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중앙시장 뒷골목 고기를 파는 시장에 가면 혀를 추욱 늘어뜨리고
눈이 땡글 한 쇠머리를 즐비하게 걸어놓고, '쇠고기 중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하며
그 혓바닥을 즉석에서 잘라 팝니다.
어떤 외국 학자가 조사를 해보니 프랑스인들을 미식가(美食家)라고 하는데,
그들은 소를 35부위로 분류해 먹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15부위 정도,
미각이 가장 발달한 동아프리카 보디족들이 51부위로 분류하는데, 그 학자가 한국 사람들은
소 한 마리를 무려 120부위로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뒤로 넘어졌다고 합니다.
등심, 안심, 갈비, 사태, 차돌박이, 제비추리는 살코기를 분류한 것이고 양, 간, 곱창, 염통, 콩팥,
피는 내장을 분류한 것이고 우랑, 우신, 혀, 젖통살, 쇠머리, 쇠꼬리, 우족은 기타 부산물이고
그밖에 우리가 잘 모르지만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그 속에서 쇠뼈 속의 관절인 '도가니',
쇠 가죽에 붙은 '수구레', 척추뼈 속에 '등골', 쇠코를 갉아 귀약을 만들고, 쇠귀는 '집우이',
쇠기름으로 초를 만들고, 심지어 소의 뱃속에 굴러다니는 돌덩이인 우황(牛黃)까지 버리지 않고
최고의 약으로 만들어 팔고, 다 발라내고 남은 뼈까지 곱고 고와서 곰탕을 만들고,
뼈 속에 골즙이 우러나오도록 더 고아서 설렁탕을 만들어 먹습니다.
쇠의 혓바닥을 잘라 팔면서 가장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대도 안 되는 굉장한 미각입니다.
이 같은 경이적인 한국인의 미각(味覺)은 온 세계 어느 민족도 가지고 있지 못한 대단한 것입니다.
잘 살펴보면 우리민족에게만 있는 이러한 자원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최용우/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