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길(43)은 링에서는 수없이 맞더라도 한방을 노리고 들어가는 저돌적인파이터였지만 은퇴 후에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매우 보수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매 맞아 번 돈'을 잘 관리하며 안정을 누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복서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생활은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바탕이 된 것같다.
그는 소속 프로모션으로부터 93년의 마지막 대전료 2억원 중 자신의 몫(57%)인 1억1,400만원을 못 받아 소송까지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은퇴하면 평생 이사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던 제약회사에 들어가 무료 광고에까지 출연했지만 말만 실장이지 대리 옆에 앉혀 놓고 일거리를 주지 않는 푸대접을 해 3년 만에 나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프로로서도 세계 챔피언에 올라 누구보다 국위선양에 공헌했음에도 '병역 특례 보충역 자격 획득(82년 11월 아시안게임)후 5년간 해당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는 의무기한을 지키지 못하고 8개월 전 프로로 전향했다는 이유로 현역으로 입대 시킨 것은 참을 수 없이 억울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이런 애매한 규정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함께.
'91년 3월 스페인에서 3차 방어전을 하고 돌아와서 바로 논산 훈련소에 들어 갔어요. 경기가 끝나면 상당기간 보약과 고기를 먹으며 몸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훈련소에 들어가니 밥 밖에 없어 배가 터지게 먹고는 위장병이생겨 고생했어요. 몸 관리를 잘 했으면 더 오래 뛸 수 있었을 텐데.'
제약회사에서 나온 뒤에는 같이 사업을 하자며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절대 무리임을 알고, 3년을 쉬다가 2000년 11월부터 강동구 둔촌동 주공 아파트 앞에 '문성길 복싱클럽'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복싱선수 지망생은 없고 월회비(5만원)를 저렴해서 받아서 그런지 호신과 체력단련을 위해 등록하는 관원이 2~300명이나 된다고.
또 '아내가 중계동과 구리의 롯데마트에서 운영하는 철판볶음밥 집도 괜찮아 아들(고 1)딸(중 1)과 가락동의 44평 아파트에서 별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한다.
프로복싱에 프로모터나 지도자로 복귀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복싱계에는 선수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 주지 않고 파이트머니를 떼어 먹는 사람이 많아서 싫다'며 '어려서 복싱을 같이 한 친구와 함께 곧 전남여수에 '참장어 엑기스' 공장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
'겨우내 뻘 속에서 동면하고 여름에만 2~3개월 동안 잡히는 참장어는 숙취해소와 정력증진에 효과가 뛰어나 분명히 히트를 칠 것입니다.'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이라며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그는 복싱 체육관을 계속 운영하면서 사업으로도 성공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