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는 슬로건으로 독서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신설동에 위치한 바인그룹의 16층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형 도서관이 있다. 이곳에는 김영철 회장이 기증한 2300여권의 책을 포함해 많은 장서(藏書)가 비치돼있어서 직원들의 독서열을 자극하고 있다. 바인그룹의 모태가 된 ‘동화세상 에듀코’를 독서경영으로 이끌어온 김영철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은 사람이 경쟁력입니다. 모든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 또한 사람입니다.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듯이 첫 번째 가치를 인재 양성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교육센터 169개 및 지점 128개를 통해 유아용 상상코칭, 어린이용 와와학습코칭센터, 쏠루트(교육지원 및 유학), 성인용 파워잉글리시 및 파워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화세상 에듀코’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독서경영기업이다.
"직원으로 하여금 자신이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요체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방향에 따라 2010년 교보문고독서교육연구소와 손잡고 전 직원들을 위한 '독서경영리더과정'을 개발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지 않고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설명하는 김영철회장의 독서경영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본사와 전국 지사에 책도 사주고, 직원들을 모아서 토론도 하고, 독후감과 아이디어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독서경영이 처음부터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직원들은 다양한 독서지원을 반길지 몰라도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직원들은 책을 사준다고 해도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책을 싫어하는 직원들도 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까?'하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로 설정됐다. 말을 강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게 만들 수는 없는 법.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독서법과 정리법, 토론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독서경영리더과정은 효과를 발휘했다. 우선 책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려주고,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 등을 8주에 걸쳐 배우게 되니까 직원들의 독서열이 올라갔고, 첫해에만 100명이 독서경영리더과정을 이수했다. 이러한 '독서경영리더과정'을 운영함과 동시에 각 지구별로 독서토론모임도 진행했는데, 독서토론모임의 운영방식과 책 선정은 물론 토론방법 등은 각 지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 두 달에 한 번씩 활동내역을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두었는데, 그러한 자율적인 시스템이 오히려 큰 효과를 거두었다.
"독서경영리더과정을 통해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지구별로 자유롭게 독서토론모임을 운영하면서 책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 목표는 쉽게 달성됐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독서활동을 승급점수에 반영하는 등의 보상체계를 제시한 것이 직원들을 더 고무시킨 것입니다. 독서경영으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는 조직 내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났는데, '건의'하기보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사내 홈페이지의 '건의사항'을 올리는 코너에 주당 올라오는 글 갯수가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글의 내용도 달라졌는데, 기존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고쳐달라, 바꿔달라'는 등의 건의 사항이 81%였으나 독서경영리더과정이 끝난 후로 건의사항은 59%까지 줄어든 것은 물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글'은 19%에서 41%로 크게 늘었습니다.”
강원도 양구 출신인 김영철 회장은 원래 유도선수였으나 대학시절 훈련중 부상으로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동화책과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던 세일즈맨 출신이다. 이를테면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그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루 종일 초인종을 누르고, 사람을 만나 설명하며 밥 먹을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다보면 하루해가 갑니다. 다친 무릎에 압박붕대를 감고 고층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오후에는 무릎이 퉁퉁 붓고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여름에는 러닝셔츠를 두 개 준비해서 다녀야 했는데, 선수를 그만둘 무렵 90kg에 육박했던 몸무게는 60kg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를 지탱해준건 운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그를 ‘제2의 윤석금’으로 부른다. 역시 책 외판원으로 시작해 웅진그룹을 일구어낸 윤회장과 닮았다는 것이다.
“저는 저 자신이 팔던 동화책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습니다. 동화 같은 세상, 동화 같은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동화책과 백과사전을 팔면서 급여는 많이 받았지만 시장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교육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목격하고 아, 내가 할 사업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도선수로서서 배운 결단력과 도전정신이 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사업도 지구력과 결단력과 지혜가 필요한데, 유도선수로서 뛰듯이 최선을 다하니 좋은 결과가 생기더군요.”
사람을 중심에 둔 경영철학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바인그룹은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직원과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런 기치(旗幟)아래 달려온 동화세상에듀코와 김영철 회장은 대통령 표창, 국가경쟁력대상, 대한민국 가장신뢰받는기업상, 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한국전문경영인대상, 중국정부감사패, 2010 대한민국 참교육대상, 제24회 책의 날 국무총리 표창, 출판협회 공로상, 독서문화상, 지식경영인대상, 문화경영대상 등 다양하고 화려한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