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치료의 비방(秘方)
신 종 찬 대한문인협회회원, 수필가 (한국산문 등단, 2010년)
경북 안동출생, 경희의대 同대학원수료 의학박사, 소아청소년과전문의(국립의료원),
美 Wake-Forest 의과대학 알레르기연구과정 수료, 同 大學 부속병원 알레르기과 근무
同 大學 Visiting Scholar 역임(1997~1998년), 대한 소아알레르기학회 정회원,
대한 천식 및 호흡기학회 정회원, 신동아의원 원장,
따뜻한 햇볕 한 줄기가 반가운 계절이다. 찬바람이 부니 감기와 더불어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과거에 비해 알레르기 병도 증가하였고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을이면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
몇 년 전 가을에 한 중년 남자를 진료하게 되었다. 첫 대면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에 낯익은 목소리였다. 알고 보니 유명한 방송의 뉴스진행자였다. 오래 동안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다가 약 3개월 전부터 부쩍 더 증상이 심해졌다고 했다. 뉴스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이 코가 막히고 기침이 나며 때로는 숨이 차니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내로라하는 종합병원, 알레르기 클리닉, 이비인후과와 한의원에다 민간요법을 두루 섭렵하였단다. 그는 알레르기 병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 수준이었다. 서울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내 진료실에 온 것은 뉴스에서 같이 대담하던 분의 권유라 했다.
X선사진에서 천식과 알레르기성비염에 의한 부비강염이 관찰되었다. 진단과 치료는 이미 받을 만큼 다 받은 상태였다. ‘어려울 때는 기본에 충실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에게 내가 만든 알레르기환자교육용 안내문을 주었다. 대기실에서 그걸 다 읽은 후 다시 들어오라 이르며, 내가 즐겨하는 농담을 그에게도 했다.
“경고합니다. 잠시 후 이 내용을 시험 봐서 떨어지면 내게 진료 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들어와서는 TV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맨처럼 질문을 했다. 머리가 맑아지라고 메밀베개를 쓴 것이 잘못된 것은 알겠단다. 그가 즐기는 수영은 천식에 좋다고 알고 있는데 안내문엔 왜 나쁘다고 하는지 의아해 했다. 수영선수 박 태환도 어릴 적 천식 때문에 수영을 시작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더구나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면 왜 나쁜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수영이 천식에 좋은 이유는 먼지가 나지 않고 폐활량을 증가시키기에 좋기 때문이라 답했다. 그러나 천식 환자에서 수영은 사전준비운동이 중요하고 하고 후에도 몸과 머리를 완전히 말린 후 밖에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문제라 했다. 또한 수영은 천식을 악화시키는 알레르기성비염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환기의 문제점으로 서울에서는 바깥 공기가 실내보다 더 신선하지도 않고, 찬 공기가 알레르기를 직접 유발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찬 공기라면 설악산 공기라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야 알레르기에서 환경개선이란 무엇인가를 알았다며 고마워했다. 1주마다 와야 하고 치료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2주후 꼭 와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었다. 그러나 안내문대로 잘 지켰더니 1주 만 약 먹어도 괜찮다는 핑계를 대며 한 달 정도 만에 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를 TV뉴스에서 보며 목소리와 그의 알레르기 상태를 살폈다. 비음이 심한데다 1회 호흡에 말하는 단어 숫자가 줄어들고 문장이 짧아지는 걸 보니 며칠 내에 내게 올 것 같았다.
인간은 수많은 외부 물질에 노출되며 살고 있다. 이 때 별일 없이 지나갈 일을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냉방기와 난방기를 사용하는 등 폐쇄적 환경이 증가하니 계절과 무관한 알레르기 병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분자생물학 등 과학의 발달로 알레르기 질환을 규명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천식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흔한 질병이다. 기관지가 자극에 의해 과민하게 좁아짐에 따라 숨이 차고,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며 가래와 기침이 나오는 것이 대표적 증상들이다. 때로는 기관지가 심하게 발작적으로 오므라들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야간에 악화되는 경향도 있다. 어릴 적부터 지속적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있으면 나이 들어 그대로 굳어지는 수가 있는데 이를 만성폐쇄성기관지염이라고 한다. 급성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있으면 세균이 자라기 쉬워 급성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
천식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알레르기성 천식은 소아청소년기 천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검사를 통해 먼지진드기, 바퀴, 동물의 털이나 분비물, 꽃가루, 곰팡이 등 원인 물질을 찾아낼 수도 있다. 외부에 원인이 있으니 이를 외인성천식이라고 한다. 반면에 성인에서 많이 보는 천식은 내인성천식이라고 한다. 알레르기반응이 아닌 자극에 의해 천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균감염, 냄새, 유해 가스, 흡연, 스트레스, 비만, 위식도 역류 등이 원인이다.
천식을 유발시키고 악화시키는 것에는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유전적, 아토피, 기관지 과민성, 성별, 인종 등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실내외 알레르기물질, 대기오염, 호흡기 감염, 약물, 찬 공기, 운동, 음식, 비만, 알레르기성 비염, 부비강염, 흡연, 기상변화, 감정의 변화 등이 있다.
천식의 치료법은 크게 나누어 환경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이 있다. 나의 비방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다른 것을 잘해도 찬바람을 쐬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알레르기 환자는 몸에 열이 나는 느낌이 있고 더위나 피부에 닿는 이물질감을 잘 참지 못한다. 시원한 것을 좋아하니 문을 열어 놓고 자거나 환기를 자주 시킨다. 겨울에도 자주 문을 열어 집안으로 찬 공기가 들어오게 한다. 그러나 절대로 찬 공기를 직접 마셔서는 안 된다. 찬 공기가 신선한 공기가 아니며 냉기 그 자체가 천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찬 음식 먹기, 자전거 타기, 머리감고 금방 외출하기, 수영이나 목욕 후 젖은 상태로 외출하기 등은 꼭 피해야 한다. 특히 노인은 이른 아침 외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개나 고양이 키우는 것을 피해야 하지만 꼭 키우려면 알레르기항원검사로 원인물질인지 알아봐야 한다. 곡식 중에서 메밀이 가장 흔한 천식 기여 인자이므로 메밀베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쑥 베개도 마찬가지이다. 독감접종은 꼭 맞아야 한다.
천식은 만성병이라 금방 좋아지지 않으니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되기 쉽다. 면역이 약하다고 면역강화치료를 받은 예도 보았고 체질개선으로 완치할 수 있다는 허황된 소문도 들었다. 비전문가의 치료로 오래 동안 고생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한다. 누구나 의학지식을 접할 수는 있는 세상이나 정확하지 못한 지식은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다. 모든 지식이 공개되고 있으니 전문가들 사이엔 학문적 깊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남이 모르는 비방 같은 것은 없다.
첫댓글 천식, 알레르기 비염에 좋은 비방 감사....
내가 15년 전 부터 컨디션이 나쁜 날...찬바람 불면 기침나고...에이콘과 담배 연기에도 기침이 나온 때가 있었다. 특히 새벽에 외출 할 때면 거의 잔기침이 나왔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엘 갔더니 알레르기비염이라고 하여 다소 의아했었어. 어찌 되었는지 며칠 약을 먹었더니 좀 괜찮아 지더라고....컨디션 관리가 좀 되는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이 글을 읽어 보니 머리가 맑아 온다. 겨울에 문 활짝 열어 놓고 환기를 자주 하였는 데 좀 삼가해야겠군. 새벽 외출도....(의학칼럼이 참 고맙네)
칼럼기고, 수필등등 기고 꾸준한 활동 ~~!!! 잘보았네~~!!!
자전거 매니아인 나는 운동나갈때 자전거타고 가는데 자전거타지 말라하니 뜻밖이고 맘에 걸린다..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수영하고 젖은 머리로 사이클타고 마라톤 하는데 다 천식환자 되는감? 원장님의 해법을 기다립니다..
천식은 알레르기체질에만 생기니 체질이 아니면 무방하겠지. 천식은 기관지에 생기는 두드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드러기는 내장에도 생겨 잘 모르고 체햇다고 생각할 수 잇다. 돼지고기에 두드러기 생기면 안 먹으면 되겠지. 찬나람 쐬면 기관지에 두드러기 나는 사람이 천식이다. 물론 다른 천식의 원인도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