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키 밴프 에일머 룩아웃 트레일

[Silver Ship]

미네완카호수~스튜어드협곡~ML-8 캠프장~에일머 조망대

초원 산릉에서 밴프국립공원 최대 호수 바라보기

에일머 룩아웃(Aylmer Look Out) 트레킹은

미네완카호수(Minnewanka Lake) 트레일과 에일머 전망대 트레일을 연결한 트레킹 코스를 일컫는다.

 밴프국립공원 내의 420개 호수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미네완카호수는

백인들이 접근하기 전까지 현지에서 거주하던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영혼의 호수’라 하여 신성시 여기던 호수였다.

원주민들이 반은 사람, 반은 물고기의 영혼이 살고 있다 믿어 온 미네완카호수는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는 악마의 호수(Devil’s Lake)로 불리기도 했다 전한다.

(위)‘악마의 호수’ ‘영혼의 호수’라는 이름도 지닌 미네완카호수가 혼을 빨아들일 듯 강렬한 옥빛을 자아내고,

 호수 끝으로는 밴프 일원의 설산들이 바라보인다.

 에일머 조망대.(아래)평탄한 숲길로 이어지는 미네완카호수 트레일.

이 호수는 캐나다의 국립공원 가운데 유일하게 수력발전이 이루어지는 호수다.

1942년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댐이 쌓아지는 동안 호수 둘레는 8km 늘어나고, 수심은 25m 깊어졌다 한다.

현재 호수의 면적은 2,217ha이고 깊이는 97m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 호수는 밴프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동력선 운항이 허용돼 유람선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밴프국립공원의 최고봉인 에일머 마운틴(Mt. Aylmer·3,163m)은

1889년 이 산을 처음 오른 백인인 측량사 맥아더(J. J. McArthur)가

자신이 사는 퀘벡주의 홈타운 이름을 붙인 것으로 에일머 패스 동쪽에 솟아 있다.

 또한 호숫길을 따르는 사이 호수 건너편(남쪽)으로 대장벽처럼 보이는 잉글리스말디산(Mt. Inglismaldie·2,964m)은

스코틀랜드에 있는 잉글리스말디 캐슬(Castle)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 전한다.


미네완카호수는 인디언의 혼령이 많이 떠도는 ‘영혼의 호수’

밴프국립공원을 찾는 트레커와 관광객들이 베이스캠프로 삼는 마을인 밴프에서

약 9km 떨어져 있는 미네완카호수 트레일은 바비큐 시설이 구비된 피크닉 장소를 가로지르면서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매점에 이어 피크닉 장소를 지나 길을 따르노라면

숲을 울리는 물소리와 함께 좁은 스튜어드협곡(Steward Cannon)이 앞을 가로막는다(주차장에서 1.7km).

상류의 캐스케이드강(Cascade Liver) 일원에서 모여든 물이 좁은 협곡을 타고 흘러내리느라 급류에 물소리 또한 거세다.

“인디언들에게는 장례 풍습이 다양했어요.

옛날 여기에서 살던 인디언들은 화장(火葬)이나 조장(鳥葬) 대신 수장(水葬)을 했대요.

 그래서 이 호수에 인디언의 영혼이 많이 있다 해서 영혼의 호수라 말한다고 합니다.”

현지가이드인 양돈영씨(프라임 월드 투어 부장)의 얘기를 들으며

미네완카 표석을 지나자 트레일은 옥빛으로 신비감 넘치는 호숫가 길로 이어진다.

호숫가 길 초입의 피크닉 장소에는 바비큐용 건물이 2개 소 있다.

공원에 특별한 허가 없이 시설물과 그 앞의 통나무를 이용할 수 있으나

술은 절대 금물. 걸리는 날이면 벌금이 1,500캐나다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양돈영씨는 역시 술을 마시는 것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걸리는 걸 막아줄 수도 없다고 말한다.

호숫가 길을 따라 1.7km 걸어가자 물소리가 들린다.

캐스케이드산(Mt. Cascade·2,988m)을 비롯해 많은 빙하수가 모여든

 캐스케이드(Cascade)강물이 좁은 스튜어드협곡을 빠져나오느라 소란스럽게 질러대는 물소리다.

스튜어드협곡의 이름은 밴프국립공원 첫 관리소장인 조지 스튜어드(George Steward)의 이름을 딴 것이다.

캐스케이드강 일원에서는 1만년 전 인류가 살았던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고 한다.

“영어 단어 밸리는 양쪽 산이 솟구치면서 형성된 계곡을 말하고,

 캐년은 땅이 꺼져 내려가면서 형성된 협곡을 말합니다.”

가족 피크닉 및 산책 장소로도 인기 있는 미네완카호수.

잉글리스말디산이 철옹성처럼 호수를 감싸고 있다.

양돈영씨의 말대로라면

스튜어드협곡은 하나였던 산줄기가 꺼져 내려가면서 두 개의 산으로 나뉘면서 형성된 계곡이다.

어쨌든 협곡을 빠져나오느라 아우성치던 물줄기는

영혼의 호수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영혼의 세계에 빠져든 탓인지 침묵의 세계로 들어서고 말았다,

“쉿~, 조용히 하고 저 아래 숲을 보세요.”

캐스케이드협곡을 건너서는 순간 완만한 호숫가 길은 끝나고 숲이 우거진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우리 산에서 보지 못한 야생화가 눈에 띄자 궁금함에 서로에게 이름을 물어보지만 아는 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트레커들을 더욱 반갑게 한 것은 산불 흔적이 시커멓게 남아 있는 숲속에서 풀을 뜯는 엘크 한 마리였다.

자연의 변화는 신비스런 것이었다.

한때 공원 관리자들은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이 20~50년 사이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1988년과 1990년 두 차례의 산불로 인해 이 일대의 산림 36%가 타버린 다음

생태계의 변화를 보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산불은 오래된 나무를 태워버리기도 하지만 이후 어린 나무가 태어나고

풀이 많이 자라면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동물도 살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눈에 띈 커다란 엘크 역시 1990년 산불이 나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동물이다.

 양돈영씨 말에 의하면 공원관리소는 엘크 귀에 번호표를 달아놓고 관리를 하는데,

산길로 나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세 차례 하면 ‘삼진아웃’ 처리된다고 한다.

“한쪽으로 비켜서세요.”

엘크를 본 뒤 산길을 따르는 사이 앞뒤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MTB 마니아들이 수시로 나타난다.

 이들 역시 우리 같은 트레커들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려 속도를 조절하고 길을 비켜줄 때면 고마워하는 모습이다.

호숫가 길은 숲도 우거져 있지만

간간이 길 위쪽에서 일어난 사태로 인해 길이 좁고 아래쪽으로 추락 위험이 높은 구간도 있었다.

그런 곳도 MTB 동호인들은 즐겁게 달려 나아갔다.

(위)트레킹을 마치고 미네완카호수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이 50, 60마리의 산양(Big Horn)이 도로로 내려왔다.

산양들은 길가의 풀을 뜯느라 여행객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래)캐나다로키의 야생화들.

더글러스전나무 숲이 벗겨지면서 흰빛으로 반짝이는 은사시나무 숲이 나타난다.

은사시나무 숲이 한층 쾌적하게 느껴지는 것은

숲이 적당히 우거져 있어 왼쪽으로 거대한 바위벼랑을 치마처럼 두른 산들과

 그 위로 파란 하늘이 터져 주었기 때문이다,

호숫가 길을 따른 지 2시간 반 만에 에일머 패스와 미네완카호수 캠프장이 갈라지는 갈림목에 닿는다

(스튜어드협곡 나무다리에서 약 6km).

호숫가 길을 따를 때도 간간이 보였지만 점심을 먹는 사이 많은 트레커들이 하산길에 들어선다.

아이들에게도 매트리스가 매달린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게 한 가족도 보인다.

아까 우리를 지나쳤던 몇몇 MTB 동호인들은 캠프장에 자전거를 놔두고 패스 쪽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숲속에 위치한 캠프장은 쉼터이기도 하지만

에일머 패스나 아웃룩을 오르기 위한 전진기지이기도 한 셈이다(갈림목에서 200m).

갈림목에서 전망대길로 접어들어 숲 우거진 산길을 따르는 사이

은사시나무는 사라지고 다시 더글러스전나무가 눈에 띄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자라고 있는 향나무 류의 나무들도 보인다.

양돈영씨는 누운잣나무라 하고,

트레킹단의 신영희씨는 분명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주목이 틀림없다 한다. 아무렴 어쩌랴,

 이 나무든 저 나무든 숲이 좋기만 한 것을.


조망대 서면 옥빛 호수와 그 뒤로 캐나다로키의 산봉들 도열

에일머계곡 물소리가 점점 커지다 다시 죽어들 즈음 갈림목에 닿는다,

‘Aylmer Lookout 1.6km’라 적힌 안내판에서 길은 두 가닥으로 나뉜다.

 곧장 3.4km 더 오르면 에일머 패스에 닿고, 오른쪽 길은 에일머 전망대로 이어진다.

갈림목을 지나자 산길은 허릿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한동안 이어지다가

숲이 완전히 벗겨지면서 된비알을 올려친다.

호숫가 캠프장 갈림목에서 1시간30분쯤 올랐을 즈음 먼저 오른 일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훠이훠이 날아 나무 대신 풀밭을 이룬 능선마루에 올라서자 기대했던 풍광이 펼쳐진다.

동서로 길게 뻗은 호수는 옥빛으로 반짝이고,

그 주변에는 정수리와 바위절벽에 희끗희끗 눈을 얹은 산들이 빙 둘러싼 채 솟구쳐 올라 있고,

호수 뒤로는 골짜기를 이룬 지형 양옆으로 캐나다로키의 산봉들이 도열해 한층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풍광은 조망대 격인 둔덕을 올라서는 순간

풀을 뜯던 산양(Big Horn)들이 커다란 뿔을 들어올리며 눈을 마주쳐 더욱 고조되었다.

그곳에 남아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1946년 세워진 조망대 흔적으로

조망대는 여러 차례의 산불에 의해 망가지자 1985년 철거되었다 전한다.

에일머 패스는 에일머 룩아웃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라 사태지역 몇 곳을 지나쳐야 한다.

이 지역은 이태 전에도 회색곰 그리즐리 두 마리가 출몰한 바 있는 위험 지역이다.

그리즐리 출몰 여부는 미네완카 입구의 안내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일머 패스는 밴프국립공원과 고스트리버와일드니스(Ghost River Wildness) 경계 지역으로

고스트리버와일드니스 트레킹은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야영이 가능하다.

 트레킹 팁

기점

미네완카호수 입구(1,480m)
종점

에일머 룩아웃(1,982m)·패스(2,288m)
표고차

에일머 룩아웃 502m, 패스 808m
산행 거리

에일머 룩아웃 12km, 패스 14km(편도)
난이도

중급
접근

캘거리에서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를 따르면 밴프를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이 분기점에서 빠져나와 밴프 반대 방향으로 6km 가면 미네완카호수 주차장에 닿는다.

미네완카호수를 경우한 에일머 룩아웃 트레킹은 매우 인기 있는 코스다.

특히 밴프국립공원의 들머리인 밴프에서 9km밖에 떨어지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트레킹 들머리에 바비큐시설이 갖춰진 피크닉장이 있고

미네완카호수에는 유람선이 운항하고 있어 일반 놀이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다만 편도 8km 길이의 호수길은 경사가 거의 없어 힘이 크게 들지 않으리라 예상케 되지만

호수에서 표고차 약 500m 높이의 조망대를 다녀온 다음 다시 호수 길을 따라 되돌아가는 사이 지치기 마련이다.

캠핑장 부근까지 유람선을 띄울 수 있으면 한결 수월하게 호수를 빠져나올 수 있지만

선착장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접안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조망을 기대할 수 있는 에일머 패스는 거리가 먼 데다

취재팀이 답사할 때에는 깊은 눈에 덮여 있는 까닭인지 패스를 다녀오는 트레커는 만날 수 없었다.

산악거점 도시 밴프

세계 3대 국제산악영화제 열리는 관광명소

밴프국립공원 남단 들머리에 위치한 밴프는

자스퍼,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와 더불어 캐나다로키를 대표하는 산악도시다.

알프스 샤모니풍의 밴프 도시가 형성된 것은 19세기 말.

밴프에 위치한 캐나다철도회사(Canada Pacific Railway) 직원들이

밴프 일원에서 온천을 발견한 뒤 ‘만병통치 온천’으로 세계 곳곳에 알리면서 유명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난개발로 인해 엉망으로 변해가자

1902년 캐나다 정부는 밴프를 중심으로 하는 캐나다로키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밴프는 일본인들에게 인연이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정부는

전쟁을 일으킨 적성국인 일본에서 온 이민자들이 간첩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산악지역인 밴프의 집단지구로 이주토록 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일본인들이 밴프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한다.

현재 상권의 60%가량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3대 산악영화제 중 하나인 밴프 필름 페스티벌(Banff Film Festival)이 매년 6월 열리고 있는 밴프는

 인구 4,0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나 국립공원 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마을에는 국립공원 관리소를 비롯해 숙박업소와 기념품점, 식당, 주유소 등 관광에 필요한 시설이 대부분이다.

 중심부분은 주도로인 밴프 거리를 중심으로 3~4 블록 정도이므로 걸으며 즐길 수 있다.

박물관도 여럿 있다.

 1903년 목조 건물로 지어진 자연사박물관에는

로키의 동물·조류 등의 박제와 공룡의 화석을 비롯해 광물이 전시되어 있고,

보우강 다리 건너 인디언 토산품점 뒤에 위치한 럭스턴(Luxton)박물관은 인디언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화이트(White)박물관은

캐나다 로키의 역사를 말해 주는 사진,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고,

공원 관리소가 위치한 캐스케이드(Cascade)정원은

정통 영국식 정원으로 캐스케이드산과의 조화된 풍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를 관통하며 흘러내리는 보우강은 세기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나이아가라폭포의 축소판이라는 보우폭포가 볼거리이며, 래프팅 명소이기도 하다.

한국식당(서울 컨트리·1-403-762-4941)도 있는 밴프는

관광 명소로 이름나 있으나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나 자스퍼 지역에 비해 숙박요금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단체요금을 적용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