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근 디자인. IT경영으로 현대.기아차 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기아차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활동이 뜸했으나, 지난 6일 미국 MS(마이크로소프트)사와 현대차 그룹의 자동차 IT부문 협약식에서 빌 게이츠 MS회장의 협력 파트너로 등장, 업무영역이 현대차 그룹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차 그룹 고위 관계자는 25일 "정 사장의 주요 업무영역은 젊고 역동적인 감각의 신차로 승부하겠다는 '디자인 경영'과 자동차.전자산업의 접목을 통해 그룹 성장동력을 육성한다는 'IT경영' 등 크게 2가지 축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거는 기아차의 테두리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업무를 관장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디자인 경영의 경우, 정 사장이 재작년 폴크스바겐에서 페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루 기아차만의 '패밀리 필(Family Feel)'을 가진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SUV모하비에서 직선과 단순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내달 등장하는 로체 부분변경 모델과 하반기 등장하는 신개념 소형차 쏘올에서는 기아차 고유의 디자인 특징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IT경영 역시 MS와 혐력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의 차체 제어 전반에 관한 기술개발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내비게이션이나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장착하는 수준이 아니라, 반도체. 전자제어.기계공학 기술 등을 통합하는 것으로 앞으로 완성차 산업의 부가가치를 좌우할 분야로 손곱히고 있다.
또 다른 고위임원은 "정 사장이 MS와 현대차 그룹의 IT협약식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게 일반인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 사장이 그룹 내 IT협력 분야를 주도한 것은 2년전부터였다"며 자동차의 IT.전자장비화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 사장의 활동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사장이 내달 5일 현대차 러시아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도 업계에선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정몽구 회장은 물론 현대차 그룹 계열사의 주요 CEO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로, 정 사장의 그룹 내 위치를 알리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안수웅 연구위원은 "정 사장의 그룹 내 역할은 점차 커지겠지만, 한국 자동차산업 자체라 해도 틀리지 않는 현대. 기아차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아직 많은 고전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