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어 정리
현존재: 하이데거의 철학에서, 자기를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있는 주체로서의 존재자를 이르는 말. 사물이나 도구 따위의 존재와는 달리, 원래 자유로운 실존으로서 세계 안에서 존재함을 이르는데, 실존 철학에서는 보통 인간을 이르는 말로 쓰기도 한다.
비인격화: 인격에 바탕을 두거나 인격을 갖추지 못하게 됨. 또는 그렇게 함.
(* 주장에 활용할 나만의 용어정리 - 죽음의 인격화: 죽음에 대한 윤리적 숙고와 충분한 성찰)
2. 내용 정리
1) 문학 - 말테의 수기(라이너 마리아 릴케)
소설 속 덴마크 출신 시인인 말테는 파리에 살고 있다. 말테는 눈부시게 빛나는 대도시 파리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이 도시가 감추고 있는 모순의 불안의 냄새에 거부감을 느낀다. 말테는 파리에서의 생활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불러들인다. 말테에게 유년 시절은 어릴 때 느꼈던 낯선 감정이 거대한 도시 파리의 풍경 속에서 느낀 어리둥절한 감정과 유사함을 암시하는 추억이며, 대도시 체험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경험의 고리임을 깨닫는다.
2) 논문 - 흥행영화와 죽음 : 2000년대 전반기 한국 흥행영화에서 드러나는 죽음의 의미작용(https://www.riss.kr/link?id=A82339685)
죽음은 인간의 종말이자 유기체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소멸이며 필연적 현상이다. 이에 철학은 서구와 한국의 죽음관, 육체와 정신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종교는 각 종교의 죽음관, 죽음 이후의 세계, 극복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문학은 작품에 드러나는 죽음의식과 의미에 대해서 논의한다. 죽음의 의식과 의미작용에서는 죽음의 유형, 과정, 방식, 의미, 삶과의 연관성 등이 드러난다. 죽음의 유형은 자연적/비자연적 죽음, 내적/외적/거짓 죽음, 비참한/위엄 있는 죽음 등이다. 21세기 초 흥행영화에서 인물들의 죽음은 대부분 비자연적 죽음, 외적 죽음, 비참한 죽음이다. 죽는 인물은 대부분 착하고 정의롭고 사랑받는 인물들(=희생양)이거나 혹은 사회의 범죄적 존재에서 정의로운 존재로 변화하는 인물들(=속죄양)이다. 죽음 의식의 과정에서 선하거나 정의로운 인물의 죽음은 공동체를 폭력적이고 위태로운 상황으로 만들 때 이러한 상황은 희생양/괴물/왕의 죽음으로 종료된다. 죽는 인물들은 희생한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다른 인물의 사랑과 현존재를 인식한다. 죽음에 대한 표현 방식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은 느린 템포와 비장감으로 다루어지지만, 그들의 죽음 이후의 결과는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낙관적인 전망으로 표현되고 있다. 죽음의 의미는 폭력성, 인간과 사회 사이의 갈등, 부조리한 삶 등을 통해 개인/집단, 남/여, 전통/근대의 갈등을 드러낸다. 인물들의 죽음은 삶/죽음, 생성/소멸, 체제/남성성의 관계를 통해 유한한 존재인 인간, 생명 경시 풍조, 혼돈된 세계를 보여준다. 이제 죽음은 하나의 가벼운 사건으로 여겨지고 일상화·사물화됨으로써 망각되고 있다. 현대의 죽음은 죽음의 망각, 의례의 불완전성과 결여, 삶/죽음의 단절, 열린/닫힌 죽음의 대립을 보여준다. 2000년대 전반기 죽음이 호명되는 이유는 죽음의 변형, 조작, 원한을 진혼제, 희생제의로 풀고자 하기 때문이다.
3. 나의 생각
20C 이전 근대 문학 속 죽음은 미화되고 인격화된다. 문명화된 사회, 특히 이전 사회에 비해서 고도화된 기술문명의 발전이 인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기말의 경우, 죽음은 더없이 추하게 묘사된다. 근대, 특히 세기말의 문학작품에 묘사된 죽음은 주변인들과의 유대감이나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제 인간은 병원의 독방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거나 질병으로 죽으면서 죽음은 더 이상 ‘인격화’되지 않는다. 세기 전환기의 작가들 중 한명인 릴케 또한 비인격적 죽음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작품 속에 드러낸다. 릴케는 크게 시종장의 죽음과 파리에서의 죽음을 중심으로 하여 죽음에 대한 고민과 숙고의 과정을 묘사한다. 울스가르 시종장의 죽음과 대조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는 죽음은 파리에서의 죽음이다. 당시 파리는 근대화, 문명화의 중심지로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있는 혼돈의 도시였다. 그 상황 속에서 릴케는 죽음 또한 인격적 가치를 잃어간다는 것을 발견하여 급격한 문명화로 본질적인 죽음에 대한 논의가 희미해진다. 릴케는 인간이 자신만의 고유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대에는 인간의 삶은 성숙했으나, 현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삶은 낯설고 초라해졌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당시의 독일 사회에서의 터부시된 죽음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었다. 터부시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오히려 우리 한국 사회에게 더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말테의 수기에서 말하는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그 사회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추가 탐구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독일은 중세부터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나라로 독일 교회들은 일 년에 수차례 죽음을 주제로 설교를 하였고 교인들이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자 급격한 문명화로 독일에서도 죽음을 터부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더욱이 의료기술이 급격히 발달하자 병원에서의 비인간적인 죽음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 하이데거, 릴케 등 많은 학자들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재고될 필요성을 제시하며 사회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바로 잡자는 운동이 독일에서도 줄기차게 일어나면서 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1984년에는 문학가들이 회합을 열고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늙음과 죽음’을 주제로 토론한 것을 계기로 학교 수업과목으로 ‘죽음의 준비교육’이 채택되어 진행되었다. 과거 한국 즉 조선은 성리학적 유교질서에 따르며 죽음을 인격화하려는 시도가 항시적으로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성숙한 인격체로서의 삶을 지향했다. 하지만, 현대 한국인의 죽음은 삭막하고, 개성적이지 않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죽음의 과정과 장례는 대개의 경우 망자가 살아 온 삶의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을 나눈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이별이 되지 못하고 절차적으로, 규격화되어있어 차갑고 몰개성적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산업화 ․ 도시화 ․ 핵가족화되면서 야기되는 결과이며, 무엇보다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문명의 소산이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떠나는 사람은 존엄하게 삶의 최후를 맞고 떠나보내는 사람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이별이 삶의 의미로 살아나야 한다. 노화는 필연적으로 죽음으로 진행되며 다른 어느 시기보다 노년은 죽음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 대화를 회피하며, 자기 죽음의 의미에 대해 직면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문명화와 죽음의 비인격화, 죽음이 터부시된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진 못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문명화와 개인적 사회화에서 탈피하여 죽음의 비인격화의 시대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다시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한다.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죽음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았는가? 한국 사회는 성숙한 죽음 문화를 갖추고 있는가? 죽음에 대한 숙고를 하고 있는가? 죽음에 대한 숙고를 통해 존재로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
가장 인격적인 죽음을 비인격화하려는 시도를 관조하는 세태는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