이 갈아 입었던 경험도 있지요. 또 우리 아이의 그림이 늘 어둡게 느껴지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A 백화점에서 여러 색상의 옷을 보는 즐거움이 활력.체력까지 높여줬기 때문입니다. 색을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오래 산다는 말도 있습니다. 피카소는 92세, 작품 속에 병.죽음.우울의 기억을 덧칠했던 뭉크도 81세까지 살았습니다. 색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때문이지요.
색을 쓰는 것만 보면 심리상태를 얼추 짐작할 수 있어요. 피카소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엔 청색을 즐겨썼다고 합니다. 1903년작 '생(生)'과 '늙은 그리스도 교도'가 대표적인데 이때를 '피카소의 청색 시대'라고 하지요. 그러나 명성을 얻고 연애를 하면서 화폭의 주조는 분홍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응용할 경우 색은 자녀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왕따.학교폭력 등으로 마음이 불안하고 공부로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검은색.파란색.붉은색 등 강렬한 원색을 즐겨 쓰지요. 심신이 위축돼 있으면 연하고 힘없는 색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상처가 치유되면 색이 밝아집니다.
색은 남편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편에게 불쑥 아무 그림이나 한번 그려보게 하세요. 금전.업무.가족 문제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면 어두운 색을 많이 쓸 겁니다. 반대로 하는 일이 잘 돌아간다면 노란색.주황색.하늘색을 많이 사용하게 되지요.
색은 혈압.호흡 수 등 우리 몸의 생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UCLA 대학 심리학자 로버트 제라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붉은 빛을 쬔 사람은 혈압.맥박 수가 올라가고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났으며 눈도 더 자주 깜박거렸습니다. 반면 청색.흰색 빛을 쬔 사람은 혈압과 호흡 수가 떨어졌지요.
-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중앙일보 2004.10.2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