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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정수리 위
팽팽한 침묵
기척 없는 봄
부서지지 않는 투명한 뼈
빠져나온 음색이 차갑다
수평과 수직이 숨 쉬는 길
기억의 끄트머리 담고
허공을 나누며
날개 없는 비상이 무겁다
아주 오래된 가방
오래된 가방 하나가 있다
속을 들여다 보았다
가득한 이야기
하나씩 꺼내어 본다
아미동 자갈치 오가던 시절
멀쩡한 이야기 하나도 없다
속을 다 드러낸 텅 빈 가방
텅텅 소리가 난다
한쪽으로 밀쳐놓았다
쭈글쭈글하다
요양병원에 누운 어머니
안경
꼬리를 감추는 문장을 따라간다
활자의 바다에 안경이라는 등대
책상으로 식탁으로
화장실로
투명한 그림자
몸통 들어낸 문장들이 가는 길로 따라간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은 것은 보인다
사과꽃
내가 완행열차를 타고 그 과수원으로 갔을 때
사과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사과 속으로 기차가 달려가고
모든 것이 함께 달려갔다
첫사랑 발그레한 홍옥
과수원 옆으로 흐르는 강변
아이들 물장구 소리
늙은 팽나무에다 매미 허물을 걸어 두었다
여름이 꼬옥 잠들어 있었다
노을을 잔뜩 머금은 홍옥이 터질 듯하던 그 해
사과가 떨어지는 곳으로 너는 돌아가고
그 사과나무 아래 그늘은 젖어 무겁기만 했다
<작품 해설> 이미지에 기댄 생활 속 풍경들
강 영 환 (시인)
성창경 시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먼저 그가 이미지스트라는 것이다. 그의 시적 기법이 이미지스트들이 주장하는 바와 합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의 시가 가진 기본 틀은 이미지에 있으며 이미지를 발전시켜 대 사회적 발언까지를 함유하고 있다.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예리한 관찰로 이미지를 추출하여 어떤 의미를 부여 하면서 슬쩍 생활을 끼워 넣는 형태를 취한다. 2011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한 성창경 시인은 첫시집 『향유고래의 노래』를 상재하였고 문단활동을 열심히 하는 그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지스트들의 주장은 보통의 구어체口語體를 사용한 것, 또 항상 정확한 말을 사용하되, 단순한 장식적인 말을 사용하지 말 것, 새로운 기분의 표현으로 새로운 리듬을 창조할 것, 제재의 선택에 절대적인 자유를 허용할 것, 이미지를 제시할 것, 즉 개개의 것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며, 막연한 개괄槪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딱딱하고 명석한 시를 만들 것, 집중적인 표현을 할 것, 그들은 이 같은 입장으로 17년에 걸쳐 사화집詞華集을 내며 세계 시단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시단도 오랫동안 이미지 시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현재도 이미지를 이용해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이 많다할 것이다.
처서 지나 나무가 벗어 던진 옷
이슬이 풀 먹였다
이른 서리 온몸으로 받아 쓴 문장
전하는 소식이 붉다
뜨거운 길을 걸어 온 잎맥
가슴에 상처만 남아
틈 사이로 차가운 별이 흘렀다
마르고 거친 나무들
긴 겨울 건너갈 따뜻한 침상을 마련한 뒤
양지쪽 고요한 길을 쳐다보고 있다
―「낙엽 떨어진 풍경」 전문
이미지즘 시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에즈라 파운드 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시인들이 사물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로 명확한 이미지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시는 가을 풍경을 단순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나무가 가을을 맞이하는 과정과 가을을 지나면서 변모하는 모습을 풀어낸 시로 복잡한 구조를 이루지 않고 단순하게 형상화 되어 있다. 굳이 해석이 필요 없는 선명한 이미지들의 결합이다. 이렇듯 성창경 시인의 작품은 생활 속이나 생활 주변에서 찾아낸 소재들이 지닌 이미지의 결합을 통하여 고유의 정서를 풀어 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시들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이미지들을 나열하여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그 풍경화 속에다 시인은 일상적 삶의 인식을 담아 놓는 방식이 특징적으로 보인다.
정수리 위
팽팽한 침묵
기척 없는 봄
부서지지 않는 투명한 뼈
빠져나온 음색이 차갑다
수평과 수직이 숨 쉬는 길
기억의 끄트머리 담고
허공을 나누며
날개 없는 비상이 무겁다
―「고드름」 전문
이미지 시는 한마디로 ‘언어로 그려진 풍경화’라는 말이 주는 의미와 같이 성창경 시인의 작품은 분화되지 않은 이미지 시의 근본에 충실하고 있다. 즉 이차적 이미지 보다는 일차적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의 시에는 생활이 이미지에 기대 서 있는 풍경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도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정수리를 겨눈다. 뾰족한 송곳같은 고드름 아래 놓인 정수리는 살벌하기도 하고 위태로움에 놓인다. 그것을 팽팽한 침묵으로 이미지화 한다.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동안 봄은 소식이 없다. 그것이 떨어지거나 녹아서 사라질 때 봄은 온다. 그런데 부서지지 않고 굳건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투명한 뼈가 겨울 바람소리로 울고 있다는 이미지로 투영 시킨다. 시각과 청각이 함께 만나는 탁월한 이미지다. 투명한 고드름은 뼈이며 거기서 나오는 소리는 차갑다. 소리의 청각과 차가움의 촉감이 만나는 공감각적 표현이 아름답다. 나는 수평 위에 서있고 고드름은 수직으로 떨어질 날을 기다린다. 공간을 통한 인식을 포함하여 날개 없는 비상은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진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수반한다. 사물에 대한 개성적인 인식이다. 다음 작품에도 명징한 시각적 이미지 추출은 경이롭다 할 것이다.
꼬리를 감추는 문장을 따라간다
활자의 바다에 안경이라는 등대
책상으로 식탁으로
화장실로
투명한 그림자
몸통 들어낸 문장들이 가는 길로 따라간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은 것은 보인다
―「안경」 전문
이 작품은 안경을 통해서 사물을 인식한다. 꼬리를 감추는 문장을 따라가는 것은 안경이다. 책을 읽는데 숱한 활자들은 바다를 이루고 있고 그 바다에서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고 있는 활자들을 따라가는 것이 안경이라는 명증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안경은 배가 길을 잃지 않게 빛을 내어 밝히는 등대라고 정의한다. 안경과 등대는 전혀 이질적인 대척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이미지들이 서로 연결 지어질 수 있는 활자의 바다와 실제의 바다를 헤쳐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것을 추출하여 다시 안경이 보여 주는 것은 책상에서 식탁으로 화장실로 그렇게 세계를 확장시켜 역할기능을 상승 시킨다. 안경은 결국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고/보이지 않는 것은 보인다’는 제한적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안경의 효용성에 제동을 걸어보면서 안경이 갖는 이미지에 유추해석을 경계한다.
산 중턱 어디였을 것이다
망자는 어린 소녀
어둠을 골라 들국화 한 송이 던져 주었다
검은 저녁이 서둘러 왔다
―「참척」 전문
아주 짧은 시다. 선명하고 강열한 이미지가 소녀의 어린 죽음을 들추어 낸다. ‘어린 소녀의 무덤에서 어둠이 온다는 발상으로 쓰여진 시다. 이 외에도 사물에 대한 작품들을 이미지화한 작품으로는 고수부지에 놓인 물속의 깡통이 집인 송사리떼가 어미는 보이지 않고 어린 새끼들만 놀고 있는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을 건져내고 있다.(「깡통집」) 봄에 주체할 수 없는 설레이는 마음을 노래함(「봄밤」) 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에 길이 막힌 상황을 그려낸 시(「귀가」)텃밭을 가꾸면서 느끼는 소회를 피력했다(「안인리 텃밭」) 가난한 마을의 풍경 (「노인이 있는 풍경」) 전원주택의 풍경(「상동면 안인리」) 등등 수없이 많다.
이미지시 유파는 심상을 시의 핵심적 요소로 생각하여 1910년부터 파운드, 흄, 엘리엇 등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미지즘 시 운동은 현대시적 전환을 주장하면서 현대문명의 특징이 시각적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착안하여 근대시가 청각성에서 벗어나 이미지로서의 시각성 또는 회화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합치되는 시적 성취를 이룬다.
예보 없는 비가 어둠과 함께 창을 두드린다
습한 도시를 맨몸으로 떠돌던 그림자 시절
이미 옷은 젖었고 뼛속까지 스민 향기
가로등 불빛에 말리고 있네
익숙한 거리를 돌고 돌아
불 꺼진 상점 처마 밑에 걸음을 멈추네
깃털 빠진 새 한 마리 발밑에 죽어 있네
죽은 새의 눈을 바라보며 새의 날개를 만져본다
한 개비 담배를 물고 쪼그려 앉아
스쳐 간 길들을 더듬고 있네
세상의 가장자리로 떠밀려 와
낮은 담장 앞을 서성이네
비는 멈추지 않고 흔들리는 내 그림자
물웅덩이에 그대로 고여 있네
―「가로등 아래서」 전문
도시에 비 내리는 풍경을 감각적으로 스케치 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둠과 함께 창을 두드리는 비와 맨몸으로 습한 도시를 떠돌았던 어두운 시절을 가로등 불빛 아래 말리고 불 꺼진 상점 앞에 멈춰 섰을 때 죽어 있는 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날개를 만져 본다. 더 이상 날 수 없는 날개다. 그것을 보며 어두웠던 시절을 돌아본다. 세상의 가장자리로 떠밀려 온 삶이 있고 지금은 낮은 담장 앞을 서성이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비는 멈추지 않고 내려 물웅덩이에는 흔들리는 내 그림자가 고여 있는 걸 발견한다. 성창경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은 ‘물웅덩이에 고여서 흔들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과 같이 곳곳에 뻗친다.
내가 완행열차를 타고 그 과수원으로 갔을 때
사과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사과 속으로 기차가 달려가고
모든 것이 함께 달려갔다
첫사랑 발그레한 홍옥
과수원 옆으로 흐르는 강변
아이들 물장구 소리
늙은 팽나무에다 매미 허물을 걸어 두었다
여름이 꼬옥 잠들어 있었다
노을을 잔뜩 머금은 홍옥이 터질 듯했던 그 해
사과가 떨어지는 곳으로 너는 돌아가고
그 사과나무 아래 그늘은 젖어 무겁기만 했다
―「사과꽃」 전문
완행열차를 타고 과수원에 갔다. 그때 사과꽃이 지고 있었고 타고 온 열차는 사과꽃 속으로 달려갔다. 모든 것들이 열차와 함께 사과꽃 속으로 들어갔다. 꽃 속에는 첫사랑이 있었고 아이들 물장구 치는 소리가 있었고, 매미 허물이 붙어 있는 팽나무가 있어서 시적 화자의 젊은 시절의 여름 한 때가 잠들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첫사랑은 사과 떨어지던 곳으로 떠나고 사과나무 그늘 아래를 돌아오던 그때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이 시는 옛 일을 회상하는 작품이지만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여 의미를 깊이 있게 톺아 내고 있다. 완행열차와 과수원의 어울림, 지고 있는 사과꽃 속으로 달려가는 열차, 모든 것이 함께 달려 가고 있기에 첫사랑은 홍옥처럼 달콤하고 붉게 물드는 수줍움으로 기억되고 과수원 옆 개울에서는 물장구 치는 아이들이 있고 팽나무에는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이 있다. 노을처럼 물든 홍옥이 떨어졌을 때 첫사랑 애인은 떠났고 사랑을 잃은 그때 사과나무 아래 그늘은 젖어서 무겁게만 느껴졌다. 기차에서 시작된 시각의 이동은 과거로 들어가서 추억을 더듬다 발견한 과수밭 첫사랑에 관한 아련한 심사를 토로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오래된 가방 하나가 있다
속을 들여다보았다
가득한 이야기
하나씩 꺼내어 본다
아미동 자갈치 오가던 시절
멀쩡한 이야기 하나도 없다
속을 다 드러낸 텅 빈 가방
텅텅 소리가 난다
한쪽으로 밀쳐놓았다
쭈글쭈글하다
요양병원에 누운 어머니
―「아주 오래된 가방」 전문
오래된 가방 속에는 옛날의 기억들이 담겨져 있다. 지금 펼쳐보면 아무 쓸모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 그것은 속이 빈 가방이나 마찬가지다. 한 쪽으로 밀쳐 놓았는데 세월이 지난 만큼 쭈굴쭈굴해졌다. 그 모습은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어머니 모습과 닮았다. 지난 날 힘들게 살았던 아미동 시절 자갈치를 오르내리며 보낸 시절이 멀쩡하지 않았고 그것은 가방 모습과 같은 삶에서 건져낼 것은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 그래서 지나온 시간들이 볼품 없고 한심하여 한쪽으로 밀쳐 두었는데 거기에서 요양병원으로 밀려나있는 어머니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쭈굴쭈굴한 가방처럼 구석진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다. 낡고 오래된 가방을 통해 자신의 오래된 삶과 그를 뒷받침 하느라 힘들게 사셨던 어머니의 모습까지를 은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현실 주변의 모습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과거 모습까지를 엮어내는 사색을 만날 수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 이야기에 빠져 들면 시는 구태의연해질 수 있음을 경계 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 냄으로써 시인이 가져야 할 현실인식을 독자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창경 시인이 건드리는 사회 현실은 아프고 쓰린 통점을 지니고 있다고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를 차용하여 현실 참여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경직되지 않고 유연한 사고로 접근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집을 잃어버린 소녀가
집을 잃어버린 의자와 나란히 앉아 있다
꽃자리라 속였던 배 현해탄을 건너갔다
날개를 단 꿈이 쇠사슬에 묶여버렸다
꽃 피는 시절
피안과 차안이 공존하였다
사방 군화소리 쌓이고
천개의 입 천개의 혀가 날름거렸다
밤마다 쓴 유서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소녀가 운다
의자가 운다
비바람이 운다
꽃은 피고 지고
의자와 소녀는 저렇게 앉아
검은 기억에서 떨어져 나와 역사 속에 앉아 있다
혼이 앉아 있는 의자
소녀가 앉아 있는 의자
내가 나란히 앉아 주어야한다
당신이 그 옆에 앉아 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 그 의자에 함께 앉아 주어야 한다
―「소녀와 의자」 전문
이 작품은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형상화 시킨 것이다. 부산 초량동에 있는 일본 영사관 후문 앞쪽에는 시민 사회단체에서 만든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어 누구나 그 옆에 앉아 소녀상을 위로하며 기념 사진도 찍을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속임을 당해 현해탄을 건너는 배를 탔고 꽃 피는 시절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삶을 함께했다. 집으로 돌아 갈 수 없으니 타의에 의해 집을 잃어버린 것이다. 군홧발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사내들이 가진 천개의 혀들이 몰려 들 때는 유서를 써서 날려 보냈지만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서 절망했다. 그런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당한 폭거를 객관적 시각으로 풀어서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소녀가 운다/의자가 운다/ 비바람이 운다’에 오면 절제되고 억눌렸던 감정이 고도로 상승이 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소녀상 곁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있어야 할 것임을 토로한다. 함께 함으로써 아픔을 함께 할 수 있고 산자들이 해 줄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아주 작은 일임을 주장한다.
이처럼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시각들이 시집의 후반부에 몇몇 작품들에서 드러난다. 대립각을 세우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또 다른 세상」, 노점상 자리를 두고 다툼하는 세상을 그린 「하루를 팔던 자리」, 세월호 사고에 관한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단상을 그려낸 「4.16 2014」, 시민혁명을 꿈꾸며 드는 촛불에 대한 「촛불을 들다」 등이 나름대로 현실인식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즘 계열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사상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미지즘 시가 가지는 한계성인 사상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인식의 메시지를 담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성창경 시인의 시집 후반부에 오면 현실 발언을 이미지로 풀어 낼 때 그의 작품에 긴장감과 동시에 힘을 갖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메시지가 담겨져 있지 않은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전반부 작품보다는 이미지 속에 어떤 작은 메시지라도 담아내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운 시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성창경 시인이 앞으로 이미지와 의미의 결합을 위해 어떤 세계를 탐색해야 할 것인지는 명확해 진다. 더 큰 시적 성취를 위해 정진해 주기를 바라며 그의 두 번째 시집 상재를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