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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캠핑 "캠프리카" 원문보기 글쓴이: 김폼
섬진강오토캠핑장
수수한 듯 보이나 알짜 재미가 있는 보성강변의 숲
수수하다 하여 캠핑의 재미까지 밋밋하진 않다. 섬진강오토캠핑장(N35 07 59.4 E127 18 24.8)은 얼핏 보면 그저 강가의 숲이다. 샤워시설이나 화장실, 개수대는 천막으로 친 것이며, 매점 같은 편의시설은 없다. 캠핑장이라는 이미지보다 평범한 시골 강가의 숲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무궁무진한 재미가 숨어 있는 곳이 섬진강오토캠핑장이다.
어렵지 않게 닿은 능선삼거리, 이정표를 따라 정상으로 간다. 완연한 육산이라 능선 오름길에서도 호흡이 어렵진 않다.
정상(좌표 N35 06 35.4 E127 20 48.7)은 동쪽으로 트여 있고 작은 바위도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목사동면 청년회에서 간벌을 해 시야를 틔운 흔적이 있다. 덕택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맞은편 봉두산 기슭엔 태안사가 있다는데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태안사는 보물을 네 점이나 간직한 곡성 최고의 고찰이다. 그 아래 계곡에는 죽곡면의 동계천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곳곳에 마을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북쪽 비래봉으로 향한다. 능선 내리막에서 자칫 방심하는 사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어 디딤이 좋지 않다. 포대자루를 타고 갔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낙엽의 바다다. 늘어선 나무를 손잡이 삼아 의지하기도 하고 스틱을 미리 짚어가며 균형을 잡는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으로 내려선 이후로는 약초꾼이나 다니는 길처럼 희미하다. 간간이 매달린 꾼들의 표지기가 반갑다. 나무가 빽빽해 지루한 능선길, 속도에 집착하며 길이 희미한 만큼 독도를 통해 산행의 재미를 찾는다.
둥그스름한 숲 속의 봉우리. 비래봉에 온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허무한 정상이다.
가파른 낙엽 길이 다리 근육을 바싹 긴장하게 만드는 하산길은 등산로가 없는 듯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다닌, 그나마 갈 만한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글처럼 잡목이 우거진 내리막을 요리조리 길을 찾아 내려서자 날머리인 신숭겸 사당이다. 광화문 이순신상 같은 동상에 비석까지, 주변 시골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시설이다. 그는 궁예를 폐하고 왕건을 추대한 고려의 개국공신으로 견훤의 군대에 왕건이 포위되자 그를 구하고 전사했다. 도로를 따라 20분을 걷자 차를 세워둔 삼거리다. 아침에 길을 알려준 아주머니가 어땠냐며 묻는다.
“삼산, 삼삼하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