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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제가 구한 6개의 음반에대한 비교감상문입니다.
먼저 6개 음반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각각의 특징에 대한 저의 느낌을,
마지막으로는 추천하는 음반에 대해 쓰겠습니다.
[전체적인 흐름]
먼저 각 음반의 악장(?)별 연주시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순서는 random입니다. ^^;)
샤이 데이비스 리히터 줄리니 가디너 코르보
키리에 4'49 5'50 4'15 5'31 5'35 4'46
글로리아 9'30 10'33 10'29 10'18 8'49 9'32
크레도 11'39 12'21 10'59 13'14 10'30 11'45
상투스 9'56 11'30 12'12 11'15 10'47 9'56
아뉴스데이 7'44 8'01 8'13 7'55 6'21 6'47
T.T. 43'38 48'15 46'08 48'13 42'03 42'46
리히터, 줄리니, 데이비스의 음반은 70년대 음반이고
샤이, 코르보, 가디너의 음반은 80년대음반입니다.
이렇게 보면 80년대에 녹음한 음반들이 전체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원전연주'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디너는 원전연주의 대가답게 악보에 나온 메트로놈의 템포를 그대로 따르며
아주 놀라운 빠르기로 연주를 합니다. (가디너의 다른 음반도 마찬가지지요.)
코르보는 제가 잘 모르는데... 아마 현대악기연주지만
원전연주에 많은 영향을 받아 소편성으로 연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원전연주는 기존의 현대악기연주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어
80년대부터는 현대악기연주자들도 그들의 주장을 무시할수만은 없어인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샤이의 음반도 그런 빠르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각 음반별 감상] - 녹음연도 순으로 쓰겠습니다.
칼 리히터/뮌헨바흐합창단&오케스트라
1970년 발매 (eloquence 특징상 음원정보가 없습니다. -_-a)
뵘의 장엄미사와 커플되어있는 염가 Eloquence 시리즈입니다.
이 음반이 작년에 나왔을 때 저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칼 리히터가 베토벤을?
모차르트 레퀴엠은 음반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베토벤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브루크너 4번 교향곡도 일본에는 발매되었더군요. ㅋㅋ)
이 음반을 듣고는 '역시 칼 리히터!'라는 찬사가 나왔습니다.
평생을 바흐성가작품에 헌신하다시피 살다가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간 사람...
원전연주가 이젠 완전히 뿌리내린 바흐의 합창음악에서
아직도 1순위로 추천되는 그의 바흐음반들...
그것은 그의 음반에 담겨있는 고귀한 종교적인 헌신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청중들에게 좋은 연주를 전달하려는 지휘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좋은 연주를 올려드리려는 성가대지휘자같다고 생각합니다.
칼 리히터는 이 작품을 독실한 신앙인이 작곡한 '완벽하고 경건한 미사'로 해석합니다.
베토벤의 신앙관에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되었던 베토벤은 이 작품을 전통적인 미사곡으로 썼음이 확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칼 리히터의 해석은 정당성을 얻습니다.
이 음반은 역시 그의 수족같았던 뮌헨바흐합창단/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되었습니다.
역시 경건하고, 일치된 아주 감동적인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솔리시트들도 야노비츠를 비롯해서 기량이 출중합니다.
완성도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가디너의 음반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순음악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아주 뛰어난 연주입니다.
베토벤은 기악음악작곡가답게 미사곡에서도 오케스트라에 비중을 많이 두었는데
가디너를 제외하면 가장 오케스트라파트가 충실한 연주가 아닐까합니다.
Gloria의 강한 동기연주 뿐 아니라
Quoniam tu...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푸가의 한 성부를 구성하는데
리히터는 그런 부분까지 오케스트레이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종교합창음악에서 금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리히터답게
Credo에서 보여지는 금관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더 중요한 것은 Text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사통상문을 아주 새롭게 해석한 베토벤의 의도에 정말 부합하는
단어의 느낌과 분위기를 너무 잘 드러내주는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부분은 Gloria와 Credo같은 '내용이 많은 부분'에서 잘 드러나는데...
Gloria의 Pax(평화), Suscipe(받아주소서)같은 부분은 그 단어에 맞는 분위기가 느껴져
제게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고,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
Credo에서 예수님 성육신의 신비를 노래한 부분
Et incarnatus...에서는 그 신비감이 너무 잘 드러나며
예수님의 수난을 노래한 부분 (Crucifixus...), 특히 Passus(고난받으시고)에서는
그 처절했던 고난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ㅠ.ㅠ
이 음반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Agnus Dei의 마지막부분입니다.
자료실에 있는 라-한대조문을 보시면 알겠지만
Agnus Dei는 빠르기 상으로 3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1)Poco Andante(Agnus Dei ~ Miserere nobis)
2)Allegro ma non troppo(Dona nobis pacem~ Agnus Dei ~ Dona nobis pacem)
3)Andante con moto(Dona nobis pacem)
빠르기, 분위기, 가사를 제 멋대로 표현하면... ^^;
1)불쌍히 여겨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2)평화가 찾아오지만 곧바로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다시 기도하여 평화가 찾아옵니다.
3)그 평화는 이전과 다른 하늘에서 오는 완전한 평화입니다.
특히 두번째 평화를 기원하고(Dona nobis pacem) 평화롭게 끝나는 것 같지만
템포가 갑자기 느려지며(Andante) 모든 긴장이 풀리고 참 평화가 오는데...
템포지시(Andante con moto) 뒤에 tempo del Kyrie(키리에 템포로)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Allegro에서 Andante로 넘어가는 그 절묘한 변화와
그것이 전달해주는 그 심리적 이완과 평화로운 감정은
다른 어떤 음반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 음반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
줄리니/뉴 필아노니아 합창단&오케스트라
70년 9월 15-18일, 런던 All Saints Church 녹음
줄리니의 장엄미사와 같이 커플되어있는 EMI 2FOR1음반입니다.
커버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줄리니의 지휘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들었다가 좀(?) 실망한 음반입니다. -_-;;
Credo의 종교적인 부분과 Benedictus는 좋은데...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서 볼 때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독창자의 음색도 제 스타일과 영~ 다르고 -.-;;
특히 어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는데
또 딱히 어디가 좋다라고 하기도 참 뭐한 음반입니다. ^^;
데이비스/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합창단
1977년 11월 런던 녹음
콜린데이비스의 베토벤 장엄미사와 같이 역시 2FOR1음반입니다.
음... 이 음반은 별 기대없이... 콜렉션을 위해 구입한 음반입니다. -.-;
정말 이런 짓을 해야하는 걸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혹시 숨겨진 명연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입했지요.
하지만... 처음에 몇번 듣고는 장식용이 되어버렸습니다. -_-;;
합창, 독창진, 오케스트라, 오르간 모두 괜찮고 발란스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확~~ 가슴에 와 닿는 파트도 없죠...-.-;;)
전체적인 템포는 느립니다. (연주시간도 가장 느립니다.)
어떤 부분은 좀 지루하기까지 한 부분도 몇군데 있습니다.
샤이/베를린방송교향악단
86년 6월 베를린 예수그리스도 교회 녹음(DDD)
솔티의 장엄미사와 함께 역시 2FOR1으로 풀린 음반입니다.
역시 데이비스의 음반처럼 콜렉션을 위해 구입한 음반인데...
뜻밖의 수확을 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주 만족하며 듣고 있습니다. ^^*
(솔티의 장엄미사도 좋습니다. 1순위 추천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11월 26일 내한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라서 그런지
오케스트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의 주인공은 지휘자도, 독창자도, 합창단도, 오케스트라도 아니고...
오르가니스트라고 생각됩니다. ^^*
다른 음반들을 들으면 아주 집중을 하지 않는한
오르간이 있는지 없는지 거의 구별하기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웅장하게 울리는 오르간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이 음반 녹음이 베를린의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 이루어졌는데...
베를린필이 전용홀을 갖기 전에 주로 녹음을 했던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카라얀의 60년대 베토벤 교향곡전집과 장엄미사도
이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 이루어진 녹음들입니다.)
역시 유서 깊은 교회의 오르간이라 그런지... 소리가 정말 끝내줍니다.
Credo의 Crucifixus의 비극성은 다름아닌 오르간으로 극대화되고
Sanctus의 Benedictus에서 들리는 오르간의 울림은 정말 압권입니다. ㅠ.ㅠ
독창진도 약간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간혹 들긴 하지만 아주 뛰어납니다.
(테너의 라틴어 발음은 좀... 어색하긴합니다. ^^;)
그러나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좀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인 해석은... 중기의 근육질의 베토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리히터처럼 경건한 종교작품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교향곡 5,7번 같은 곳에서 보여지는 베토벤의 모습이 떠오르는 연주입니다.
(특히 Credo에서 악센트가 정말 멋집니다.)
코르보/굴벵키안 합창단&오케스트라
88년 7월 리스본 녹음
작년에 ULTIMA 시리즈로 나온 역시 2FOR1음반입니다.
하나에는 베토벤 미시C장조과 칸타타 '조용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가 있고
다른 하나에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3번이 들어있습니다.
피아노협주곡 2,3번은 그리 뛰어난 연주같지 않지만...
코르보 지휘의 첫CD는 정말 뛰어난 연주같습니다.
코르보는 포레의 레퀴엠과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지극히 아름다운 합창으로 많은 지지층을 가진 지휘자 같습니다.
(불행히도 전 못들어봤네요. -.-;;) 이 음반 수입되었는지도 몰랐는데...
핫트렉에서 베토벤피아노협주곡 섹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
(이게 미사곡 섹션이 아니라 협주곡 섹션에 있다니... -.-;;)
전체적으로는 역시 코르보답게 샤이나 가디너의 힘찬 해석과는 반대로
조용하고 아름답게 작품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키리에의 시작부터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데...
eleison같은 부분도 '엘레이존'보다 '에레이존'으로 발음하면서
그런 조용하고 아름다운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음반은 구입한 날 집에 가는 길에 들었는데...
Kyrie와 Gloria을 들을 때는 기대만 못해서 좀 실망하고는
별로 신경을 안쓰고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이 도저히 눈에 안들어 오고
온 신경이 청각에 집중되어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
사실 Kyrie와 Gloria 부분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합창의 아름다움도 약간 소극적으로 들리고
소규모라서 그런지 오케스트라의 음향도 너무 소극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Qui tollis 의 4중창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특히 miserere는...ㅠ.ㅠ)
그런 현상은 Credo의 시작부분(크레센도 되다가 폭발하는 ^^*)까지 계속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Deum do Deo부터 분위기가 싸악~~ 바뀌어 버립니다.
소극적이던 오케스트라도 적극적으로 바뀌어 제 역활을 하고 있고
합창의 아름다움은 그제서야 그 빛을 찬란하게 발하게 됩니다.
Qui propter의 아름다음과 Et incarnatus 의 신비감
Crucifixus의 비극적 정서와 Et resurrexit의 환희의 정서의 대조
Credo를 마무리하는 et vitam venturi 푸가의 하나된 합창은 정말 일품입니다.
이런 합창의 아름다움이 가장 극명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Sanctus가 아닐까합니다.
Sanctus의 신비감과 Benedictus의 아름다움은
가히 장엄미사의 Benedictus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가디너/혁명과낭만오케스트라/몬테베르디합창단
89년 11월 런던 All Saints' Church 녹음 (줄리니 녹음과 동일)
베토벤의 '조용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아 무정한 님이여'(맞나? -.-;)가 함께 들어있는
Top price음반입니다. 베토벤 미사C장조가 메인레퍼토리인 유일한 음반이 아닐까합니다. ^^;
TOP가격이지만 전혀 본전생각 안나게 하는 음반입니다. ^^
개인적으로 완벽한 음반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 가장 완벽한 연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연주된(well performed) 음반입니다.
독창자들, 합창단, 오케스트라, 올가니스트 모두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yrie는 가디너답지 않게 느긋한 템포로 크고 화려한 합창과 독창을 들려줍니다.
Gloria가 시작되며 '가디너 템포'가 등장합니다. ^^
그렇게 빠른 템포로 그 많은 컨텐츠들을 표현할 수 있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
Glorificamus te의 박진감, Quoniam tu의 빠방한 합창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압도적인 Amen 코다는 타 음반과의 비교를 거부합니다.
이런 것은 Credo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는데...
크레센도 되어 쩌렁쩌렁 울리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은
막힌 가슴을 뻥 뚤리게 할 정도로 시원시원합니다.
Passus에서 성악파트는 감정을 자제하고 오케스트라가 비극적 정서를 표현하합니다.
et vitam venturi 에서 보여지는 놀라운 스피드와 연주력은 정말 타성이 나오게 하죠. ^^
특히 이 부분에서 푸가의 몇 성부를 오케스트라에 부여한 베토벤의 의도를
가디너의 음반처럼 잘 살려낸 음반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강하고 스피디한 부분이 가디너음반의 최대 강점이지만
느리고 서정적인 부분 또한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 음반에서 아쉬운 부분을 찾는다면...
미사곡의 종교적인 컨텐츠의 표현이 좀 부족하다는 것일겁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가디너의 순음악적인 해석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것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옳바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수용의 문제겠지요. ^^;
Agnus Dei에서 Allegro 에서 Andante로 이완되는 부분만
리히터의 음반처럼 표현되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추천하는 음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제 주관을 배제하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해도...^^;)
가디너>리히터>코르보>샤이>줄리니>데이비스 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선호도는...
리히터>가디너>코르보>샤이>>줄리니>데이비스 입니다.
만약 베토벤의 미사 C장조를 하나만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리히터'나 '가디너' 중에 구입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종교적인 느낌을 좋아하고 좀 느린 연주를 원하시면 리히터를...
순음악적이고 완성도 높은 음반을 원하시면 가디너를 추천합니다. ^^*
미사C장조의 어느정도 모으고 싶으시면...
줄리니나 데이비스 음반은 별로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고...^^;
위에 이야기한 두개의 음반(가디너, 리히터의 음반)과,
합창이 특화된 코르보, 오르간이 특화된 샤이의 음반을 권합니다.
첫댓글 써 놓고 보니 좋아하는 음반만 길게 썼군요... 인간이란... 참... ^^;;
어헉~ 오토 클렘페러 가 빠졌습니당 싫어하세요 ^,.^?
클렘펠러의 미사C장조가 있습니까? -_-;; 제가 알기로는 장엄미사밖에 없는 것으로 아는데...