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사랑을 딛고 오랜 병마와 싸워 다시 제자들의 품으로 돌아온 파주여중 RCY 권혁청(45)지도교사.
그에게 제자들은 사제지간이라는 딱딱한 어감 보다는 이미 가족이 됐다. 18년간 지켜온 교단은 지난 2003년 갑작스레 찾아 온 다발성골수증으로 떠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의 암울했던 위기는 제자들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파주여중 RCY 지도교사로 18년동안 몸 담아온 그는 갑자기 체중이 줄어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증이라는 판정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염색체가 같은 골수를 찾지 못하면 1∼2년 안에 사망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의사의 말에 그는 가족도 가족이거니와 사랑스런 제자들을 떠올렸다.
그들을 남겨놓고 40살 이라는 나이에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는 ‘이대로 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의지를 갖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 자신과 맞는 골수를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와 맞는 골수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권 교사는 1년 휴직계를 내고 본격적으로 백혈병과 싸우기 시작했다.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조혈명 이식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1년여의 각종 항암치료는 그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항암치료 기간 동안 들어간 1억여 원의 병원비와 치료비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권 교사의 투병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자들인 파주여중 RCY 단원들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제자들은 그렇게 2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았고, 당시 자포자기하던 권 교사에게 제자들의 정성은 큰 힘이 됐다.
하늘도 감복했는지 주위의 관심과 제자들의 사랑을 몸으로 받은 권 교사는 학교를 떠난 지 2년여만에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자신의 땀이 배어있는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2년여의 투병생활을 뒷바라지 해 온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권 교사는 “투병생활을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해 아내가 쓰러지면서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다행히 아내도 많이 호전되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2년간의 백혈병 투병과 아내의 뇌경색 판정 등 지난 3년간 불굴의 의지로 병마를 극복한 권혁청씨. 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출근하는 그의 손에는 ‘선생님의 그 빨간잠바, 그 하얀 매와 따뜻한 목소리를 다시 볼 수 있고, 다시 들을 수 있는 그날이 꼭 올거라고…’ 적힌 병마와 사투를 벌이던 당시 제자들이 보낸 희망 편지가 쥐어져 있다.
/홍성수기자 blog.itimes.co.kr/s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