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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팥배나무 아래서
암벽이 신출(神出)한 불암산 중턱에 주저앉아 그 유구한 세월 북한산 긴 능선을 남북으로 오르내렸을 석양 그 노을 황금빛이 유난히 은은하고, 곱다 할 때면 팥배나무 열매는 의례 무르익어갑니다.
저 꼬불꼬불한 먼 능선 길을 석양이 조금씩 살피며 돌고 내려오면 일 년 365일.
그 새, 팥배나무는 한겨울 추위에 떨다가 잎을 트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붉게 익히고 잎은 누렇게 단풍들려 떨어뜨립니다.
허나, 그 열매가 뭔지 열매만은 언제나 오래도록 놓지를 않습니다.
모든 게 유한하니 생(生)은 멸(滅)과 한통속이고, 너무나 짧기에 제 몸이 말라가도 살아생전 마음은 그렇게라도 하려합니다.
석양은 그 마음도 그렇다는 듯 팥배나무 열매 여물 때면 지면서도 더욱 장엄하고 너무도 인자하여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우주의 본래심(本來心)인 양.
글, 사진(2010. 10. 30) /최멜라니오
팥배나무 꽃(5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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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팥배나무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풍겨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글에서 인생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