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 : 시녀들. 1656년 유채캔버스. 270*320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 말년의 걸작인 이 초상화는 네덜란드의 가장 뛰어난 풍속화와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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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은 그 제목을 <화실 속의 화가>로 바꾸는 것이 보다 적절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화면 왼쪽에 벨라스케스 자신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
중앙에 있는 왕비 마리가리타와 그녀의 놀이 동무들과 시녀들이 함께 모여 있다. 왕녀의 부모인 왕과
왕비는 우리가 그림을 보고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화면 뒷쪽에 걸린 거울에 비쳐
있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은 국왕 내외가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무한히 변화하는 빛을 발견하고 또한 그 빛을 따라가도록 유도된다. 이 그림에 나타난 빛은 바로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리고 캔버스에 칠해진 물감은 지금까지 거의 보기 어려웠던 스케치풍이기 때문에
세부는 대략적이고 거칠게 표현되어 있다. 물감은 엷고 투명하게 몇 겹으로 칠해져 있어 베네치아
화가들의 풍부한 색채와 비교된다. 이러한 미묘한 색채를 구사한 대담한 필법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의 화가 할스도 이와 비슷한 필법을 구사했지만 벨라스케스의 급격한 율동의 짧은 텃치에 보다 미묘한
빛의 변조가 포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 그림 속에서 벨라스케스는 어떤 순간에 그의 눈이 포착할 수
있었던 것만을 그리고 있다. 대상을 보는 벨라스케스의 특별한 능력에 대등한 화가는 네덜란드의
얀 베르베에르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이 두 화가가 발견한 시각적 진실은 그 다음 세대의 화가들에게
는 무시되었고, 그 중요성이 인정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