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서 새벽을 열었다
깜깜한 산길로 접어 드는 새벽 석골사 골짜기에서 부는 청량한 기운에 가슴을 내려 놓고 맑고 긴 호흡으로 새벽의 긴장을 깨윘다
부지런한 석골사 스님의 새벽 예불 소리는 아직 멀었는데 잠든 산사 아래에서 준비한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만물이 잠든 골짜기의 바람에 이끌려 석골사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운문산 깔딱고개에 밤새 만든 이슬을 떨치면서 두어시간 오르고 올라 가파른 정상 부근 상운암에서 아침 갈증도 식히고 숨도 돌렸다
생각지도 않은 스님의 환대로 50년을 홀로 수행중인 노스님과 차 한잔으로 마음을 추수리고 낯선 산객의 피로도 덜어내고 구름이 머물다 가는 암자의 정취도 담아 보았다
산사에 이는 바람에
구름처럼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살아온날의 후회보다는 참회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인연들은 어디서 오는걸까
본래의 나는 누구일까 노스님의 선문답에 암자의 바람이 스쳐간다
상운암을 지나 구름이 열리는 청도땅 운문산 정상에 힘겹게 도달했다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바람과 구름이 조금씩 섞여 흘러가는 운문의 이름 없는 작은 풀에도 나무잎에게도 너무 소중하고 그들의 공간이 행복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 모습을 보고 싶으면 영화관으로 가라
삶의 뒷모습을 보고 싶으면 일기장을 보라
뒤로 물러서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파도치는
바다로 가라
삶의 길이 보이지 않으면 산으로 가라
다시 길을 찾아
영남 알프스 산행의 백미 가지산의 감격은 심신의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고도 남았다
가지산을 얼마나 힘들고 지치게 올랐는지 이제는 아무리 험준한 산도 안심이 될 정도로 마음이 놓였다
배고픔을 미루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한참을 걸어 가지산 8부 능선 아래에서 김밥으로 몸을 챙겼다
그토록 가보고 싶던 영남 알프스의 가장 깊은 가지산
감격에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가지의 이름으로 기원도 했다
힘든 고비마다 우리 아버지도 나처럼 늦게 낳은 자식
이름을 부르고 그렇게 간절하게 몸하나 성게 살라고 당산 나무에서 빌었다
산속 분지 샘물에서 목을 축이고 천황산을 찍고 당일 산행의 마지막 주자 제약산을 끝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끝없이 어어지는 발길에 펼쳐지는 꼬불랑 하산길에 몸은 힘들었지만,삶을 인내하는 하산의 진정한 깨달음를 얻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결국 길은 하늘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동네 민박집에서
고단한 나에게 저녁은 위로의 시간 이었다
살아온 날의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저녁 노울에 내 가슴이 빨갛게 물들어 갔다
그렇다
사람은 혼자만 잘나서는 살아갈수 없다
저녁 노울에서 겸손과 그 깊이를 닮아 가고 싶었다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내 삶에 산은 함께 가야할 이미 거역할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 왔다
이튼날 산행의 시작은 영축산 청수골 중골로 시작하는 체이동 먹바위를 쪽으로 방향을 잡얐으나 길을 찾지 못해 청수골 좌골로 들어가 통도사의 영험이 깃든 영축 신불에 걸쳐 광활한 억새평전에 작렬하는 태양 아래 신불재 그리고 영남 알프스의 정수 신불산에서의 간월재 간월산을 마무리하고 영남 알프스의 막내 배내봉을 마지막으로 50키로 운문 가지 능동 천황 제약 영축 신불 간월 배내봉을 꼬박 이틀 새벽 산행으로 영남 알프스 종주를 마칠수 있었다
보만 스님이 묻습니다
부처님은 신이십니까
부처님이 신이시면 너도 신이다
보만 스님이 묻습니다
그럼 부처님은 인간이십니까
부처님이 인간이면 너도 인간이다
이각 스님이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