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실천 없는 신비주의적인 선교 행태가 안티 기독교 양산의 주범
(로스앤젤레스) 박지호 기자 = 탈옥수 신창원이 한때 기독교에 귀의했다가 실망해 신앙을 버렸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2년 어느 날 신창원의 담당 변호사인 엄상익 변호사가 면회를 가서 물었다. "왜 이렇게 됐죠? 믿음을 얻지 못했나요?" 신창원이 대답했다.
"2000년 1월 4일 청송교도소로 이감을 올 때만 해도 저는 예수가 너무 좋더라고요. 정식으로 세례를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목사님을 초청해서 세례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오히려 믿고 싶지 않았어요. 기독교가 그렇다면 나는 믿지 않을 거예요." (<주간한국>에 실린 신창원과의 인터뷰 중에서)
"세례가 어땠길래요?" 엄 변호사가 다시 물었다. 신창원은 당혹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목사님이 저에게 와서 바가지에 담은 물을 머리에 부었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앨랠랠래'라고 이상한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면서 따라하라는 거예요. 방언을 하라는 거죠. 안 나오는데 어떻게 따라 해요? 그 다음에 그 목사님은 팔로 제 머리통을 바닥에 밀어놓고 이상한 짓을 했어요. 뭐가 그래요? 저는 그걸 보고 기독교에 있으면 미치겠구나 생각했어요.
엄 변호사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그가 정말 얻어야 할 귀중한 것을 또 놓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설익은 도그마와 과도한 신비적인 의식으로 오히려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고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 하나를 신창원이 조우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설익은 도그마와 과도한 신비주의적인 의식'은 여전히 한국 교회에 득세하며 진지한 구도자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떼어놓고, 왜곡된 영성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만난 애리조나 지역의 인디언 지도자의 고백이다. 그는 한국 교회의 신비주의 영성으로 인한 현지 교인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한국 교회는 반갑지 않습니다. 한인 성도들이 다녀간 뒤 교인들이 이상해졌어요. 기도하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교인들끼리 예언을 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한 번은 교회 성도가 저보고 하나님이 그랬다면서, '○○시리얼'을 사먹으라고 하더군요.(웃음)"
그 현지인 지도자는 한인 교회의 불편한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피곤한 사역 중 하나라며 혀를 찼다.
신비주의 영성으로 인한 선교지의 폐해
한인 선교팀이 이슬람 국가 시내 한복판에서 '악한 영들을 대적한다'며 열심히 통성으로 방언 기도를 하고, 민가를 방문해 무슬림들에게 한국말로 영접 기도를 시키고 교리를 복창하게 한 뒤 '한 영혼을 구원시켰다'고 뿌듯해하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하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집을 개방했고 음식을 대접했지만, "종교의 금지사항을 범하며 우리에게 모욕을 주었다"며 살해 협박으로 응수했다.
특정 이슬람 지역으로 대규모로 몰려가 지역의 어둠의 영을 몰아내고 복음의 서진을 촉진시킨다며 중보기도하는 행태 역시 끊이지 않는다. 이런 행동이 기독교 선교 역사를 퇴보시키는 주범이라는 지적도 아랑곳없다.
"다양한 신비주의 운동이 초래한 마귀론과 귀신론은 마귀·귀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문제와 더불어 진리의 표준자인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주관적 경험을 의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거짓의 영인 마귀·귀신의 말이나 행위, 그에 수반되는 현상에 근거해 이론을 정립하고 의존하는 경험주의는 진리의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 사역에 도리어 해악을 끼치는 오류이다." (정민영 선교사의 '바람직한 한국 선교를 위한 제언' 중에서)
종교적 '안수'가 아닌 사랑의 '쓰다듬음'
신창원이 도피할 때 썼던 글이 훗날 책으로 출간됐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악마가 생기기 시작한 삶의 변곡점을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찾았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신창원 907일의 고백> 중)
수십 년이 지난 뒤, 신창원이 제 발로 예수 그리스도를 찾았지만, 그에게 세례를 주던 목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대신, "팔로 머리통을 바닥에 밀어놓고, 이상한 짓"을 했다. 신창원의 증언만 놓고 본다면 그가 원한 것은 안수기도 같은 종교 의식이 아닌 사랑이 담긴 '쓰다듬음'이었다. 영적 한탕주의만을 위한 한국 교회의 '종교 의식'(인격적 접촉 없는)이 오늘도 수많은 진지한 구도자들의 마음속에 악마를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주뉴스앤조이 제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