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내·들, 거창의 미래 - 착한 에너지, 동네에너지 ⑧
직접 써 본 재생에너지들 - ⑶태양열 조리기
학교에 여러 재생에너지 시설이 갖춰지면서 모든 학생이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4학년 선생님 한 분은 지난주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남쪽 뜰에 있는 태양열 조리기로 떡볶이를 했다. 그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태양열 조리기를 통해 해 본 음식은 아주 다양하다. 흔히 해보는 달걀 삶기(굽기)는 기본이고 감자, 고구마 삶기, 만두 굽기, 심지어 삼겹살을 구워 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인기 최고다.
4학년 선생님의 태양열 조리기에 대한 사랑은 사실 교육방송에서 3부작으로 했던 ‘인도로 간 태양열 조리기’를 보신 뒤였던 것 같다. 그 방송에서는 ‘쉐플러’ 등이 만든 태양열 조리기가 인도 가정의 전통적인 취사 방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자세하게 나온다.
태양열 조리기는 햇볕의 열을 이용한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둥글고 오목하게, 마치 위성 안테나처럼 생겼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에 조리용 솥이나 프라이팬을 올릴 수 있는 받침대가 있는 것이 전부다. 이 장치를 해를 향해 놓으면 쏟아지는 햇볕은 오목한 부분에서 모두 조리대가 있는 가운데 부분에 모인다. 이때 모인 높은 열로 조리를 할 수 있다. ‘쉐플러식 태양열 조리기’의 경우 무려 700도 이상의 열을 만들어내고, 보통의 태양열 조리기도 100도 이상의 적지 않은 열을 낼 수 있다.

인도는 우리처럼 가정에서 가스나 전기 같은 연료를 쓰기 어려워서 많은 가정이 나무를 때서 연료를 해결했다. 그 때문에 숲이 점점 사라지는 문제는 물론이고, 여자들은 나무 준비 및 연기 때문에 생기는 호흡기질환까지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태양열 조리기를 통해 말 그대로 한 번에 해결하고 있다. 다행히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고 열도 세기 때문에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서 조리를 하는 것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사원과 같은 큰 시설에서도 커다란 태양열 조리기 여러 대를 연결해 몇백 명이 먹는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 학교에 있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태양열 조리기는 해를 따라서 시간마다 조금씩 움직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 태양열을 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이 조리시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쉐플러 태양열 조리기’ 등은 아주 간단한 장치를 통해서 저절로 해를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그런 어려움도 해결되어 있다.
태양열 조리기는 가스불 등에 비해 가열 온도가 낮다. 그래서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음식이 익혀진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기도 하지만, 골고루 천천히 익혀지면서 좀 더 풍부한 맛을 만들어낸다. 음식 맛을 잘 느끼는 분들은 그런 깊은 맛이 참 좋다고도 한다.
태양열 조리기는 국내의 몇몇 재생에너지 업체에서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못 쓰는 위성안테나를 이용해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종이 상자와 유리 덮개만 가지고도 간단하게 만들어 볼 수 있다.(자료는 ‘대안기술센터’ 자료실에 있다.) 많은 가정이 아침 일찍 밥을 해 먹고 저녁에나 되어 들어가는 우리 실정에서 태양열 조리기가 많이 쓰이기에는 어려움이 좀 있지만,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함께 써 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학교 등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은 대체로 점심밥을 하기 때문에 대형 태양열 조리기를 설치해 써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태양열조리기를 직접 경험해 보실 분들은 11월 12일 오전에 읍사무소 앞에서 열리는 에너지 행사에 오시면 된다.)
송준섭(샛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